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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가이즈, 호실적에도 매각 추진 적정 매각가 511억~657억 거론 수제버거 차별성 낮고 성장성 불투명

한화갤러리아가 프리미엄 버거 파이브가이즈의 영업권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파이브가이즈 본사가 한화와 사업 협력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로열티 인하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전략의 한계와 경쟁 격화 속에서 사업 연속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파이브가이즈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파이브가이즈 본사 "로열티 낮춰주겠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파이브가이즈 본사는 국내 영업권을 보유한 에프지코리아에 ‘로열티를 낮춰주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프지코리아가 판매관리비 중 지급수수료로 분류한 금액은 2023년 9억원에 이어 지난해 42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에서 지급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과 지난해 모두 9.1%로 동일했다. 지급수수료는 매년 한국법인이 매출액의 일정 금액을 파이브가이즈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로 분석된다.
다만 에프지코리아의 로열티는 일반적안 F&B(식음료)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일례로 한국맥도날드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지급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6.1%, 지난해 4.2%를 각각 기록했다. 이를 감안하면 파이브가이즈 본사는 한국법인에 상당 폭의 로열티 인하를 제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감안 시 몸값 600억 수준
파이브가이즈 본사의 이 같은 제안은 파이브가이즈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 파트너가 바뀌는 것보다는 한화와 국내 사업을 지속하는 방안을 선호한다는 의사로 읽혀진다는 게 업계 중평이다.
한화그룹 3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직접 국내로 들여와 관심을 받았던 파이브가이즈는 서울 강남에 첫 매장을 연 지 불과 2년 만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에프지코리아는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투자 안내서를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의 관심은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아직 국내에 정착한 브랜드가 아닌 데다, 추가 출점권 및 일본 진출 사업권 등이 해외 본사와 구두협의 단계라 불안정한 측면이 많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파이브가이즈와 같은 외식 프랜차이즈, 특히 퀵 서비스 레스토랑(QSR) 기업은 EV/EBITDA 7~10배 범주에서 매각가가 책정된다. 성장성을 높게 인정받는 경우 10배 이상에 거래될 수도 있으나, 국내 수제버거 시장의 경쟁 심화와 브랜드 특성을 감안할 때 파이브가이즈에 10배 이상의 배수를 적용하기는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상 매각가를 7배에서 9배 수준으로 책정해 보면 지난해 실적 EBITDA 73억원 기준 기업가치 책정가 7배는 511억원, 9배 기준 657억원수준으로 파악된다.

제품력은 평범, 가격은 고가, 브랜드 매력 퇴색
한화갤러리아 측은 사업권 매각에 대해 식음료(F&B) 사업 포드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수익성에 의한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한국 상륙 2년이 지난 현재 파이브가이즈를 찾는 손님들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8개로 매장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긴 줄을 서지 않고 햄버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인기가 확 식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56억원을 올렸으며 영업이익은 34억원을 기록해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업계는 매각 이유로 불투명한 성장성을 꼽는다. 향후 파이브가이즈의 사업 확장 및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햄버거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다. 지난해 약 4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올해는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업계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저성장·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초저가에 열광하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이런 추세에 따라 버거킹, 맥도날드, 맘스터치 등은 점포 수를 빠르게 늘리며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각종 할인 프로모션과 광고를 앞세워 더 싼값에 햄버거를 팔며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파이브가이즈의 햄버거 가격은 단품만 1만5,000원 정도로 다른 햄버거 브랜드보다 더 비싸다. 그렇다고 해서 파이브가이즈가 경쟁사들처럼 가격을 낮추기 위한 할인 정책을 내놓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점포 수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수제버거는 손이 많이 가는데, 이런 특성상 매장 내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파이브가이즈 한 점포를 운영하기 위해선 수십 명 이상의 직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 운영에 많은 돈이 들고 또 그 수를 확장하기가 경쟁사들에 비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적절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더군다나 현재 F&B 시장에는 피자헛, 버거킹, 노랑통닭 등 여러 매력적인 매물이 쌓여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초반 반짝했다가 지금은 잠잠해진 캐나다 커피전문점 팀홀튼처럼 파이브가이즈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이런 파이브가이즈 인수에 선뜻 거액을 쓸 PEF나 투자자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