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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로 ‘글로벌 상품 무역’ 정체 예상 ‘지역 무역 협정’ 중심 ‘개방성 유지’ 필요 시스템 살아있다면 ‘미국 복귀 가능’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작년 글로벌 무역 규모는 33조 달러(약 4경6,177조원)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반면, 올해 상품 무역은 미국 관세 영향으로 0.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초강대국의 정책 하나가 전 세계 경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미국 관세 상관없이 ‘개방성’ 유지해야
현재 상황은 1930년대와 닮은 점이 있다. 당시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으로 세계 무역을 붕괴 직전에 이르게 했지만, 수년 후 호혜 무역 협정법(Reciprocal Trade Agreements Act)을 제정해 수십 년간 지속된 무역 자유화를 이끈 바 있다. 지금 전 세계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따를지, 자유 무역을 유지해 미국이 방향을 선회하도록 유도할지 기로에 놓였다.
현재 상황을 ‘자유 무역의 종말’로 부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관세 인상은 북미에 집중돼 있고, 글로벌에 걸친 봉쇄로 확대되지 않았다. 전 세계는 미국의 정책을 따라 하지 말고 오히려 무역을 통해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 WTO의 최혜국(most-favored nation) 규정하에 시장 개방을 유지하고,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미국의 정책 선회를 유도할 수 있는 협력 관행을 유지해야 한다.
‘디지털 서비스’ 덕에 글로벌 무역 ‘현상 유지’
이미 과거 사례가 ‘보호무역 따라 하기’의 위험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방위적인 관세 인상은 보복과 붕괴로 이어질 뿐이고 상호주의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정치권은 관세가 중국을 응징하고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는 길이라고 정당화하지만 글로벌 가치 사슬을 재편할 수는 없다.
미국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작년 글로벌 무역이 3.7% 성장한 것은 서비스 무역과 개발도상국의 성장 덕분이다. 올해에도 제품 무역은 정체하겠지만 디지털 서비스 호황으로 서비스 무역이 7%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서비스 수출 규모는 올해 2005년 대비 4배 성장한 4조 5,000억 달러(약 6,297조원)가 예상되고 있다.

지역 무역 협정 통해 ‘개방성’ 확대
하지만 투자 약화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전 세계 해외 직접 투자는 2023년 2% 하락해 이미 불확실성을 반영한 바 있다. 여기서 보조금보다 중요한 것이 명확성이다. 예를 들어 WTO가 전자 전송(electronic transmission, 전자 데이터 교환 시스템을 통한 데이터와 정보의 교환)에 대한 과세를 2026년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한 것은 디지털 무역에 상당한 안정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해당 조치가 없었다면 정책 불확실성으로 급성장 분야가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 관세가 연일 지면을 장식하는 상황에서도 전 세계는 개방성을 확대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아시아태평양 11개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이 작년에 영국을 신규 회원으로 맞이했고, 유럽연합(EU)은 뉴질랜드 및 케냐와 신규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역내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RCEP,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가입한 세계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은 글로벌 GDP의 1/3을 담당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자유 무역 지대도 느리지만 꾸준한 발전을 이룩 중이다.

주: *지역 무역 협정 수
‘경제 안보’, 무분별한 적용은 ‘독’
무역은 상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지식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학과 연구소, 디지털 학습은 인력과 장비,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에 크게 의지한다. 관세와 비자 제한, 디지털 과세는 지식 생태계를 질식시킬 뿐이다.
이 중에서도 취약한 분야가 디지털 교육이다. WTO의 전자상거래(e-commerce) 과세 유예가 내년에 중단된다면, 온라인 수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화상 강의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정책 당국은 무역 협상에서 교육과 연구 분야에 예외를 적용해 지식의 흐름이 글로벌 공공재로서 보호받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반도체 칩과 희귀 광물 등에 대한 안보 관점의 우려는 타당하지만,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를 일상적 재화 모두에 적용하는 것은 무역 시스템 단절의 원인을 제공한다. 지정학적 단절이 글로벌 GDP를 끌어내리고 무역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를 무시하면 안 된다.
따라서 현명한 전략은 장벽이 아닌 안전장치를 세우는 것이다. 첨예한 기술 분야로 규제 범위를 명확히 한정하고 일반 제품은 개방을 유지해야 한다. 선별적이고 협력적인 무역 정책을 통해 보호무역을 심화하지 않으면서 자국 산업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
역사를 통한 교훈은 명확하다. 미국이 문을 걸어 잠갔을 때, 다른 국가들이 나서 개방성을 유지함으로써 미국의 복귀를 돕지 않았는가? 현재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관세 실험에 나선 동안 나머지 국가들이 지역 협력과 디지털 과세 유예, 지식 분야 예외 등을 통해 무역로를 지키면 된다. 시스템이 살아있다면 자유무역으로의 선회를 기대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Keep the Lanes Open: Why the World Should Trade Through America's Tariff Storm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