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보잉 787-8 드림라이너, 이륙 1분 만에 급강하 후 폭발 수년째 반복되는 안정성 논란, 시장 신뢰 훼손 신임 CEO 이미지 쇄신 노력 '물거품'

미국 항공기 제조 업체 보잉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인도 아메다바드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에어인디아 여객기가 보잉의 최신 기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보잉 여객기의 안전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심화한 것이다.
에어인디아 보잉 여객기 추락
12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9분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州) 아메다바드 공항 인근에서 에어인디아 여객기가 추락했다. 사고 기체는 이륙 직후 1분이 채 되지 않아 급하강했으며, 공항 동쪽 메가니 나가르 지역의 주립 의대 숙소 건물에 충돌한 뒤 폭발했다.
추락한 여객기에는 승무원과 승객 242명이 탑승해 있었다. 국적은 인도 169명, 영국 53명, 포르투갈 7명, 캐나다 1명이다. 탑승자 중 생존자는 1명뿐이며, 여객기가 충돌한 숙소 건물 식당에서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무너진 건물에서 최소 30~35구의 시신이 수습됐고, 내부에 더 많은 사람이 갇혀 있다고 구조대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추락한 기체는 보잉사의 최신 중장거리 기종인 787-8 드림라이너(Dreamliner)였다. 드림라이너는 전 세계 70여 개 항공사가 1,175대 이상을 운항 중인 기체로, 2011년 운항을 시작한 이후 추락 사고가 발생한 전례는 없었다. 사고 기체는 2013년 첫 운항을 시작했고 이듬해 1월 에어인디아에 인도됐다.

누적되는 사고 사례
보잉 여객기는 수년 전부터 다수의 추락 사고를 내 왔다.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일어난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현지 항공사 라이온에어의 보잉 737 맥스 8 기체는 이륙 13분 만에 추락했고, 이로 인해 탑승객 189명이 전원 사망했다. 5개월 뒤에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이륙한 동일 기종이 추락하며 157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후 조사 결과 사고 기체의 조종특성증강시스템(MCAS)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MCAS는 비행기가 양력을 잃고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알래스카항공 보잉 737 맥스 9 여객기가 약 5,000m 상공에서 비행 중 창문과 벽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보잉은 해당 사건으로 인해 신뢰도 측면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이는 데이브 캘훈 전 보잉 CEO의 사퇴로 이어졌다. 캘훈 전 CEO의 빈자리는 엔지니어 출신 인사인 로버트 켈리 오트버그 CEO가 채웠다.
신형인 737 맥스뿐만 아니라 구형 기종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21년 1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출발한 737-500 기종이 바다에 추락해 탑승객과 승무원 등 62명이 숨졌다. 2022년 3월에는 737-800 여객기가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에 추락해 132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2월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기종 역시 보잉 737-800였다.
주가 회복세도 꺾여
사고 사례가 누적되며 시장의 신뢰가 훼손되자, 오트버그 CEO는 생산 정상화와 대형 수주 성과를 앞세워 기업 이미지 회복을 시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16년 만에 벌어진 파업을 마무리했으며, 지난달에는 2018년 발생한 라이온에어 추락 사고 관련 형사 기소를 면하는 조건으로 미 법무부와 합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속 보잉 주가는 최근 3개월 새 45%가량 오르며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오토버그 CEO의 '고군분투'는 이번 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 사고로 인해 재차 무의미해졌다. 사고 발생 이후 보잉은 오트버그 CEO 명의의 성명을 내고 "보잉 팀은 인도 항공기사고조사국(AAIB)이 주도하는 조사에 전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트버그 CEO가 에어인디아 회장과 통화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며 "이번 사고에 관한 정보는 인도 조사국의 판단과 발표에 전적으로 맡길 것"이라고 전했다. 사고 책임을 인정하고, 사후 대처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보잉의 여론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사고가 발생한 12일 뉴욕증시에서 보잉은 4.79% 떨어진 203.75달러(약 2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GE 에어로스페이스,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 등 보잉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 주가도 2% 넘게 하락했다. 보잉의 제품 안전성과 품질 관리 체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에어인디아 사고를 계기로 되살아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