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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인수합병 심사 지연, 생산성과 투자 잃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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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nths 2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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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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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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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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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기업결합 심사 지연, 생산성과 투자 회복 지연
빅테크·보조금 인수는 엄격 심사, 효율적 기업 인수는 신속 처리
합병 뒤 성과 약속 검증, 책임 강화와 신뢰 확보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럽의 노동생산성은 2023년 –0.6%에서 2024년 0.4%로 돌아서며 소폭 회복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미국은 6.7%로 큰 폭의 개선을 보인 반면, 유로존은 0.9% 증가에 그쳐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고령화로 노동력이 줄어드는 유럽에서 임금, 수출 경쟁력, 재정 여력에 직결되는 경고 신호다.

사모펀드 시장에는 역대 최대 자금이 쌓여 있다. 2024년 유럽 내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 투자 대기 자금)는 약 4,140억 유로(약 615조원)에 달하며, 상당 부분이 저성과 자산을 인수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소유권 이전 거래는 승인 절차가 수개월, 길게는 수년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장 정의가 어렵거나 경쟁 제한 우려로 2단계 심사에 회부되면 기간은 훨씬 더 길어져 자원 이동과 생산성 개선이 늦춰진다.

사진=ChatGPT

기업결합 정책 논쟁, 핵심은 절차의 속도

유럽의 기업결합 심사를 둘러싼 논의는 대형 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시장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린다. 그러나 쟁점은 방향이 아니라 절차의 속도다. 인수기업이 피인수 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관건은 그 효과가 얼마나 빨리 현실화되느냐다.

2024년 유럽집행위원회(EC)는 392건의 기업결합 신고를 처리했고, 금지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문제는 승인 여부가 아니라 절차 지연이다. 2단계 심사로 넘어가면 평균 1년 이상 소요되고, 사전 협의까지 포함하면 기간은 더 늘어난다. 장기간 심사는 불확실성을 키워 투자 결정을 늦추고 있다.

생산성 정체,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

유럽의 생산성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미국 서비스업 생산성은 크게 개선됐지만, 유로존은 정체 상태다. 자원의 이동이 더딜 경우, 이 같은 미세한 변화도 생활 수준에 큰 영향을 준다. 에너지 위기, 인구 구조 변화, 자본 비용 상승이 겹치는 상황에서 그 충격은 더 커진다.

투자 시장의 흐름도 이를 보여준다. 2024년 유럽의 M&A 가치는 다소 회복했지만, 거래 건수는 줄었다. 사모펀드 자금은 늘었지만 투자 회수와 신규 자금 모집은 불안정했다. 문제는 자금 부족이 아니라 투자의사 결정이 지연된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수익 실현과 자금 회수를 원하지만, 승인 절차와 규제 심사가 겹치며 위험 비용이 커지고 있다. 자금은 충분하지만, 거래가 주저되는 이유다.

규제 장치의 필요성과 한계

규제를 전면 완화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EU는 대형 플랫폼 기업이나 외국 보조금이 개입된 기업을 겨냥해 별도의 규제를 도입해 왔다.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은 플랫폼 기업이 모든 인수 계획을 신고하고 규을 따르도록 의무화했다. 장기적으로는 게이트키퍼(gatekeeper, 시장 접근을 통제할 수 있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인수에 대해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외국보조금규제(Foreign Subsidies Regulation, FSR)는 비EU 정부 지원이 개입된 거래를 별도로 신고·정지시켜 심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과잉 설비와 국가 주도의 대형 기업이 위협으로 작용하는 환경에서 이들 장치는 EU의 방어선이다.

다만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초점이 더 정밀해야 한다. 2024년 9월 유럽사법재판소는 집행위원회의 역외 거래 관할권 확대에 제동을 걸어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반면 FSR은 절차가 길고 자료 요구가 많아 경쟁 제한 가능성이 낮은 거래에도 부담을 준다. 실제로 2024년 벨기에에서 진행된 첫 심층 조사는 FSR이 영향이 미미한 사안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따라서 제도를 폐지할 필요는 없지만, 시스템 리스크가 뚜렷한 거래에만 국한해 운용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반시장적’이라고 보는 배경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기준은 금지 건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심사가 언제 끝나는지, 규정이 도중에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다. 금지 사례는 드물지만, 심사 전 협의가 길어지고 규제 범위가 넓어진 데다 FSR과 안보 심사까지 겹치면서 절차 예측이 어렵다. 이로 인해 입찰가는 낮아지거나 거래가 무산되기도 한다. 설문조사에서도 ‘규제와 지역적 요인’은 EU 역내 투자 최대 장애물로 꼽혔고, 2023년 외국인직접투자(FDI) 프로젝트 감소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 불만이 아니라 투자자의 위험 계산에 반영되는 현실이다.

2020~2023년 유럽 내 해외직접투자(FDI) 프로젝트 추이 (단위: 개)
주: 연도(X축), 프로젝트 건수(Y축)

예측 가능성은 정책 신뢰와도 직결된다. 규제가 국가별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면 시장은 일관성을 의심하게 된다. 특정 국가 기업 보호를 위한 규제 완화는 비효율적 구조를 고착시킨다. 따라서 생산성 개선 효과가 뚜렷한 통합은 신속히 승인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일관성이 뒷받침돼야 4,140억 유로(약 615조원)의 자금이 실제 시장에 풀리고, 개선이 필요한 기업도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

2019~2024년 유럽 사모펀드 미집행 자금(드라이 파우더) 추이(단위: 십억 유로)
주: 연도(X축), 금액(Y축)

규제는 위험을 막고, 기회에는 속도를

거래 심사는 위험 수준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게이트키퍼나 외국 보조금이 얽힌 인수는 시스템 리스크가 큰 만큼 DMA와 FSR을 전면 적용하고 반복 인수에는 강한 경쟁제한 추정을 둬야 한다.

반면 경영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인수·합병은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하의 거래에는 생산성 세이프 하버(productivity safe harbour, 조건 충족 시 신속 승인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업이 시정안을 제출하면 1단계에서 조건부 승인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산업별 사전 협의 기간과 자료 요구 현황을 공개하는 것도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신속한 소유권 이전이 가져올 효과

EU 기업의 5%를 더 효율적인 소유주로 이전될 잠재 대상으로 가정할 때, 이 가운데 절반의 거래가 6개월 앞당겨 성사되면 대상 기업의 생산성은 3년간 6~8% 상승하고, EU 전체 노동생산성은 3년 누적 0.2~0.4%포인트 개선된다. 이후에는 복리 효과가 누적된다.

특히 서비스업은 지배구조 개선과 기술 투자 효과가 크고 자금도 충분하다. 관건은 절차의 확실성이다. 당국이 위험 거래는 엄격히, 생산성 개선형 거래는 신속히 처리할 때 위 효과가 현실화된다.

반대 논리에 대한 답변

심사 단축이 권력 집중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디지털 생태계에서는 타당하지만, 이 부문은 이미 DMA로 별도 관리되고 있다. 중견 제조·서비스업의 다수 거래는 피해가 제한적이고 시정도 가능하다.

속도를 내면 오류가 늘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해법은 사전 규제 강화가 아니라 사후 검증이다. 인수 후 생산성 향상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제재를 가하는 ‘사후 감사’ 체제를 두면 된다.

에너지·인구·지정학 등 거시 요인이 생산성 정체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자원의 이동을 가로막는 마찰을 줄이는 것이 더 절실하다.

유럽의 선택은 속도

유럽의 핵심 과제는 절차 지연이다. 2024년 생산성은 소폭 반등에 그쳤고, 사모펀드 자금도 투입되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다. 해법은 규제 완화가 아니다.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인수·합병은 신속히 승인하고, 빅테크와 보조금이 얽힌 거래는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절차를 빠르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합병 이후에는 약속 이행을 검증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유럽에 가장 비용 효율적인 성장 전략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Make Scale Cheap Again: Recalibrating EU Merger Control to Unlock Productivity—While Keeping Big Tech in Check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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