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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반도체 허브로 부상한 동남아, 인텔·엔비디아·애플 등 이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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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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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마이크론 등 글로벌 빅테크 동남아행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이어 베트남 부상 
동남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 가능성 제기
인텔 페낭 공장/사진=인텔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관세 등의 불확실성 확대로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공장은 일반적으로 투자가 결정된 이후 본격적인 가동까지 3~4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이후에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인건비에 정부 주도 유치 전략이 주효

13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동남아시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SEMI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조립·테스트·패키징(ATP)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며 "이들은 대만, 한국 등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인접한 지리적 위치에 저렴한 인건비, 정부 주도 유치 전략, 세제 혜택, 낮은 생산 비용 등을 무기로 반도체 투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인텔, 브로드컴, 마이크론 등이 진출한 말레이시아는 세계 반도체 후공정의 13%를 점유하며 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공급망 허브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올해까지 1,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랜 기간 말레이시아에 후공정·조립 라인을 구축해 온 인텔은 최근 추가 투자를 단행해 첨단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설립 중이며 마이크론도 페낭에 두 번째 조립·테스트 공장을 신설했다. 반도체 직접 제조를 선언한 ARM도 말레이시아를 첫 생산 거점으로 낙점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생산의 20%를 담당하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6%를 차지한다. 현재 마이크론이 싱가포르 공장에서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해 설비 교체를 진행 중이며, 글로벌파운드리 역시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여기에 TSMC 계열사 뱅가드(VIS)와 NXP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 합작 법인을 세우고 78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정부 차원에서도 R&D 및 인재 육성을 위해 136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베트남으로 이전한 애플의 협력사 폭스콘 공장/사진=폭스콘

베트남 정부, 초기 투자 비용 최대 50% 지원

1970년대 이후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반도체 허브로 자리 잡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이어, 최근에는 베트남이 반도체 조립과 테스트 부문의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은 주변국에 비해 지원 인프라가 부족해 외면받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의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6년 106억2,000만 달러에서 2023년 150억1,000만 달러로 41% 증가했으며 올해는 반도체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의 투자 유치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1월 베트남 정부는 반도체·AI(인공지능) R&D(연구개발) 프로젝트 초기 투자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기 위한 법령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빅테크들도 잇따라 투자를 확정했다. 지난해 말 베트남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베트남에 AI 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앞서 확정한 2억5,000만 달러에 더해 추가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베트남 최대 기업 빈그룹 산하의 AI 스타트업 빈브레인 인수 계획도 공식화했다.

지난해 4월 베트남을 찾은 팀 쿡 애플 CEO는 베트남 정부 관계자와 만나 반도체 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에 합의했다. 애플은 지난해 말 기준 생산 파트너 공장 70여 곳, 공급업체 150여 곳을 통해 400조동(약 17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며 연내 애플워치·아이패드 20%, 맥북 5%, 에어팟 65%를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은 2023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고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며 암페어컴퓨팅, 마벨, 시러스로직, 인피니온, 스카이웍스 등 등도 베트남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전 공정 아우르는 생산시설 건립 추진

국가 수준의 중장기 전략도 마련됐다. 지난해 9월 판민찜 베트남 총리는 ‘베트남 반도체 산업 개발 전략 및 비전(결정문 1018/QĐ-TTg)’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의 단기 목표와 2050년까지의 장기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전략은 베트남을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 성장시키기 위한 3단계 로드맵으로 구성됐으며, 단계별로 설계·제조·패키징·테스트 분야의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을 위한 주요 과제와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1단계(2024~2030년)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적극 유치해 최소 100개의 설계 회사와 1개의 소규모 반도체 칩 제조 공장, 10개의 패키징 및 테스트 시설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 기간 반도체 산업의 연 매출 250억 달러, 부가가치 기여도 10~15%, 전자 산업 연간 매출 2,250억 달러, 부가가치 기여도 10~15% 달성을 추진한다. 또한 반도체 분야 엔지니어와 대학 졸업자 5만 명 이상을 양성해 글로벌 반도체 인력 센터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2030~2040년)는 글로벌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중점을 둔다. 연 매출 500억 달러 이상, 부가가치 기여도 15~20%를 목표로 하며, 제조·패키징·테스트 기술의 고도화와 산업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3단계(2040~2050년)는 연 매출 1,000억 달러, 부가가치 기여도 20%를 목표로 제시했다. 또 반도체 제조 공장 3개 이상, 패키징 및 테스트 시설 20개 이상을 구축해 글로벌 가치사슬 전반에 깊이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국가 전략과 맞물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최초로 반도체 전 공정 공장 건설에 나섰다. 올해 3월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정보통신부는 총 투자액 12조8,000동(약 5억 달러)의 웨이퍼 프로세스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이 시설은 반도체 연구, 설계, 생산, 패키징, 테스팅 등 반도체 산업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공장으로 구축되며 베트남 정부는 세제 우대 조치에 더해 총 투자액의 최대 30%까지 직접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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