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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노조, 트럼프에 "독점 우려" 견제 요청 중국 생산능력, 미국의 232배 "국가 안보 위협" 세계 조선 시장 中이 지배, 美 조선은 1%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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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4대 주요 노동조합 대표들이 미국의 조선업 강화를 위해 중국을 제재해야 한다는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들은 조선업 분야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를 포함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美 노조들 "중국 조선업 견제하라"
20일(현지시각)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철강노조(United Steelworkers), 국제전기노동자형제단(International Brotherhood of Electrical Workers), 국제보일러제조협회(International Brotherhood of Boilermakers), 국제기계공·항공우주노동자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achinists and Aerospace Workers) 등 4개 주요 노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조선업에 대한 관세 부과 등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다.
AP통신이 입수한 4개 노조의 공동 서한은 "중국 공산당의 계획, 정책 및 행동에 따라 건조된 선박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가하고 미국의 조선 능력과 인력을 재건하는 보완적인 정책을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기계공·항공우주노동자협회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약탈적 관행으로 미국 조선업이 타격을 받았다"며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 조선업계는 조선소 폐쇄를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美 무역대표부, 중국 조선산업 불공정 행위 조사
이들 노조는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당시 1974년 미국 무역법 301항에 따라 중국 조선업 제재를 위한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후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4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조사에 착수했다. 미 무역대표부가 적시한 불공정 사례에는 △중국 정부의 재정 지원과 △외국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 △강제적 기술 이전 및 지식재산권 도용 △자국 조선·해운 업체를 우대하는 조달 정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양과 조선, 물류 부문에서 노동 비용을 인위적으로 대폭 억제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해당 조사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노조 활동을 제한했다는 증거도 포착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조사보고서는 "중국 조선소들이 이런 정책 덕분에 경쟁국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선박을 건조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도용하고 미국 기술을 강제로 중국기업에 넘기고 있다는 무역대표부의 조사가 나온 후 중국산 수입품에 수천억 달러 상당의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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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선업, 세계 19위로 떨어지는 사이 中은 국가 차원서 지원
실제 중국 조선산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2000년 5%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50%를 넘어섰다. 중국의 조선소 생산능력은 연간 2,325만 톤으로, 10만 톤 미만인 미국의 최소 232배에 달한다.
또한 미국 해군전쟁대학 중국해양연구소의 조교수인 이삭 B 카든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전 세계 96개 외국 항구에서 하나 이상의 터미널을 소유하거나 운영 중이다. 카든 교수는 지난 2022년 ‘국제 안보’ 저널에 “전 세계 상위 100개 항구 중 25개가 중국 본토에 있고, 세계 주요 컨테이너 항구의 약 61%가 중국과 연계돼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또 조선업에 사용되는 많은 장비를 생산한다. 대표적으로 중국 국영기업인 ZPMC는 전 세계 화물 크레인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반면 1980년대까지 세계 조선산업을 이끌던 미국의 점유율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미국 해운협회에 따르면 1980년대 초 300개가 넘었던 미국의 조선소는 현재 20개가량만 남은 상태다. 이마저도 대형 상선을 건조할 수 있는 시설은 5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사실상 선박 건조를 중단했다. 1975년 미국 조선업은 연간 70척 이상의 상선을 만들면서 세계 생산능력 1위였지만 현재 미국은 세계 19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조선업 전문가들은 1980년대부터 조선업 보조금이 대부분 사라진 것이 조선산업 쇠퇴의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당시 레이건 정부는 보조금이 자유시장경제와 배치된다는 이유로 조선업 관련 보조금을 삭제했다. 당시만 해도 냉전 기간 미국이 수주했던 군함이 미국 조선업을 지탱할 것이라고 봤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미 국방부 등에 따르면 미국 조선업 제조 기술이 아웃소싱 되기 시작한 이후, 조선업 관련 원자재와 부품 대부분을 미국에서 조달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결국 미국에선 조선업 관련 기술,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적어졌고 조선소의 경쟁력과 생산 능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