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중국, 이란 원유 구매와 전쟁 개입은 ‘별도’
입력
수정
이란 원유 수출, ‘중국 의존도’ 심화 중국, ‘이란 갈등’ 개입에는 ‘선 긋기’ 중국 ‘실용주의’로 이란 경제 ‘불확실’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3년 이란 원유 수출의 90%가 중국을 향했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재개된 2018년의 25% 수준에서 극적으로 오른 수치다. 숫자로만 보면 이란에 전쟁이라도 나면 중국이 참전도 불사할 것 같은 깊은 동맹 관계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상황에서 중국은 대이란 관계의 실체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

이란 원유 90%, 중국에 수출
중국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하고 UN에 제재를 촉구하기는 했지만 군사적 개입에는 멀찌감치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무기나 선박을 지원하거나 위험을 무릅쓰려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중국의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이념적 연대(ideological solidarity)가 아닌 글로벌 원유 시장과 중국 경제의 안정이다. 다시 말해 형제애보다는 위험 관리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할인된 이란 원유는 기꺼이 사지만 이란을 위해 피를 흘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만큼 이스라엘-이란의 대치 상황에서 중국이 보여준 행동은 계산적이고 신중했다. 중국 외교관들은 강력한 성토를 이어갔지만, 미국의 경제 제재나 갈등 상황을 부를 수 있는 움직임은 철저히 피해 갔다. 이는 중국의 전체적인 중동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안정을 추구하고,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며, 전쟁을 피한다는 것이다.
중국, ‘이란 갈등’ 원거리 유지
현재의 갈등 상황에서 이란 편을 드는 것은 중국에 너무 많은 비용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걸프(Gulp) 지역에서의 전쟁은 중국의 에너지 수입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통과하는 해상 운송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미국의 움직임을 억제하려는 중국의 전략과도 상충한다.

주: 브렌트 지수(짙은 청색), 이란 대중국 수출 가격(청색)
실제로 소규모의 분쟁도 피해를 준다. 단기에 그친 이스라엘-이란 간 분쟁만 해도 유가를 배럴당 10달러(약 13,975원)나 끌어올렸고, 이는 값싼 이란 원유에 의존하는 중국의 소규모 독립 정유소들을 힘들게 했다. 장기전이 벌어지면 보험료 상승, 선적 지연은 물론 중국 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가 실행될 수도 있다.
철저한 ‘실용주의 노선’ 견지
이란의 원유가 중국에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올해 이란은 중국 원유 수입의 13~14%를 차지하며 매일 150~180만 배럴을 선적하는 중이다. 이중 상당량이 산둥성에 위치한 소규모 정유 시설에서 처리되는데, 이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이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이란 원유는 시장 지표보다 배럴당 15~20달러(약 20,000~28,000원) 정도 싸다.

주: 중국(짙은 청색), 기타(청색), *일일 원유 선적량(백만 배럴)
문제는 이란 원유 수출의 일부가 음지를 통한다는 것이다. 제재를 피하기 위해 환적과 화물 바꿔치기, 밀수선이 이용되는데, 이는 미국이 일정 정도의 누수(leakage)를 허용해야 가능하다. 만약 미국 규제 당국이 은행 및 보험사, 중국 중개업체 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란 원유 가격은 급등할 것이다.
한편 이란으로서는 중국이 생명줄인 동시에 쇠사슬이다. 구매자 하나에 의존하는 것은 높은 할인율과 결제 지연, 위험도가 높은 중개인과의 거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이 이익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이란은 가장 중요한 고객을 하루아침에 잃게 된다.
이는 이스라엘과의 충돌에서 이란이 보인 모습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중국이 개입한다는 어떠한 신호도 없자, 이란 정부는 특별한 양보도 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휴전을 받아들여야 했다. 중국 의존이 장기화할수록 이란의 협상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의존 장기화 시 이란 미래 ‘불투명’
그렇다면 중국은 이란 원유 수입을 계속할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가격이 여전히 매력적이고 경제 제재로 자금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면 그럴 것이다. 중국은 구매를 중단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이겨냈지만, 한편에서는 위험 회피를 위해 공급망 다각화와 재고 비축, 러시아와의 계약에 나서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형제애가 아닌 현명한 조달 전략이다.
이란 입장에서 이는 불투명한 미래나 다름없다. 할인 요구는 거세지고, 경제 제재가 숨통을 조이며 중국은 의리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항상 우선시할 것이다.
반복하지만 이란 원유의 90%가 중국으로 수출된다는 사실은 숫자만 보면 긴밀한 동맹의 증거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는 가격과 리스크, 실용주의에 의해 좌우되는 조건부 관계를 의미한다. 어떤 형태로든 압박이 가해지면 중국의 이란에 대한 지원은 정해진 한계를 넘지 못할 것이다. 기름이야 싸고 안전하면 얼마든지 팔 수 있지만,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면 이란이 기대할 것은 걸프 지역에 나타난 중국 전함이 아니라 UN 성명서가 전부일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onditional Brotherhood: Why Beijing Will Buy Iran's Oil—But Will not Bleed for It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