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 테일러메이드 인수전 승부수, 우선매수권 행사 앞두고 자금 마련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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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 글로벌 투자자 관심 집중 메리츠, 우선매수권 확보한 F&F에 자금 지원 제안 인수 가격 5조원 추정, 추가 자금 확보가 최대 변수

국내 패션 기업 에프앤에프(F&F)가 글로벌 골프 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위한 우선매수권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나라의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면서 인수가격은 최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F&F의 대응 전략이 인수전의 최대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메리츠증권이 F&F에 인수금융과 함께 총수익스와프(TRS),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의 자금 지원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메이드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 진행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JP모건과 제프리스는 테일러메이드의 경영권 매각에 대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이번 입찰에는 여러 국적의 글로벌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앞으로 테일러메이드에 대한 실사 절차를 거쳐 본입찰에 참가하게 된다. 통상 기업에 대한 실사와 본입찰 과정이 2개월 이상 소요되는 만큼, 빨라도 올해 말에나 우선협상대상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F&F의 대응에 쏠린다. F&F는 지난 2021년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센트로이드PE)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할 당시, 5,537억원을 출자한 최대주주로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그간 F&F는 글로벌 확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장기 전략으로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피력해 왔는데, 우선매수권을 발동할 경우 F&F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후 14일 이내에 같은 조건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권리를 갖는다.

메리츠, 인수금융·TRS·RCPS 방식 제안
현재 F&F는 골드만삭스를 인수 주관사로 선정하고, 우선매수권 행사를 활용한 직접 인수를 추진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을 FI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테일러메이드의 몸값이 최대 5조원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F&F의 자금 조달 역량을 감안할 때 FI와의 협력 없이 독자적으로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역삼동 신사옥 유동화까지 고려하더라도 F&F가 마련해야 할 추가 자금은 1조원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대형 PEF 운용사 상당수가 이미 F&F의 제안을 거절한 가운데, 최근 메리츠증권이 TRS·RCPS 방식으로 인수대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인수금융은 인수 대상 회사인 테일러메이드의 지분을 담보로 삼지만, TRS의 경우 F&F 주식이나 전환사채(CB) 등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해 계약을 맺는다. F&F의 기업가치와 신용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투자 이후 F&F가 일정 수준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면, 그 현금으로 TRS에 대한 원리금을 상환하게 된다.
메리츠증권은 RCPS 발행을 통한 자금 지원도 함께 제안했다. RCPS는 상환권이 부여돼 발행사의 부채 부담을 늘릴 수 있지만, F&F의 부채비율이 30% 수준으로 양호해 감당 가능한 구조라는 평가다. 다만 실제 수용 가능성은 높지 않다. TRS든 RCPS든 풋옵션 등 안전장치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데, F&F의 주가가 하락하거나 실적이 부진할 경우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이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제안하고 있으나, 최종 합의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LP F&F, 인수가 낮추려 무리한 요구 비판
F&F의 배임 논란도 변수다. 최근 업계에서는 F&F가 테일러메이드 인수 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한 이후 운용사(GP)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F&F는 테일러메이드 인수단 참여 이후에 GP의 보수 삭감을 요구하는 별도 합의서를 센트로이드PE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인수 펀드에서 F&F 지분이 80% 이상이 될 경우, 최대 출자자인 본인들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고 이를 어기면 운용사인 센트로이드PE의 보수를 삭감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센트로이드 대표가 맡던 테일러메이드 이사회 의장 자리도 요구했다. 자신들이 지정한 외부 인사를 선임하겠다는 법률 자문서를 내용증명 형태로 보내 센트로이드PE를 압박했다. 펀드 보유 지분의 현물 분배 요구도 있었다. 이는 테일러메이드 재매각에 앞서 경영권을 미리 확보하려는 시도로, 실제로 F&F는 2021년 유안타증권의 보유 지분을 580억원에 매입해 지분율을 57.82%까지 끌어올리며 경영권 확보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다른 LP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며 1년 넘게 논란과 분쟁이 지속됐다.
업계에서는 F&F가 벌인 일련의 요구가 경쟁자를 사전에 견제해 매각 가격 상승을 막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F&F 입장에서는 다른 원매자가 제시한 가격으로 낙찰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수 가격을 낮추는데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테일러메이드 인수 펀드에 참여한 다수 기관투자자의 이해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인수자인 동시에 LP인 F&F가 몸값을 의도적으로 낮추려 한다면, 다른 LP들은 수익 훼손에 대한 책임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