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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어진 韓 식품·패션·화장품 업계, 상호관세 유예에도 불확실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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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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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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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소싱 허브'에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
베트남·방글라데시 생산기업 타격 불가피
니어쇼어링·현지화 등 대체 생산기지 검토
영원무역 방글라데시 공장/사진=영원무역

미국발 글로벌 관세전쟁이 국내 수출 효자 업종으로 떠오른 식품·패션·화장품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며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갈팡질팡하는 대미 통상 정책과 1,400원대 고환율이 맞물리며 업계의 불확실성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대하거나 중남미 지역에 대한 니어쇼어링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고, 정부도 수출바우처 확대 등 긴급 대응에 돌입했다.

한세실업·영원무역 등 타격 불가피해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 시각) 미 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동안 유예했지만, 갈팡질팡하는 관세 정책 탓에 대미 통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미 시장을 주요 수출처로 삼고 있는 국내 식품·패션·뷰티 업계의 우려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에 대해 46%의 상호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주문자상표부착(OEM)이나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유예된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의류업계에서는 한세실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세실업은 베트남에만 의류 봉제과 원단 가공 공장 15곳을 운영하며 전체 제품 중 39%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한세실업의 영업이익은 2024년 1,422억원, 2023년 1,682억원로 각각 전년 대비 15.4%, 6.3%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에 한세실업은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테말라 자회사 2곳에 대해 총 800억원대 채무보증을 결정하는 등 중남미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니어쇼어링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글라데시에도 37%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영원무역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에 각각 생산량의 70%, 20%를 의존하고 있다. 영원무역의 미국 수출 비중은 35% 수준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해 관세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에 생산기지를 둔 배경에는 현지 클러스터·인프라 조성, 낮은 인건비, 관세 혜택 등이 있다"며 "생산시설 이전의 경우, 생산 단가 상승과 환율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고환율의 영향까지 '이중고'

식품업계는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북미 시장의 매출 비중이 늘어난 삼양식품은 상호관세에 대응해 수출 지역 다변화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경남 밀양 등 국내 공장 3곳에서 생산한 물량을 북미 지역으로 수출하는 삼양식품으로서는 당장 미국의 관세를 상쇄할 만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CJ제일제당과 농심, 풀무원 등은 현재 미국에 공장이 있거나 수년 내 생산시설 설비를 갖출 예정으로 타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환율의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식품산업은 생산 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해 재료 수입단가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연간 이익이 많게는 1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소비 침체 장기화, 고환율·고유가, 이상 기후로 인한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인상 요인을 제품 가격을 모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화장품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화 약세가 계속되면 수출 기업 입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지만, 관세가 붙거나 원·부자재 수입 비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금까지 무관세로 제품을 수출해 왔는데 상호관세가 적용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편에서는 미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프랑스 등 주요국에도 비슷하게 관세가 적용됨에 따라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고객 수요를 형성한 한국 제품이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갈팡질팡 관세 정책에 기업 혼란 가중

이러한 상황에 대해 식품·패션·화장품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아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미 행정부가 상호관세 발표 일주일 만에 이를 90일간 유예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관련 업계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미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부터 10일, 미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고위 관계자와 면담을 진행했으며 조선업 기술 지원, LNG 등 에너지 협력 등을 카드로 내세워 단계적이고 다층적인 대미 협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대응을 위한 자금 지원도 확대했다. 정부는 수출바우처 예산을 기존 2,400억원에서 1,000억원 추가 편성하기로 했다. 수출바우처는 수출 관련 컨설팅 서비스 등에 기업이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는 지원책으로 올해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한 피해 분석부터 대체 판로 확보를 위한 컨설팅·법률 자문 등에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업체당 10억원 한도의 정책자금을 기준금리보다 0.5% 높은 금리로 지원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도 기존 2,500억원 외에 추가로 예산을 확보해 관세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자국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상황이 다시 한번 급변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은 글로벌 패션업체의 아시아 소싱 허브로 인기 런닝화 온홀딩스를 비롯해 팀버랜드, 아베크롬비앤피치, 유니클로, 갭 등이 이들 국가에서 과반의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미국 패션산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번 결정은 결국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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