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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시 신규 주택 거래, 전년 동기 대비 81% 급증 딥시크, 유니트리 등 '항저우 소육룡' 급성장한 결과 '딥시크 쇼크' 이후 활력 되찾은 中 테크업계, 봄날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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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 항저우시 부동산 시장이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 흐름 속에서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딥시크(DeepSeek), 유니트리(Unitree Robotics) 등 항저우시에 자리를 잡은 유망 기술 기업들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인력 수요가 증가하며 도시 전반에 활기가 감도는 양상이다.
되살아나는 항저우 부동산 시장
27일(이하 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항저우시의 주택 및 사무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E홀딩스가 소유한 부동산 중개회사 베이커(Beike)에 따르면, 춘제(음력 설) 연휴 이후 2주 동안 항저우시의 신규 주택 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 영업사무소 방문객 수도 77% 급증했다. 최근 항저우시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해 현지 부동산 중개인 황시야오는 "우리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1월 이후 50건의 거래를 성사시켰고, 지난 두 달 동안 시장 상승세와 함께 업무량도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항저우시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침체 상태였다. 부동산 매매와 관련해 엄격한 규제를 시행해 오던 항저우시가 규제 고삐를 풀며 적극적으로 주택 구입을 독려할 정도였다. 항저우시는 지난해 3월 구축 주택에 한해 구매 제한을 해제했으며, 이후 같은 해 5월 모든 주택 구매 제한 조치를 철폐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항저우시는 관할 범위에서 주택을 구매한 이의 자격을 별도로 심사하지 않고 있으며, 항저우시 부동산을 합법적으로 소유한 타지역 호적 인원의 호적 정정 신청을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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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업계가 시장 회복 견인해
가라앉아 있던 항저우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급변한 배경에는 현지 기술 기업들이 있다. 항저우시는 소위 '항저우 소육룡(류샤오룽·六小龍)'로 불리는 6개 유망 기술 스타트업들이 자리한 지역이다. 항저우 육룡에는 △3D 프린팅 업체 매니코어 △로봇업체 유니트리, 딥로보틱스 △‘검은신화: 오공’ 개발사 게임사이언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발 기업 브레인코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딥시크 등이 포함된다.
이들 기업은 최근 줄줄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항저우시 고용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서구 빅테크 기업들과 비견할 만한 성능의 AI 모델을 저비용으로 구현해 시장에 충격을 안긴 딥시크는 항저우시와 베이징시에 수십 개의 AI 연구·개발 관련 일자리를 창출했다. 휴머노이드 개발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 로봇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유니트리 역시 적극적으로 로봇 공학 기술자를 채용 중이다.
유망 스타트업의 구인 소식은 중국의 청년 구직자들을 항저우시로 끌어모았다. 중국중앙TV(CCTV)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춘제 연휴가 지나고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시작하면서 항저우시에서 청년 구직자들의 단기 임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항저우시의 한 공동주택은 춘제 연휴 이후 임대율이 90%까지 급상승하기도 했다. 항저우시에서 임대 사업을 하는 왕셴핑은 "항저우로 구직 면접을 보러 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단기 임대 고객의 비율이 많이 증가했다"면서 "하루 평균 5건을 계약하면 대략 2건은 단기 임대"라고 밝혔다.
항저우시는 외지에서 온 창업자나 구직자를 대상으로 무료 숙소를 제공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졸업 후 2년 이내) 구직자, 창업자는 누구나 항저우시에서 일주일간 무료로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항저우시의 한 간부는 "이 사업을 시작한 뒤 청년 630명에게 무료 숙소를 제공했고, 이 중 약 200명이 취업에 성공해 이어서 같은 집에서 지내고 싶어 한다"며 "이 경우 임대료를 10%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中 기술 기업 성장세 지속 전망
항저우시의 '봄날'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딥시크 쇼크' 이후 중국 기술 기업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급증하며 관련 시장 성장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현지 기술 기업들은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순식간에 덩치를 불리고 있다. 중국 AI 칩 제조사 블랙세서미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UB테크, AI 기반 신약 개발사 엑스탈파이는 지난주 잇달아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규모는 42억 홍콩달러(약 7,730억원)에 이른다. 이달 초 AI 스타트업 베이징 포스 패러다임도 주식 매각을 통해 1억8,000만 달러(약 2,580억원)를 조달했다.
최근 들어서는 홍콩 상장을 통해 해외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술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례로 중국 AI 칩 스타트업인 상하이 비렌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비렌)의 경우, 최근 중국 AI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콩에서의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비렌은 2019년 중국 AI 대표 기업인 센스타임의 장원 총재가 설립한 회사로, 중국 내에서는 엔비디아의 유력한 경쟁사로 꼽혀왔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AI 솔루션 제공업체 AICT 역시 약 2억 달러(약 2,68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목표로 홍콩 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CT의 상장 신청서 제출 시점은 올해 2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매니코어도 이달 14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정식으로 제출하며 항저우 육룡 중 최초로 증시에 도전장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