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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차세대 태양광 기술 내구성 입증
실리콘 셀 물리적 한계 극복 기술로 대두
기술력 입증한 중국과 시장 선점 경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이 개발한 신기술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이 높은 효율성과 내구성으로 국제 인증을 통과하며 양산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기존 실리콘 셀 위에 고효율 박막을 덧댄 해당 기술은 향후 태양광 산업 게임의 룰을 바꾸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이 시장을 선도했지만, 한화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조기 상용화를 통해 후발주자에서 선도주자로 도약하려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실리콘 셀 발전 효율 1.5배 달해
22일(현지시각) 한화큐셀 미국법인에 따르면 한화큐셀 독일 탈하임 파일럿 공장에서 생산한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 탑재 모듈은 최근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와 미국의 안전시험기관 언더라이터스래버러토리스(UL)의 내구성 시험을 통과했다. 이번 시험에서 한화큐셀의 탠덤 셀은 내구성 시험뿐만 아니라 전력 측정에 적용되는 특별 표준도 충족하면서 차세대 태양전지의 최초 상용화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12월에도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연구소(Fraunhofer ISE)로부터 대면적 M10(330.56㎠) 규격의 탠덤 셀의 발전 효율을 인증받은 바 있다. 당시 한화큐셀 M10 탠덤 셀은 28.6%의 발전효율을 기록했다. 학계에 의하면 탠덤 셀의 이론적 한계 효율은 44%에 달해 시중 실리콘 셀의 이론적 한계 효율인 29%에 비해 약 50% 높다.
업계에서는 한화큐셀의 탠덤 셀이 국제 인증을 통과함에 따라 상용화 9부 능선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탠덤 셀은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업성과 경제성 모두 뛰어난 제품”이라며 “고효율이 중요한 산업·발전용 시장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인 만큼 한화큐셀의 입지 또한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광 손실 최소화로 효율↑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새로운 반도체 물질을 하나 더 덧댄 구조의 차세대 태양광 기술이다. 탠덤(Tandem)이라는 단어는 그대로 ‘두 개가 나란히 작동하는’ 형태를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서로 다른 파장의 태양광을 각 층이 효율적으로 나눠 흡수하면서 발전량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뜻한다. 보통 상단에는 페로브스카이트 계열의 박막 물질이 사용되며, 하단에는 기존의 실리콘 셀이 자리 잡는다. 각각의 재료가 흡수할 수 있는 빛의 영역이 달라 광손실을 줄이고 발전 효율을 높이는 구조다.
이전까지의 태양광 기술은 실리콘 단일 재료에만 의존해 왔다. 하지만 실리콘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효율 상한선이 약 29% 안팎에 그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업계 전반에서 이어져 왔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은 이 한계를 뚫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온도와 일사량 변화에 따른 출력 변화 폭이 작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탠덤 셀은 더운 기후나 흐린 날씨에도 실리콘 단일 셀에 비해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페로브스카이트 및 실리콘 셀 모두와 접합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페로브스카이트 셀은 압축되었을 때 큰 극성을 띠지만, 규산염의 경우 작은 극성을 나타내는 탓에 인력을 이용해 결합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이 때문에 서로 다른 특성을 조정한 후 공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또 다른 문제점은 여러 층 중 하나에 손상이 가면 태양전지의 기능 자체가 멈출 수 있다는 점이다. 빛은 태양전지의 각 층을 순차적으로 통과하는 탠덤 셀의 특성상 페로브스카이트 셀이 손상돼 빛이 투과하지 못하면, 하층부 실리콘 셀도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각 층을 분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손상되지 않은 셀 또한 폐기해야 한다. 무사히 작동될 때의 효율 자체는 높지만, 고장 시 경제적 손실이 큰 셈이다.
양산 시점 두고 중국과 경쟁
지금까지의 탠덤 셀 기술 경쟁은 사실상 중국이 선도해 온 시장이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로 다수의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고, 기업들은 적극적인 상용화 실험을 통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투 중이다. 그 결과 중국 최대 태양광 기업 론지솔라(LONGi)의 탠덤 셀 태양전지는 발전 효율이 34.85%에 이르는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이는 이전 기록인 34.6%를 넘어선 것으로,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독립 검증을 받기도 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항상 반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만, 좀처럼 양산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탓이다. 한화큐셀이 설비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탠덤 셀의 기술 성과가 가시화한 만큼 상용화를 앞당겨 시장을 선제 장악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큐셀은 한국 진천 공장과 독일 탈하임 연구개발(R&D)센터, 판교 R&D센터의 유기적 협업을 토대로 탠덤 셀의 선도적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올해도 대규모 투자는 이어진다. 한화큐셀은 올해 6,232억원 수준의 설비 투자를 단행하는데, 이 가운데 1,365억원 가량이 탠덤 셀 라인에 투입될 예정이다. 홍정권 한화큐셀 대표는 “태양광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고효율 탠덤 셀이 상용화되면, 태양광 에너지의 효율과 경제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한화큐셀은 연구개발에 더욱 정진해 세계 최초로 탠덤 셀 양산에 성공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