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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는 디스플레이, 구글·삼성은 XR 빅테크들, 스마트 안경 차별화 전략 가속 中 빅테크도 가세, 결제·콘텐츠 연계로 선점 노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기기로 스마트 안경을 꼽으면서, 정체됐던 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다. 메타가 꾸준히 신제품 스마트 안경을 내놓고, 알리바바 등 중국 테크 기업들까지 가세하며 스마트 안경이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메타 '하이퍼노바' 내달 공개, 저가 전략으로 승부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이퍼노바(Hypernova)'로 알려진 메타의 차세대 스마트 안경은 다음 달 열리는 메타 연례 제품 발표 행사 '커넥트'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하이퍼노바는 인공지능(AI) 음성 비서는 물론, 탑재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오른쪽 렌즈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고 손목 밴드를 통해 컨트롤할 수 있다. 현재 판매 중인 레이밴 스마트 안경과 달리 차세대 스마트 안경은 내장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새로운 스마트 안경의 가격은 800달러(약 111만원)부터 시작된다. 이는 최소 1,000달러(약 140만원)를 넘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수준으로, 경쟁 제품인 애플의 ‘비전프로’ 가격(3,499달러·약 490만원)과 비교하면 절반 아래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가격 변경은 수요를 늘리기 위해 메타가 일부러 낮은 이윤을 감수한 것"이라며 "이는 신제품 출시 때 흔히 쓰이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메타는 지난해 9월 차세대 확장현실(XR) 안경 '오라이언(Orion)'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휴대폰을 완전히 대체하는 개념으로, 메타가 애플을 넘어서기 위해 준비한 장치다. 하이퍼노바는 이를 테스트하는 성격으로, 여기에서 실패하면 오라이언 출시에도 경고등이 켜진다. 특히 오라이언은 프로토타입 제작 비용이 1만 달러(약 1,400만원)에 달해 이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메타는 메타AI의 미래 수익원으로 스마트 안경을 낙점하고, 레이밴 스마트 안경과 고글형 ' 슈퍼노바2(Supernova2)', 그리고 하이퍼노바까지 다양한 스마트안경 라인업을 개발 중이다. 역시 핵심은 여기에 탑재될 AI 음성 비서다. 지난주부터 조직 구성을 마치고 본격 개발에 돌입한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MSL)이 스마트 안경에 탑재될 대형 멀티모달모델(LMM) '라마(Llama)'의 최신 버전을 개발 중이다.

中 알리바바·샤오미도 잇달아 진출
중국의 알리바바도 최근 스마트 안경 시장에 진출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자사 개발 대형 언어 모델인 ‘큐원(Qwen)’과 AI 비서 ‘쿼크(Quark)’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 ‘쿼크 AI 글라스’를 공개했다. 음악 스트리밍, 실시간 번역, 회의 기록, 지도 서비스,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알리바바가 가격·서비스·AI 연계성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만큼, 중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샤오미도 지난 6월 무게 40g짜리 ‘샤오미 AI 글라스’를 공개했다.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가 달렸고, AI 비서 ‘샤오AI’가 탑재됐다.
2013년 구글이 진출했다가 철수한 후 스마트 안경은 쳐다보지도 않던 미국 빅테크들도 다시 안경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2027년 2분기 첫 애플 글라스를 약 300만~500만 대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구글도 올 6월 한국 선글라스 브랜드인 젠틀몬스터의 지분 4%를 확보하며 시장 재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 역시 구글과 손잡고 '무한(Moohan)' 프로젝트를 통해 XR 기반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5월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시제품을 공개했으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 등 안경 업체들도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개됐던 시제품은 아직 사업화 단계에 오르기 전의 완전 초기 프로토타입"이라며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고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는 품질 고도화와 생태계 확장
스마트 안경 경쟁은 단순히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넘어 스마트폰 이후의 컴퓨팅 패권을 결정할 승부처로 평가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오라이언을 공개하며 "스마트폰 다음의 컴퓨팅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AR 기기에 대한 모든 시도는 헤드셋, 고글, 헬멧 형태였다”며 “하지만 스마트 안경이 다음 컴퓨팅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구글 역시 지난해 말 안드로이드 기반의 새로운 XR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XR'을 공개하며 플랫폼 확장을 선언했고, 삼성은 하드웨어·디스플레이·모바일 생태계를 결합할 수 있는 강점을 앞세우고 있다. 중국 빅테크들은 저가형 전략으로 시장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AI·결제·콘텐츠 플랫폼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안경은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디자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가격대별 이원화 전략으로 보급형부터 고성능 모델까지 시장을 나눠 갖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AI 서비스와 결합된 증강현실 경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하느냐가 승부처"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드웨어의 성숙도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이제 관건은 성능을 더 끌어올리고, 이를 뒷받침할 응용 생태계를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