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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저축은행 지분 50%+1주 단계적 취득 추진 생보성 중심 사업, 손보사 통해 경쟁력 확보 건전성 추락한 롯데·MG손보 인수 불투명

교보생명이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손해보험사와 캐피탈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손보사 인수를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특히 과거 자회사였던 악사손해보험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교보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박차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SBI저축은행 인수를 결정한 데 이어 손보사와 캐피탈사 인수도 타진 중이다. 교보생명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9,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교보생명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 승인을 받은 뒤 올해 하반기 중으로 30% 지분을 취득한다. 이후 오는 2026년 10월까지 나머지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국내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일본 종합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가 85.2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인수를 시작으로 20년 동안 숙원사업이었던 금융지주사 전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교보자산신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악사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해 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보사와 캐피탈사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생명보험사다. 교보생명이 지주사로 전환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선 손보사와 캐피탈사 인수가 필수적이다.

롯데손보 몸값 부담
교보생명은 손해보험사 인수를 우선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은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이 있다. 이 중 롯데손보는 우리금융 매각이 최종 무산된 이후 상시매각체제 상태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으나,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매각가로 2조~3조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롯데손보의 몸값이 비싸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도 롯데손보의 몸값이 과하다는 평이 비등하다. 여기에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롯데손보의 지급여력(킥스)비율은 2023년 말 213.2%로 금융 당국 권고치인 150%를 웃돌았으나, 매 분기 하락하며 지난해 말 기준 154.6%를 기록해 권고치를 겨우 넘겼다. 지난해 2월 800억원, 같은 해 6월 1,4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자본을 확충했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롯데손보는 올해 2월에도 1,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이를 연기했다.
특히 금융 당국이 올해 중 기본자본을 중심으로 한 킥스비율 도입을 예고해 롯데손보의 건전성 방어는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납입자본금·이익잉여금 등 보험사의 핵심 자본만을 기준으로 건전성을 평가한다. 롯데손보가 과거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확보한 자본은 가용자본으로 기본자본 킥스비율 산정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기본자본은 -275억원으로, 직전 분기(1,988억원)와 비교해 급감했다. 이에 따른 킥스비율은 -1.56%다. 금융 당국이 기준치를 70%로 정할 경우,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을 늘려야 한다.
MG손보 인수 가능성↓, 악사손보 재인수 관측
MG손보 인수 가능성도 낮게 점쳐진다. MG손보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지만, 부실금융사로 지정돼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주관하고 있다. JC파트너스에 인수된 후에도 MG손보의 손해율 등 건전성은 개선되지 못했고, 결국 금융위가 2022년 4월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뒤 2023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아직도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MG손보를 정리하는 방안으로 재매각보다 청·파산 또는 계약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28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MG손보 처리와 관련해 "실현 가능한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되면 다음 달이라도 조속히 방안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를 포기한 이후 금융당국이 이달 안에 확정안을 발표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시장 혼란과 보험 계약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 처리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MG손보 처리방식과 방안 발표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며 "시장질서와 보험 계약자 보호,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된 의견을 실무 차원에서 청취하고 있으며 방안을 늦지 않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보생명은 MG손보가 부실금융사로 지정되기 전에도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는 않았다.
이에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이 잠재 매물인 악사손보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악사손보의 지난해 말 순이익은 19억원으로, 전년보다 89.1% 감소했다. 하지만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은 213%로 우량 보험사의 기준인 200%를 상회했다.
악사손보가 교보생명의 자회사였던 점도 인수에 긍정적 요인이다. 악사손보는 2000년 코리아다이렉트로 출범했는데, 이듬해 교보생명에 매각돼 교보자동차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교보생명은 이 회사를 2007년 악사그룹에 매각했다. 교보생명이 지분 50%를 보유한 교보악사자산운용도 교보생명과 악사그룹의 합자회사다. 이 회사는 1988년 교보투자자문으로 출범했으나, 2008년부터 교보악사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해 현재까지 영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