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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2027년 중 韓 출시 차량에 자율주행 기술 탑재 전망 韓, 中 전기차 기업들의 '선진국 진출 통로'로 낙점 현대차·기아 내수 시장 입지 축소 우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가 국내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가성비 차종을 앞세워 한국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데 이어, 자율주행 기술 도입까지 예고하며 현대자동차·기아의 입지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양상이다.
BYD, 자율주행 상용화 머잖아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BYD는 전 차종에 자율주행 기술을 배포하면서 공격적으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BYD의 주행 데이터 수집량은 2024년 하루 7,200만㎞에서 올해 1억 5,000만㎞로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행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자율주행 기술은 빠르게 진화한다.
왕촨푸 BYD 회장은 지난 3월 레벨3 자율주행 기술(운전자 개입하에 고속도로와 도심에서 자율주행을 수행하는 기술) 상용화 시점과 관련해 “2~3년이면 된다”고 자신한 바 있다. BYD는 이미 중국에서 레벨3 자율주행 라이선스를 확보한 상태다. 업계는 BYD가 늦어도 2027년이면 자율주행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국내 출시하는 전기차에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BYD가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전기차를 쏟아낼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핵심 플레이어인 현대차·기아의 시장 입지는 눈에 띄게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을 포함한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위상이 다르다. 지난해 기준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점유율은 약 40%에 그친다.

中 전기차 기업의 공습
BYD가 현대차·기아를 밀어낼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어느 정도 현실화한 상태다. 최근 들어 BYD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뚜렷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BYD의 소형 전기 SUV ‘아토 3’는 총 543대 판매됐다. 수입 전기차 단일 모델 기준 판매량 1위다. BYD 아토 3는 2022년 출시 이래 전 세계 시장에서 100만 대 이상 판매된 차량으로, 국내 정식 출고는 지난 4월 14일부터 시작됐다. 현재 계약 물량은 2,0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BYD 아토 3이 인기를 끈 배경은 '가성비'에 있다. 아토 3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3 등 라이벌 모델과 비슷한 최고 출력을 지녔으며, 전장과 전폭, 전고, 축거 등 차체는 경쟁 차종보다 더 크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이 미적용된 권장 소비자 가격은 기본 모델인 아토 3이 3,150만원, 추가 옵션이 더해진 아토 3 플러스가 3,330만원이다.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2,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한 지역도 있다.
BYD가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자,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도 국내 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커는 최근 국내에서 판매와 서비스를 담당할 딜러사 선정을 마치고,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전 사장을 지커코리아 신임 대표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커는 가성비 전략을 앞세운 BYD와 달리 고급 전기차를 출시해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첫 국내 출시 모델은 최근 상표가 출원된 중형 SUV ‘7X’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 한국 시장에 힘 쏟나
이처럼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한국 공략에 힘을 쏟는 것은 선진국 시장 진입을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최근 자국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공급 과잉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로벌 판매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특히 BYD의 경우 동남아·중남미·중동 등 신흥국 시장 수출을 빠르게 확대하며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핵심인 선진국 시장 내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유럽의 경우 2024년 10월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적용 중이며, 미국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판매 자체가 어렵다.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는 BYD가 토요타의 판매량을 앞지르기도 했지만, 일본의 전기차 침투율이 매우 낮고 토요타가 전기차 생산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다수 선진국이 중국산 전기차의 자국 시장 침투를 꺼리는 가운데,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 확장 통로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고 트렌드에 민감한 시장인 만큼, 차후 글로벌 상품 개발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용이하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진입 초기에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겨우 '출발점'일 뿐"이라며 "BYD 등이 자율주행 등 자체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면 현대차·기아 등의 내수 시장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