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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서 콘텐츠 사내독립기업 분사 의결 메일·카페·검색·뉴스 등 5개 서비스 이관 포털 경쟁력 강화 이후 매각에 무게

카카오가 포털 다음(DAUM)을 몸통에서 떼어낸다. 지속되는 포털 점유율 하락으로 존재감이 희미해지자 독립된 의사 결정 구조하에서 생존을 모색하도록 결단을 내린 것이다. 또한 카카오의 몸집을 가볍게 해 시시각각 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체제를 만들겠다는 의도도 있다. 다만 검색 점유율이 이미 3%대로 추락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다음의 독자 생존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 결국 독립 법인
23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포털 다음을 담당하는 콘텐츠CIC(Company in Company·사내 독립기업)을 분사하고 ‘다음준비신설법인’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신임 대표로는 양주일 현 콘텐츠CIC 대표를 내정했다. 이로써 다음 사업 부문이 2023년 5월 CIC 형태로 출범한 지 2년 만에 별도 법인으로 떨어져 나오게 됐다. 신설 법인은 카카오의 100% 자회사다. 카카오는 “신실 법인은 독자적인 경영 구조를 기반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며 숏폼, 미디어, 커뮤니티 등 다음이 가진 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에 도전하고 인공지능(AI), 콘텐츠 등 카카오와의 시너지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신설 법인으로 이관되는 사업은 현재 콘텐츠CIC에서 운영하는 다음메일과 다음카페, 다음검색, 다음뉴스, 다음쇼핑 등이다. 카카오는 신설법인이 해당 서비스를 운영 대행하는 형태로 이어가며 온 연말까지 영업 양수도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는 다음준비신설법인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올해 6월, 11월 두 차례에 걸쳐 총 300억원을 출자한다.
다음이 포털 사업만 하는 독립법인으로 운영되는 것은 2014년 카카오와의 합병 이후 11년 만이다. 이에 대해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사된 회사가 재무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독립법인은 CIC에 비해 사업에 대한 자율성이 높지만, 스스로 이익을 창출해 회사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모빌리티·엔터까지, 카카오 군살빼기 한창
그러나 업계에선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군살빼기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영업 양수도가 통상 비핵심 사업 정리나 현금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할 경우 사용되는 전략이란 점에서다. 결국 대외적인 명분은 ‘독자적인 경영 구조를 기반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었지만 지금 다음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거추장스러운 짐이 돼 버린 사업부문을 몸통에서 떼 내버린 모양새가 됐다.
카카오는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인공지능(AI)·카카오톡 관련 사업부를 제외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카카오VX, 카카오모빌리티는 매각을 추진 중이며, 카카오헬스케어도 잠재적 매물로 언급된다. 매각 대상이 된 계열사들은 외부 투자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IPO(기업공개)를 시도했지만, 정부 규제나 성장성 측면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아 상장이 무산됐고 자금 회수가 요원하자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2년 전에 이어 또 매각을 추진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사업 점유율 95%의 독과점 사업자로 정부 규제 대상이다. 게다가 상장 추진 과정에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까지 받아 상장이 물건너 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한국투자·오릭스PE 등이 참여한 TPG 컨소시엄(24.51%), 칼라일(6.17%) 등이 주요 주주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또한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앵커PE가 12%,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5.1%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김범수 창업자 등이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데다 콘텐츠 실적 악화로 몸값이 낮아져 상장이 어렵다. 카카오게임즈 골프 자회사인 카카오VX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뮤렉스파트너스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으며,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 119억원에 영업적자 349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검색 엔진 점유율 추락, 경쟁력 회복이 매각 판가름할 듯
다음 역시 서비스 운영 비용은 크지만 검색 점유율은 3% 안팎으로 밀려나면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한때 ‘국민 포털’로 불렸으나 지금은 검색 시장 내 지위가 추락했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국내 검색엔진 시장에서 다음의 점유율(5월 평균)은 양사 합병 직후인 2015년 12.48%에서 2020년 6.07%, 올해 3%대로 지속 하락했다. 네이버가 1위 자리를 지키는 와중에 다음은 구글, 빙(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검색엔진에 잇따라 추월당한 결과다.
이에 카카오는 올해만 두 차례에 걸쳐 다음 애플리케이션(앱)을 전면 개편하는 등 체질 개선을 꾀했지만, 점유율 회복은 요원하기만 하다. 22일 기준 다음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3.05%로 2022년 5월(5.96%)보다 3%가량 감소했다. 네이버(63.53%)와 21배 이상 차이다. 같은 기간 다음 매출이 포함된 포털비즈의 매출 추이도 2022년 4,240억원에서 2023년 3,440억원, 2024년 3,320억원으로 3년새 21.7% 줄었다. 올 1분기 매출은 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가량 감소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다음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3%대에서 허덕이는 점유율은 어떻게든 반등의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겠으나, 이메일 대신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소통하고 포털 검색엔진 대신 유튜브나 생성형 AI로 필요한 콘텐츠를 찾아보는 트렌드 변화에는 현 체제를 유지한 상태로 대응할 도리가 없어서다.
더욱이 신설법인이 카카오의 100% 자회사임을 고려하면 법적으로는 독립되지만 모회사인 카카오의 소유권과 의사결정권은 실질적으로 유지되는 구조다.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선 지분을 줄여야 하는데 가치평가와 실사, 계약 구조 설계 등 단계별 준비가 필요해 즉시 매각 가능성은 줄어들게 된다.
다만 다음의 자체 경쟁력 강화 추이를 지켜본 후 상황에 따라 매각을 추진할 수도 있단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최초로 분사 가능성을 밝혔던 지난 3월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분사 이후 지분 매각도 감안하고 있다'는 언급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0% 자회사의 경우 하나의 법인 단위로 돼 있어 사업 평가 및 계약 체결 등이 쉽고,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외부에 넘기기만 하면 돼 매각 구조가 단순하다"며 “실제 매각 여부는 신설법인의 향후 서비스 혁신 방향성과 시장 점유율 회복 등 성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