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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4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 테슬라 넘어서 가격 경쟁력 무기 삼아 시장 공략 현지 생산 기지 확보에도 '박차'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비야디(BYD)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처음으로 테슬라를 추월했다.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현지 전기차 수요를 빠르게 흡수,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럽 영향력 확대하는 BYD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은 시장조사기관 제이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를 인용, 4월 한 달 동안 유럽에서 총 7,231대의 비야디 순수 전기차(BEV)가 등록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테슬라(7,165대)의 등록 대수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제이토 다이내믹스의 펠리페 뮤노스 애널리스트는 "두 브랜드의 판매량 차이는 크지 않지만, 그 의미는 엄청나다"면서 "특히 테슬라가 수년 동안 유럽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 온 반면, BYD는 2022년 말에야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통계가 유럽 자동차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유럽 시장에서 수개월째 고전 중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발언 등이 소비자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 경쟁력이 약화한 것이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내 테슬라 차량 신규 등록은 지난 1월 작년 동월 대비 50% 급감했으며, 이어 2월(-47%)과 3월(-36%)에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BYD의 지난달 전체 유럽 자동차 판매량(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포함)은 전년 동기 대비 359% 급증했다.

BYD 차량,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BYD가 유럽 시장에서 급성장한 것은 강력한 가격 경쟁력 덕분이다. BYD는 유럽 시장에 돌핀 서프, 아토 3, 씰 U, 한, 시걸 등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한 모델을 다수 출시하며 현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BYD의 대표 모델인 돌핀 서프는 유럽 기준 2만2,990유로(약 3,570만원)에 출시됐다. 이는 르노 조에(3만3,000유로), 폭스바겐 ID.3(3만9,000유로) 등 경쟁 모델 대비 월등히 저렴한 수준이다.
BYD의 중형 SUV 아토 3의 유럽 현지 판매가는 3만7,990유로(약 5,900만원)로, 동급 모델인 테슬라 모델 Y(4만4,890유로)보다 약 1,000유로(155만원) 이상 싸다. BYD 프리미엄 세단 ‘한’ 역시 유사 고객층을 노리고 출시된 테슬라 모델 S(9만4,990유로) 대비 대폭 저렴한 7만800유로(약 1억99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BYD 초소형 전기차 시걸은 유럽에서 약 9,540유로(한화 약 1,500만원)에 출시됐다. 이는 기존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로 알려져 있던 다치아 스프링(2만800유로)보다 50% 이상 낮은 가격이다.
BYD 유럽 거점은 '헝가리'
BYD는 헝가리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 전략을 강화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말 BYD는 헝가리에 유럽 내 첫 번째 승용차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공장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수십만 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될 예정이다. 이달 16일에는 BYD의 유럽 본사와 연구·개발(R&D) 시설이 헝가리에 설립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BYD가 헝가리를 유럽 공략용 거점으로 삼은 것은 헝가리에 상당한 투자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헝가리는 EU 중심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 여건이 좋고, 노동력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며 "헝가리 정부가 세금 감면·보조금·인프라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도 헝가리를 생산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생산 역량이 성공적으로 확보될 경우, BYD의 유럽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지 생산이 가능해지면 EU 역외에서 차량을 생산·수출할 때 발생하는 관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U는 2024년 10월 30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5.3%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유럽 전기차 산업에 불공정한 경쟁을 초래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BYD는 당시 EU로부터 17%에 달하는 관세율을 부과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