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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자체 설계 SoC 'Xring 01' 공개 예정 고급 스마트폰 시장 공략하는 화웨이 칩 설계 사업부 美 반도체 수출 규제, 오히려 中 등 밀어줬다?

샤오미가 자체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준수한 성능을 갖춘 신규 칩을 출시하는 등 시장 입지 확보를 위해 힘을 쏟는 양상이다. 미국은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수출 규제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지만, 이 같은 규제가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있어 실제로 '장애물'이 될지는 미지수다.
샤오미의 반도체 자립 시도
19일(이하 현지시간) 레이쥔 샤오미 창립자 겸 CEO는 웨이보를 통해 향후 10년간 총 500억 위안(약 6조9,000억원)을 자체 칩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샤오미에 따르면 지금까지 샤오미가 칩 R&D에 투입한 비용은 135억 위안(약 1조8,700억원)에 달하며, 올해에만 60억 위안(약 1조 1,57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R&D 전담 인력도 현재 2,500명 이상으로 확대됐다.
단순 R&D를 넘어 실제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샤오미는 오는 22일 열리는 창립 15주년 발표 행사에서 자체 설계한 3나노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Xring 01’을 정식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Pengpai S1'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된 이후 수년 만에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Xring 01은 3나노 2세대 공정 기반의 SoC로, 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 15S 프로’를 비롯한 샤오미의 스마트 디바이스 전반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칩 제조 파운드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3나노 공정이 필요한 만큼 TSMC나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한 외주 생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Xring 01의 성능은 시장 핵심 제품들에 비견할 만큼 준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바일 기기 성능 측정 전문 플랫폼 긱벤치에 따르면 Xring 01은 하나의 코어(작업 단위)로 얼마나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싱글코어 부문에서 2,709점, 여러 개의 코어가 동시에 작업할 때의 전체적인 성능을 나타내는 멀티코어 부문에서 8,125점의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현존 모바일 SoC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퀄컴 스냅드래곤8 Gen4(싱글코어 3,215점, 멀티코어 1만51점)나 미디어텍 디멘시티 9400(싱글코어 2,904점, 멀티코어 8,812점)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성적이다.
화웨이 칩 사업도 '급성장'
업계에서는 향후 샤오미가 퀄컴 등을 밀어내며 중국 현지 시장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퀄컴은 미국 반도체 수출 규제의 '빈틈'을 이용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최신 칩셋을 공급 중이다. 샤오미가 지난해 선보인 ‘샤오미 15’ 시리즈에도 퀄컴의 최신 칩셋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탑재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샤오미가 당장 퀄컴 칩셋을 대체하기보다는 일부 저가 스마트폰에 자체 AP를 도입한 뒤 점차 기술력 향상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샤오미가 실제로 기술력 증진에 집중할 경우, 중국 고급 스마트폰 시장은 한동안 화웨이가 호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웨이의 칩 설계 사업부인 하이실리콘(HiSilicon)은 현지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의 2024년 매출은 '중국 내 강력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약 100% 급증했다.
푸라 70 및 메이트 70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도 크게 확대됐다. 하이실리콘은 지난해 전 세계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SoC 시장의 12%를 점유하며 시장 3위 업체로 올라섰다. 1위는 59%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한 퀄컴, 2위는 13%의 점유율을 확보한 삼성전자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화웨이의 칩 부문이 올해도 3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美 수출 규제 '역효과' 우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매서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의 규제 수위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성능 AI 칩인 H20의 수출을 제한하고, 미국산 반도체에 위치 추적 기술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3일에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화웨이의 어센드 칩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어센드 칩을 포함한 중국산 고성능 칩이 미국산 소프트웨어, 설계 도구(EDA), 미국산 반도체 장비 등을 사용해 설계·생산됐다면 이는 미국 수출 통제법을 위반한 것이란 논리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출 통제 조치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밀컨 콘퍼런스 2025'에서 "경제적인 이득이나 국가 안보를 이유로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논리가 있지만, 이는 상대국 정부가 자국 내 컴퓨팅 역량을 활용하는 데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며 "그들은 이미 가진 컴퓨팅 자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AI 칩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에 AI 칩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황 CEO는 "우리가 특정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완전히 떠난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거머쥘 것"이라며 "예를 들어 화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formidable) 기술 기업 중 하나이고, 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이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 시장을 이탈할 경우, 빈자리를 차지한 현지 기업들이 오히려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제한된 사이에 중국 (AI 칩) 시장은 몇 년 후 아마도 약 500억 달러(약 69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놓친 시장은 엄청나게 거대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것이 우리가 누릴 수 있었을 비즈니스 기회"라며 "(이 같은 수익을 미국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달러로 세금을 돌려받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우리의 기술을 훨씬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