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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 고령화 가속, 세대 역전 신입 채용 감소·퇴직 지연 영향 격차 가장 큰 업종은 ‘이차전지’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30세 미만 젊은 인력 비중이 50세 이상 고연령대보다 낮아지는 ‘세대 역전’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신규 채용이 줄고 고참 직원들의 퇴직은 늦어지면서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급기야 인력 구조의 순환이 둔화돼 세대 간 비중이 뒤바뀌는 전환점에 도달한 것이다.
20대 인력, 사상 첫 20% 밑으로
5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5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하고 2022년부터 연령별 인력 구성이 비교 가능한 기업 124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기업의 30세 미만 인력 비중은 전년보다 1.2%포인트 감소한 19.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50세 이상 인력 비중은 0.6%포인트 증가한 20.1%였다. 두 연령대의 비중이 역전된 건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30세 미만 인력 비중도 20% 아래로 처음 떨어졌다.
최근 3년간 30세 미만 직원은 2022년 23만5,923명(21.9%), 2023년 23만888명(21.0%), 2024년 22만1,369명(19.8%)으로 매년 줄었다. 반면 50세 이상은 2022년 20만6,040명(19.1%), 2023년 21만4,098명(19.5%), 2024년 22만4,438명(20.1%)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연령대 간 격차가 가장 컸던 업종은 이차전지로, 최근 3년간 30세 미만 비중이 9.7%포인트(7,789명) 줄었고, 50세 이상은 1.2%포인트(496명) 늘어 격차가 10.9%포인트에 달했다. 정보기술(IT)·전기전자 업종도 30세 미만 비중이 5.4%포인트(1만5,300명) 감소하고, 50세 이상은 3.1%포인트(6,933명) 증가해 8.5%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 절반 '20대 고용' 축소
세대 역전의 주된 원인은 20대 고용 축소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100대 기업 중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67곳 대상으로 조사 결과, 사회 초년생인 20대 임직원 수는 지난 2년 새 4만7,498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29만1,235명에서 2023년 26만4,091명, 지난해 24만3,737명으로 매년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 이상은 3만5,232명 늘어 전체 임직원수는 1만2,266명 감소에 그쳤다. 그 결과 대기업 임직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24.8%에서 이듬해 22.7%, 지난해 21.0%로 내리 감소했다. 동시에 조사대상 대기업의 절반이 넘는 56.7%(38곳)에서 청년 고용이 줄었다.
업체별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20대 고용 감소가 특히 눈에 띄었다. 2022년 43.8%였던 삼성디스플레이의 20대 비중은 지난해 28.4%로 15.4%포인트(p) 축소됐다. 이어 △SK온(12.3%p↓) △LG이노텍(8.9%p↓) △SK하이닉스(8.8%p↓) △삼성SDI(7.9%p↓) △NAVER(7.1%p↓) △삼성전자(6.6%p↓) △한화솔루션(6.4%p↓) △삼성전기(5.9%p↓) △LG디스플레이(5.6%p↓)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4대 그룹 주요 계열사 중 매출액이 가장 큰 대표 기업의 고용 변화를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의 20대 고용 규모는 지난 2022년 8만3,155명(30.8%)에서 2023년 7만2,525명(27.1%), 지난해에는 6만3,531명(24.2%)으로 해마다 1만여 명씩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3년간 축소된 20대 고용 인원만 1만9,624명에 달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특수로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20대 고용 인원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20대 고용은 지난 2022년 1만1,889명(29.6%)에서 2023년 9,833명(24.7%), 지난해 8,357명(20.8%)으로, 2년 새 8.8%p(3,532명)나 줄었다.
불확실성 속 경력 위주로 채용
기업들이 경제 불확실성 속에 수시채용을 늘리고, 경력에 무게를 싣는 전략을 택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올해 상반기 채용공고 14만4,181건을 살펴보면, 경력 채용만을 원하는 기업은 전체의 82.0%에 달했다. 이에 반해 순수하게 신입 직원만을 채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2.6%에 그쳤다. 대졸 청년 구직자의 53.9%(복수응답) 역시 취업 진입장벽으로 경력 중심의 채용을 지목했다. 청년 구직자의 53.2%는 대학 재학 중 직무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취업 시장에서는 경력직 선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신입보다 경력을 선호하고, 조직 경험을 최소한 몇 년 정도 한 경력 신입직인 이른바 '중고 신입' 또한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경력직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신입 비중은 낮아진 데는 자금 사정이 예년만 못해 곧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력 수요만 늘어난 데다, AI 도입 등으로 저숙련 팀원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와 더불어 기술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것도 신입 채용 축소를 이끌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기술 및 연구개발(R&D) 분야는 변화 속도가 빨라 기업 입장에선 신입 교육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한다”며 “경력직은 직무 전문성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 교육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