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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부담 공급 측에 전가 가능성
중국, 보복 관세에 비관세 조처까지
협상 우위까지 일부 타격 불가피

미국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에서 제조된 상품의 수입 물량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높은 관세를 적용한다고 선언하자, 이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중국은 이 같은 타격에도 보복관세를 선언하는 등 강대강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 판매 물품 약 40% 사입에 의존
9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제조된 제품에 대한 주문을 연이어 취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직후 주문 취소에 나섰다. 전자제품부터 생활용품, 소비재 등 다양한 품목이 취소 대상에 포함됐으며, 아마존은 거래처에 주문을 취소와 관련해 별도의 설명을 덧붙이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아마존의 수입 물량 축소는 관세로 인한 비용이 증가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판매 상품의 약 40%를 직접 사입해 판매한다. 외국에서 제품을 도매로 사들인 뒤, 미국에 있는 물류창고에서 직접 운송하는 방식이다. 관세가 오르면, 아마존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공급업체에 관세 부담을 떠넘기고자 주문 취소에 나섰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스콧 밀러 전자상거래 컨설턴트는 “공급업체들로선 아마존과 거래 조건을 다시 협상해야 할 수도 있다”며 “모든 카드는 아마존이 쥐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급업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주문이 취소된 상품을 미국이 아닌 곳에 판매하거나, 다른 유통업체를 찾아보는 것뿐”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84% 추가 관세 선언
중국 정부는 전방위적 압박에도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는 모습이다. 9일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34%에서 84%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4일 미국의 34% 상호관세 부과에 반발하며 34%의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맞선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중국산 제품에 50%의 관세를 더하겠다고 했고, 9일 84% 상호관세를 선언했다. 중국 또한 “끝까지 싸우겠다”며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중국은 보복관세에 그치지 않고 제재 기업 추가 등 비관세 조처도 함께 내놨다. 같은 날 중국 상무부는 실드AI, 시에라네바다 등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6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등재했다. 해당 기업들은 중국과 관련된 수출입이 금지되고, 중국 내에서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문제의 기업들은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대만 무기 판매에 참여하거나, 대만과 군사기술 협력을 진행해 중국의 주권, 안전, 발전 이익을 심각하게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양국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중국은 주변국과의 결속에 한창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일 중앙주변공작(업무)회의에 참석해 “주변국과의 운명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자”고 강조했다. 전략적 상호 신뢰 강화를 통해 산업 및 공급망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시 주석은 당장 이달 중순부터 직접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 순방에 나선다.
시간은 중국 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강대강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관세로 초래되는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국민들의 경제적 불만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은 원자재부터 일상생활 소비재까지 매우 광범위하다”며 “이들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소비자들로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중국으로선 미국의 물가가 상승하고 고용 감소가 뚜렷하게 포착될 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사업지분 문제 역시 중국에는 유리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대선 당시 청년층 공략에 ‘틱톡 효과’를 톡톡히 누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틱톡이 미국 내에서 금지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틱톡의 운영사 바이트댄스는 백악관에 “중국 정부가 미국과 무역 및 관세에 대해 협상할 수 있을 때까지 틱톡에 대한 거래를 승인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의 입김도 일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중국 사업 규모가 회사 전체 실적의 5분의 1 이상을 지탱하는 만큼 머스크가 중국에 대한 관세 완화를 설득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이끄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 공개적으로 비난을 주고받으며 이번 관세 조치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다만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기까지 중국의 타격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촉발로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가 둔화하면, 중국 산업과 공급망 역시 어려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전쟁이 격화한다는 것은 시 주석이 중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종국에는 중국 경제를 미국과 경제적으로 완전히 분리(디커플링)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