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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액가맹금 소송 봇물, PEF 초대형 리스크로 작년 9월 피자헛 본사 ‘부당’ 판결 이후 확산 BHC·버거킹 등 PEF 소유 프랜차이즈 점주들 성토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이 프랜차이즈업계를 덮치면서 외식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피자 업종에서 시작된 차액가맹금 소송이 치킨, 아이스크림, 카페 등 업계 전반으로 퍼져 나가면서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식음료(F&B) 포트폴리오를 가진 펀드들은 급히 내부 검토에 들어갔고, 잠재 원매자들은 상황을 주시하며 숨을 고르고 있다.
PEF 운용사들, 차액가맹금 소송 대비 내부 검토 착수
2일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인 PEF 운용사들은 차액가맹금 소송 이슈를 대비하기 위해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미 국내의 대형 로펌들을 선임하며 대응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펀드가 보유 중인 프랜차이즈 몇 곳의 점주들이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파장이 예상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차액가맹금이란 본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식자재, 포장재 등 원재료 가격에 붙인 마진을 의미한다. 국내 외식업 프랜차이즈 본사의 약 90%가 차액가맹금을 주된 수입원으로 삼아왔다. 가맹점 한 곳이 본사에 지급하는 평균 차액가맹금은 2,300만원(2023년 기준)으로, 매출의 4.2%를 차지한다.
하지만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차액가맹금이 합리적인 수준인지 알 수 없고, 가맹계약서에도 해당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아 법원이 잇따라 가맹점주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필수 품목과 관련된 공급가 산정 방식을 명시하도록 하면서 차액가맹금에 관한 사항은 가맹 계약서의 필수 기재사항이 됐다.

피자헛 2심 판결, ‘부당이득 반환’이 기폭제
국내에서 차액가맹금 소송이 본격화한 건 한국피자헛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2020년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가맹본부가 점주들에게 75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고, 2심에서는 반환 금액이 210억원으로 확대됐다.
법원이 누적 차액가맹금 반환하라고 판단하자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소송전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다섯 달 동안 10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1,923명이 본사를 상대로 그간 걷어간 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브랜드별로는 롯데슈퍼·롯데프레시 108명, BHC 330명, 배스킨라빈스 417명, 교촌치킨 247명, 푸라닭치킨 162명, BBQ치킨 68명, 굽네치킨 208명, 투썸플레이스 273명, 처갓집양념치킨 52명, 두찜 58명 등이다.
소송에 나선 점주들은 1인당 최소 100만원의 차액가맹금을 본사에 떼였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소송에 동참한 점주 수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소송가액은 약 19억원이다. 그러나 소송 과정에서 연도별로 납부한 차액가맹금 액수가 추가로 확정되면 소송가액은 더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차액가맹금은 단순한 이익이 아니라 브랜드 홍보와 점주 지원에 재투자하는 자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또한 본사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필수 구매 품목에 대해 과도하게 높은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는 점, 불필요한 필수 품목 지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본사가 원재료 구매 비용과 마진 구조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프랜차이즈 본부에서는 정보공개서를 통해 평균 구매 비용만을 공개하고 있다. 아울러 품목이나 납품가가 변경될 경우 이를 고지받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PEF 최대 목표는 ‘투자금 회수’, 점주들 쥐어짜 이익 챙겨”
일부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PEF들의 ‘쥐어짜기’식 프랜차이즈 경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단기수익을 확대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PEF 특성상 점주와의 상생보다는 납품가 인상, 무리한 출점 등으로 본사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PEF 입장에선 가맹점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필수 구매 품목 확대 조치 등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야 재매각하기 쉽다.
문제는 가맹점주들에게는 협상권이 없어 점주와 본사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BHC, 버거킹, 투썸플레이스, 맘스터치, 메가커피 등 최근 몇 년간 점주와 본사 간 갈등이 불거진 프랜차이즈 상당수는 PEF가 최대주주인 경우다. 일례로 버거킹은 미국에선 로열티 및 광고비를 8.5% 받지만 국내에서는 10.5%를 받는다. 물류마진(3.64%)도 추가로 가져간다. 이에 버거킹 점주들은 최근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에는 전체 가맹점주 절반 이상인 70명가량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썸플레이스도 비슷하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공급가격 인상 등으로 투썸플레이스 가맹점주의 연평균 매출액은 2018년 5억3,437만원에서 2021년 5억605만원으로 뒷걸음질쳤다. 반면 같은 기간 본사 매출액은 2,687억원에서 4,11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차액가맹금도 2019년 3.6%에서 2021년 7.65%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투썸플레이스는 CJ에서 운영하다 2019년 PEF 앵커에쿼티가 최대주주가 된 뒤 2021년 또 다른 PEF인 칼라일그룹으로 넘어갔다.
이에 IB업계에서는 차액가맹금 소송과 가맹점주들의 집단 반발로 우발 채무의 위험성이 드러난 이상 PEF들이 현재 출회된 F&B 매물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집단소송이 진행되는 업체의 경영권을 인수할 원매자가 없는 데다, 매각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폭 할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IB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한국피자헛 사건 판례가 만들어지면 후속 소송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통상적으로 1심부터 상고심까지 2~3년이 걸리는 만큼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핵심 수익원인 차액가맹금 수취가 법적으로 가로막힐 수 있어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