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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방산 고압책’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한국·유럽 기업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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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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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퍼스트' 방산 정책의 역설
구매국들, 美 대신 한국·유럽 '눈길'
K국방, 기술력·맞춤 지원 강점
영국 군인이 스웨덴 사브(Saab)사가 개발한 신형 경량 대전차 미사일(NLAW)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사진=영국 국방부(MOD)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방 수출 분야에서 강압적인 수출 정책을 펴면서 외교적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공갈과 갈취 혐의를 포함해 논란을 빚는 사건들이 잇따르자, 미국산 무기 주요 구매국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공급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한국과 유럽의 국방 산업이 믿을 만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국가들, 방산 자생력 확보 강화

18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 팔리시 다이제스트는 미국 외교 전담 기관·프로그램의 대폭 축소와 폐지가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약화시키는 가운데, 스웨덴 사브(Saab), 프랑스 다소항공(Dassault Aviation),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 같은 유럽 기업과 한국 기업들이 공백을 파고들 기회를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이었으나, 동맹국을 압박하고 거래 중심으로 대하는 정책, 외교기관 축소,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시장 지배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세계 1위 무기 수출국 지위를 지켜온 미국이 동맹과의 정치적 갈등을 지속할 경우,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동맹을 파트너보다 고객으로 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를 우선시하는 접근 방식은 미국의 국방 공약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약화시켰다. 실제 캐나다와 포르투갈 등은 이미 미국 록히드마틴과의 F-35 도입 협상이 틀어질 경우 스웨덴 사브나 한국 등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공백 파고드는 K-방산

스웨덴 대표 국방기업 사브는 오랜 기간 유럽 무기 수출 시장에서 주요 공급자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사브의 그리펜(Gripen) 전투기는 미국산 F-16에 버금가는 성능으로 평가받으며 브라질,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여러 나라에 수출길을 열었다. 올해 1분기 기준 사브는 유럽의 국방 수요 급증 덕분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생산능력 확대와 고객 납품에 집중하고 있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의 무기 수출액은 사브의 실적 덕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사브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같은 움직임은 포르투갈, 캐나다 같은 새 회원국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미국산 F-35 전투기에 '킬 스위치(원격으로 무기 작동을 중단시키는 장치)'가 탑재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외교가의 불안감을 키웠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의혹 해소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동이 외교적 실패로 끝난 데다, 미 행정부가 나토와 유럽을 향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키웠다. 이 같은 배경에서 캐나다와 포르투갈 등은 사브의 그리펜-E를 대안으로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럽의 손꼽히는 항공우주·국방 기업으로, 미국 경쟁 기종에 필적하는 군용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이름나 있는 프랑스 다소항공도 약진하고 있다. 다소항공의 대표 기종인 라팔(Rafale)은 그리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인도네시아, 인도, 카타르, 이집트, UAE 등 8개 나라에 수출했고,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새로운 잠재 구매국과도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외 다른 나라들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최대 무기제조업체 라인메탈은 다수 유럽연합(EU) 회원국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포와 방공 시스템 수요가 급증하면서 라인메탈은 사업 확장의 기회를 잡았고, 여기에 최근 독일군의 재무장은 물론 유럽의 국방 공급망 강화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라인메탈은 독일군의 전력 증강과 자립 국방 역량 강화에 중추적인 구실을 할 전망이다.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중동

러시아의 군사력과 점점 국수주의적으로 변하는 미국에 맞서 방위 기술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는 가운데, 한국 국방 산업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주요 방산기업들이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지난 1월 한국 국방 수출액은 세계적인 수요 증가에 힘입어 95억 달러(약 13조3,000억원)를 달성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혁신 기술과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재 폴란드, 튀르키예, 핀란드, 이집트,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 여러 나라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 등 주력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애초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고자 개발된 한국산 무기체계는 유럽 국가들이 포탄 재고를 확충하는 데 긴요하게 활용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2023년 우크라이나의 극심한 포탄 부족 사태는 이러한 평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도 올해 K-방산 수출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끼리끼리 동맹을 바탕으로 방산 시장에 대한 빗장을 강화하는 유럽과 달리, 중동 지역은 이웃 적대 국가나 내부 반군 등의 위협 영향으로 항상 군 현대화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중동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레바논 8.9%, 사우디아라비아 7.1%, 오만 5.4%, 이스라엘 5.3%, UAE 5.3%, 요르단 4.9%, 쿠웨이트 4.9%로 세계 평균(2.3%)보다 높다. 휴전국인 한국 국방비 비율(2.8%)의 2~3배에 달하는 수치다. 무기 도입사업을 늘리는 중동 지역의 연간 방산 시장 규모는 약 286억 달러(약 40조원)에 이른다. 현재 20%대인 역내 무기 조달 비중을 2035년까지 60%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유럽연합(EU)과 온도 차가 크다.

K-방산 방공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성비와 빠른 납기로 요약된다. 2023년 무장 정파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로켓 공격에 대해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해 온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은 하마스 로켓의 ‘소나기 기습공격’에 허점이 드러났다. 이후 중동 국가들은 한국의 방공력에 눈을 돌렸다. 2022년 UAE에 이어 2023년 사우디, 2024년 이라크가 ‘천궁-Ⅱ’(M-SAM 2)를 수입했다.

방공망에 이어 다른 무기 체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22년에는 이집트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에는 이라크와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처음으로 국산 헬기 수출이 성사됐다. 과거 UAE와 천궁 수출 계약을 맺은 이후 주변국으로 수출이 확대된 만큼 이번 수리온 수출이 이라크 주변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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