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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서 집회 개최 로스쿨 도입 이후 개업 변호사 두 배 "법률시장 포화 상태, 1,200명 적정"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며 시위에 나섰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후 법률시장에 변호사가 과잉 공급돼 저가 수임 경쟁과 법률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예비 법조인 집단인 로스쿨학계는 변호사 증원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변협, '변호사 수 감축' 목소리
14일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정문 앞에서 국내 법조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법조인 배출 구조에 관한 문제점 및 변호사 배출 수 감축에 대한 의견을 강력히 표명하고자 집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변협은 현재 법률시장이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의 무분별한 증원으로 인해 변호사가 과잉 공급돼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에 따르면 현실로 다가온 인구 감소 문제에 반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2013년부터 매년 1,500명 이상 점진적으로 증원됐다. 지난 2020년부터는 매년 1,7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돼 지난해 등록 변호사 수가 3만6,535명으로 집계됐다. 로스쿨 도입 전인 2009년에 비해 변호사 수가 3배 넘게 늘었다.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 배출 수는 급격히 증가한 반면 로스쿨 도입의 전제 조건이었던 법조 유사직역의 통폐합 및 축소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법률시장에 과잉 공급된 변호사가 저가 수임 경쟁에 내몰리게 됐으며, 이는 법률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유발해 국민들에게까지 고스란히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 유사직역 통합 등 제도적인 정비 및 보완 없이 수요만을 고려한 변호사 대량 배출은 법조 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므로 변호사 배출 수가 적정한 수준으로 감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상 달라진 변호사
변호사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데는 바뀐 사회적 대우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들의 변호사 법무팀 채용 시 직급이 대표적인 변화다. 과거 사법시험 500명 시절에는 변호사 자격증만 있어도 대기업 임원~부장급으로 채용됐지만, 최근엔 과장급으로 채용된다.
대형 로펌을 거친 경력 변호사가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지원하는 역전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과거엔 법원이나 검찰의 부장급 이상이 법무팀으로 가 현안 대응과 전체적인 관리를 맡았다면, 최근엔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실력 있는 변호사들이 사내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완근 한국사내변호사회장은 “과거 과장·대리급으로 입사했던 변호사들이 생태계를 구축해 로펌하고 사내변호사 사이에 인력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회사로서도 어느 정도 완성된 사람을 데려오기엔 로펌에 있는 분들이 제일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정보업계에서의 변호사 위상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과거엔 결혼정보회사에서 따로 등급을 매기지 않아도 ‘S급 VIP’ 대우를 받았지만,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은 소속 로펌과 출신 로스쿨로 평가된다. 한 결혼정보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로스쿨 졸업자들을 사법고시 있을 때처럼 공짜로 가입시키거나 하진 않는다”며 “로스쿨을 나온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은 변호사라도 어느 로펌에 들어가 있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변호사도 변호사 수가 많아지면서 최근엔 과장까지 내려온 걸 봤다”며 “대기업 과장 이하 직급이거나 이름 없는 법무법인에서 사건 수임하기도 힘든 변호사라면 인기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로스쿨업계는 “합격률 높여야”
현재 변협은 경제 성장률과 인구 증가율 등을 고려한 적정 규모를 1,000~1,200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법조 인력 체계가 가장 비슷한 일본(3.25명)보다 한국(5.76명)의 인구 대비 변호사 수가 많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인구 대비 변호사 수가 38명에 달하는 미국의 경우 세무사·변리사 등 유사 직역 업무까지 변호사가 나눠 맡는 구조여서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변협과 달리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가 학교의 평판과 재정 수입으로 직결되는 로스쿨학계는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전체 로스쿨 입학 정원(2024년 2,152명)의 75% 이상 합격자 수가 매년 보장돼야 지방에 분산된 로스쿨이 존립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로스쿨협의회 관계자는 “50%대 수준인 변시 합격률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시장 확대와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