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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억원에 SBI저축은행 품은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드라이브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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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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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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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저축은행 1강 체제 ‘굳히기’
장기적 파트너십 형성에 방점
비보험 포트폴리오 재정비 수순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지주사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단순한 인수를 넘어 일본 SBI그룹과 지분을 맞교환하는 성격의 이번 거래를 시작으로 비보험 부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구상이다. 지주사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풋옵션 분쟁을 일단락지은 데 이어 본격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한 교보생명은 공격적인 합종연횡 전략을 통해 금융시장 내 입지를 더욱 확대한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의결권 지분 58.7% 단계적 인수

29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교보새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내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감안한 실제 의결권 지분은 인수 마무리 시점 58.7%가 되며, 인수 금액은 약 9,000억원이다. 교보생명은 우선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승인을 받은 후 올해 하반기에 30%(의결권 기준 35.2%)의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의 경영권 완전 확보 전까지 양사는 공동경영 형태로 SBI저축은행을 운영할 방침이며, 경영진 역시 교체 없이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SBI저축은행 지분은 자사주 14.77%를 제외한 나머지 85.23%를 SBI홀딩스 산하 특수목적법인(SPC) SBI에이에프, SBI비에프, SBI씨에프, SBI아이에프가 나눠 보유 중이다. SBI홀딩스는 지난 2013년부터 이들 SPC를 통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및 산하 현대스위스2·3·4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이후 SBI저축은행으로 바꿔 지금까지 운영해 왔다.

업계에서는 SBI저축은행의 시장 지위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1강 체제를 굳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당장 고객 기반만 하더라도 교보생명 애플리케이션 가입자(230만 명)와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앱 가입자(140만 명)를 합해 최소 370만 명 이상의 잠재적 금융 고객군을 확보하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양사의 시너지를 통해 SBI저축은행의 자산 규모가 더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기준 SBI저축은행의 거래 고객은 약 172만 명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으며, 자산 규모 또한 14조289억원에 달했다.

한층 공고해진 전략적 협력 관계

이번 거래는 단순한 M&A보다는 양측 간 지분 맞교환에 가깝다. 일본 SBI그룹은 교보생명 지분을 늘리고, 동시에 교보생명이 한국 내 SBI저축은행을 품에 안는 구조다. 지난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의하면 SBI그룹은 교보생명 지분을 최대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 투자를 넘어 양사가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전 세계에 180여 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SBI그룹은 탄탄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핀테크와 자산관리 분야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교보생명과는 지난 2007년부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교보생명 지분 4.9%를 매입한 SBI그룹은 2년 뒤인 2009년 해당 지분을 외국계 기관투자자에 매각했지만, 이후로도 꾸준한 협업을 이어 왔다.

지난 2019년에는 교보생명과 SBI그룹 계열사인 SBI홀딩스가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 바 있으며, 2022년에는 두 그룹이 동남아 벤처캐피탈 투자를 위한 펀드를 결성했다. 지난해에는 디지털금융 분야 협력강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차남인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디지털전략실장은 사회 초년생 시절 SBI그룹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기도 했다.

이 같은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것은 교보생명 입장에서 매우 유리한 포석이 된다. 현재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교보생명으로서는 외부 대주주의 자본력을 끌어들이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안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일본 SBI그룹은 자본 참여는 하되, 경영 간섭은 최소화하는 전략적 투자자 성격이 강하다. 이는 교보생명이 지배구조 안정과 외부 자금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거래가 교보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지난 1월 10일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 계성원(연수원)에서 열린 ‘2025년 출발 전사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교보생명

합종연횡으로 지주사 전환에 속도

오랜 시간 교보생명의 발목을 잡아 온 풋옵션 분쟁도 마침표를 찍었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어펄마캐피탈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5.33%를 인수하며 분쟁의 실마리를 풀었고, 이후 3월에는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교보생명 지분 각각 9.05%와 4.5%에 대해 주당 23만4,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2012년 결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도 사실상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손해보험, 저축은행, 캐피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다양한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의하면 생명보험사는 자기자본 대비 일정 비율을 초과해 출자할 수 없는 데다, 비금융·비보험 계열사에 대한 투자도 제한된다. 반면 금융지주사는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받아 관계사 투자 한도가 2~3배 이상 증가해 핀테크,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한다면 생명보험업계 최초 사례가 된다.

저축은행 인수와 함께 우선 검토된 방안은 손해보험사 인수다. 고령화로 인해 성장이 둔화한 생명보험과 달리 손해보험은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꾸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M&A 시장에는 롯데손보와 MG손보, 악사손보 등이 원매자를 찾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풋옵션 분쟁 해결로 교보생명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물론, SBI저축은행 인수로 외연 확장 또한 본격화하는 모습”이라며 “향후 금융·비금융 계열사 확대를 위한 M&A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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