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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완성차 제조사, 美 시장 점유율 37.4%까지 상승 관세 전쟁 속에서도 극단적 가격 인상 없었다 막 내린 美-日 관세 협상, 車 업계 숨통 트일까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 이후 6개월 동안 미국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확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부담 속에서도 판매가 인상을 최소화하는 경영 전략이 현지 시장에서 유효하게 작용한 결과다.
日 자동차, 美 현지서 '선전'
22일 일본 지지(時事)통신은 트럼프 관세의 역풍에도 불구,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차량(HV) 수요 등을 흡수하며 안정적인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자동차 조사 회사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6대 자동차 제조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36.7%에서 2025년 1~6월 37.4%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업계 1위 토요타의 점유율은 14.6%에서 15.3%, 혼다는 8.8%에서 9.1%로 확대됐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관세 전쟁' 한복판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수적인 가격 인상 정책이 있다. 일본의 6대 자동차 제조업체 중 최근 수개월 사이 미국 내 차량 판매 가격을 인상한 기업은 3곳에 불과하며, 인상을 택한 3곳 가운데서도 미국이 수입차에 부과한 관세율(25%)만큼 가격을 올린 기업은 스바루뿐이다. 미쓰비시는 3개 모델의 가격을 평균 2.1% 상향 조정하는 데 그쳤고, 토요타 역시 일부 모델의 판매가만 수백 달러 인상했다.
이들 기업이 판매가 조정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일본 완성차 업계의 미국 시장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6조261억 엔(58조8,6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일본 대미 수출 총액의 28.3% 규모다. 섣불리 가격을 인상했다가 현지 시장 점유율이 미끄러지면 기업 실적에 막대한 타격이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대미 수출 지표 악화일로
문제는 일본 완성차 기업들의 이 같은 경영 전략으로 인해 일본의 대미 무역수지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6월 무역통계(속보치, 통관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대미 수출은 1조7,071억 엔(약 15조9,82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4% 급감했다. 이는 5월(전년 동월 대비 11.0% 감소)보다 소폭 악화한 수치이자,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수출액 기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것은 다름 아닌 자동차(26.7%)였다. 다만 해당 기간 자동차 수출 대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저가형 차량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 대응한 결과다.
보수적인 가격 정책의 부작용이 가시화하자,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현지 생산을 늘리고 공급망을 재편하는 등 활로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쓰다의 모로 마사히로 사장은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공급업체들에 우리가 '생존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제프리 가이튼 마쓰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회사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쓰다는 2025년 3월에 종료된 회계연도 기준 총판매량의 30% 이상(43만5,000대)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스바루 역시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400억 엔(약 3,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혼다는 닛산과의 합병 협상이 결렬됐음에도 불구,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에서 닛산과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 사 협력이 현실화할 경우 닛산은 지금껏 활용도가 낮았던 미국 공장에서 혼다용 픽업트럭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美, 日 자동차 관세율 하향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 같은 '긴급대응' 체계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미국과 일본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며 완성차 업계가 짊어질 관세 부담이 대폭 경감됐기 때문이다. AP·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일본에 1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다음 달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부과하겠다고 밝힌 관세율(25%)보다 10%P 낮아진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고 그 어떤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일본과 위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자찬했다. 아울러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58조6,700억원)를 투자할 것이고 미국산 자동차, 트럭과 쌀, 일부 농산물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2.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모든 국가에 동일한 수준의 품목 관세를 부과해 왔던 미국이 일본과의 협의를 통해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산 자동차에는 기존 기본세율 2.5%를 포함해 총 15%의 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