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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고 키운다” CJ제일제당, 굵직한 매각 줄줄이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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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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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사업부·CJ셀렉타 매각 무산
식품·신약개발 중심 '사업 재편'
실탄 확보 후 ‘제2의 슈완스’ 인수 어려워져
CJ제일제당 사옥/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부와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의 매각을 모두 철회했다. 당초 CJ제일제당은 이들 매각을 통해 5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에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이 다시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매각이 무산되면서 모든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5조 알짜 바이오 사업 매각 철회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그린바이오 사업부와 CJ셀렉타의 매각을 연이어 철회한다고 밝혔다. 원래 CJ제일제당은 이들 기업을 매각해 얻은 현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형 M&A에 뛰어들 계획이었다.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시장 변화 때문이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원래 '라이신(Lysine)' 비중이 큰 회사다. 라이신은 동물 사료에서 첨가되는 필수 아미노산으로 글로벌 아미노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값싼 중국산 라이신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수익성이 점차 떨어졌다.

이 때문에 CJ제일제당은 고수익 스페셜티 품목을 확대하면서 라이신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CJ제일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내 라이신 비중은 2017년 38%에서 2023년 18%로 줄었다. 문제는 고수익 제품으로 꼽히는 '트립토판(Tryptophan)' 역시 경쟁 심화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사업 중심을 '레드바이오'로 재편하기로 하고 바이오사업부 매각에 착수했지만 이를 다시 거둬들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CJ제일제당이 매각 건을 철회한 데는 사실 매수자 측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린바이오 부문 매각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측에서 매수 의사를 먼저 밝혀왔다가 MBK의 또 다른 투자사인 홈플러스에 문제가 생기면서 흐지부지됐다. 홈플러스 논란으로 MBK가 금융권으로부터 인수금융을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결국 가장 강력한 원매자가 사라지면서 CJ제일제당도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매각 대신 '육성'으로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정세 변화로 바이오 사업의 가치가 재조명되자 CJ제일제당은 매각이 아닌 '육성'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럽연합(EU)이 1월 중국산 라이신에 58.3~84.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유럽 수요가 비중국산으로 이동했고 CJ제일제당이 대체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1월 유럽 내 라이신 가격은 kg당 2.8유로(약 4,432원)로 전년 대비 두 배 상승했으며, 2월에도 같은 기간 65% 가까이 올라 수익성 개선 여지가 커졌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은 미국 아이오와를 포함해 전 세계 11개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미·중 무역 갈등 등 공급망 불안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CJ제일제당 측은 "유럽과 북미에서 라이신 등 글로벌 아미노산 시황 회복이 본격화되는 만큼, 다변화된 생산 거점을 통해 관세 분쟁에 대응할 것"이라며 "트립토판 등 고수익 품목의 전략적 가격 운영을 통해 시장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성장 전략 전환에 따라 사업 구조 개편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그린바이오와 친환경 소재를 생산하는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묶어 분사하는 방안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바이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추진한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 매각이 무산되자, 단기 매각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레드바이오 부문을 2021년 인수한 천랩과 통합해 CJ바이오사이언스로 독립시킨 전례와 맥을 같이한다.

CJ셀렉타 지분 매각도 철회키로

실제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뿐 아니라 2023년에 발표했던 CJ셀렉타 매각 계획도 철회한 상태다. CJ제일제당은 2023년 10월 번지알리멘토스 S.A.와 직접 보유한 CJ셀렉타 지분 10%와 CJ제일제당의 특수목적법인(SPC) CJ라탐(CJ LATAM)의 보유 지분 56% 등 CJ셀렉타 지분 총 66%를 처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처분하는 지분은 4,800억원 수준이다.

CJ셀렉타는 CJ제일제당이 인수한 브라질의 농축대두단백 기업으로, 2023년 매각 당시 CJ제일제당은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CJ제일제당 측은 계약 해제에 대해 "거래 선행 조건의 충족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경영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계약상 권리를 행사해 거래상대방에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형 M&A시장에 CJ제일제당에 뛰어들 여력이 줄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M&A한 후 미국 시장에서 성장할 기반을 갖췄다. ‘제2의 슈완스’ 발굴로 글로벌 식품 종합 기업으로 발돋움하려고 했는데 당장은 실탄이 부족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별 기준 CJ제일제당의 지난해 현금성 자산은 967억원 수준이었다. 전년도 현금성 자산(6,353억원)과 비교하면 84.7%나 감소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큰 M&A를 성사해 한 번 더 도약을 꿈꿨을 텐데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며 “남의 돈(차입)으로도 M&A에 나설 수는 있겠지만 현금 곳간을 채워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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