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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전환 시대, 연이은 배터리 폭발·화재에 안전성 확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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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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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ESS 화재 집단 소송으로 번져
원인 미상 사고 다수, 과충전만 원인?
사전 사고 감지 시스템 필요성 대두

최근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발전 구조는 머지않아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변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ESS 폭발 및 화재 또한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안전성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부분 사고가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탓에 업계 종사자들의 우려는 물론 시설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ESS 지속 가능성에 의문”

2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모스랜딩의 ESS 시설에서 지난 1월 16일 발생한 화재로 주민 약 1,200명이 대피하고, 인근 1번 고속도로가 봉쇄됐다. 시설 운영사인 비스트라(Vistra)는 이번 화재가 1단계 구역(300MW)에서 발생했으며, 시설에 저장돼 있던 약 10만 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 중 대부분이 소실됐다고 밝혔다.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화재 진압 후 돌아온 인근 주민들은 두통과 호흡곤란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비스트라와 배터리 공급사, 인접 ESS 운영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기업이 ESS 화재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피해를 키운 만큼 주민들의 건강 피해 및 환경 오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화재 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한 40대 여성은 “우리는 배터리 화재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말을 믿었지만, 이제는 독성 물질을 마시고 있는 게 아닌지 두렵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어 “비스트라는 2020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CO2를 배출한 기업”이라고 꼬집으며 “ESS가 정말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인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이달 24일에는 독일 쇤베르크에서 가정용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독일 PV매거진에 의하면 사고 주택은 현지 건설업체 비브록(Viebrock)이 시공한 표준형 모델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가정용 배터리가 장착된 구조였다. 사고 건물은 한쪽 벽면이 완전히 무너진 데다 구조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어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비브록 측은 “폭발을 일으킨 배터리는 2019년 생산된 제품으로, 2020년 해당 주택에 설치된 이후 정기적으로 유지·보수가 이뤄져 왔다”면서도 “배터리 제조사와 협의해 동일 생산라인을 대기 모드로 전환하고, 고전압 배터리의 출력을 제한하는 안전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의 합동 조사에 나선 상태다.

연이은 배터리 폭발 및 화재 사고로 재생에너지 산업의 안전성에 대한 각계의 의구심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제니퍼 킴 스탠퍼드대학교 에너지 정책 연구소 교수는 “잇따른 사고는 재생 에너지 부문이 성장함에 따라 우리가 직면하게 될 안전 과제를 보여준다”고 진단하며 “기술적 해결책과 규제 체계 모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부분 사고는 원인 미상, 사전 방지가 유일한 답

문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화재 사고의 원인조차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국내로 범위를 좁혀 보면, 2017년 초부터 2022년 말까지 발생한 ESS 화재 사고 44건 가운데 약 70%에 이르는 30건이 ‘원인 미상’으로 처리됐다. 2022년만 보더라도 ESS 화재 9건 중 7건(77.8%)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화재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정부는 2019년 1월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ESS 화재사고 조사단’을 꾸려 원인 파악에 나섰다. 이들 조사단은 ESS 화재의 주된 원인으로 배터리의 지나치게 높은 충전율을 꼽았다. 95% 이상의 높은 배터리 충전 상태가 급격한 전압 변동과 온도 상승을 야기해 화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ESS 충전율 조정 권고 이후로도 화재 발생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FM글로벌과 같은 다국적 대형 화재보험사들이 제공하는 엔지니어링 전문 솔루션이 ESS 화재 대응 수단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FM글로벌은 대형 화재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안전성 테스트와 함께 적절한 스프링클러 사용 여부에 따른 화재 진압 정도 확인, 산업별 화재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안전 테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루이스 그리초 FM글로벌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세인 ESS 화재 사고를 면밀히 분석해 기술적으로 개선 가능하면서도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며 “체계적인 안전 플랫폼 구축을 위해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갖춘 집단과의 협력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사진=경기 화성소방서

물과의 반응성 커 화재 진압 어려워

일선 현장의 소방관들은 ESS 화재의 경우 물로 진압하는 데 어려움이 커 피해 규모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화학물질에 고용량의 에너지가 담겨있는 ESS는 리튬이온배터리 특성상 물과의 반응성이 커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해 6월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의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물을 이용해 최초 진압을 시도했지만 불길이 최성기(가장 커졌을 때)여서 물 투입이 분진 폭발을 일으켰다고 증언했다. 이후 소화 약제를 분사했으나, 리튬이온배터리 모듈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약제의 침투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한 소방관은 “배터리는 한 번 불이 나면 계속 재발화 돼서 물로 냉각시키기가 불가능하고, 잔불을 정리하는 단계에 가서야 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배터리 자체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전에 사고를 감지할 수 있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SS 도입 초기 발생한 사고들은 대부분 운영방법의 문제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주변 환경이나 설치 환경 등 배터리 자체 문제로 발생하는 사고가 주를 이루는 만큼 배터리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이다.

김홍준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보도에서는 ESS 사고 원인으로 과충전을 지목하곤 하는데, 실상 이런 어뷰즈(오남용)는 기초적인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방지되고 있어 주된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BMS와 관련한 연구들은 에너지 셀 간 균형 유지, 배터리 잔여 수명 파악, 온도 관리, 배터리 안전 상태 점검 등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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