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가구 자족도시로" 노원구 대규모 재건축 계획 발표, 오세훈식 '신속 개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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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지역 첫 대규모 재건축 청사진 내놓은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 최근 '민간 주도 신속 개발' 강조해 와 정부도 9·7 대책 앞세워 수도권 공급 확대에 총력

서울시가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일대 재건축 '마스터플랜'을 내놨다. 노후화된 주거 단지를 복합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서울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연일 '재개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업 역시 민간 주도하에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린다.
서울시, 노원구 주거 단지 손본다
지난 11일 서울시는 제1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상계(1·2단계)·중계·중계2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1980년대 ‘주택 200만 가구 공급’ 정책에 따라 조성된 택지개발 사업지로, 오랜 기간 주거 중심 기능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조성 후 30~40년이 지나면서 단지가 노후화했고, 인구 구조와 생활 방식 변화, 새로운 주거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자족도시 전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번 계획안에는 사회·경제 환경 변화를 고려한 기본적 개발 방향과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서울시는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역세권 중심 개발을 단행해 사업성을 높이고, 복합정비를 통해 해당 지역의 자족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단순 주거 기능을 수행하던 지역을 복합정비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일자리·주거·문화 융합을 골자로 하는 '고밀 복합 개발' 추진이 용이해진다. 건축물 높이 기준도 완화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5층, 제3종 일반거주지역은 35층이라는 암묵적 규제가 있었지만, 높이 규제를 완화해 60층(180m)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기존 7만6,000가구로 구성된 상계(1·2단계)·중계·중계2 지구는 10만3,000가구 규모의 동북권 중심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상계1단지의 가구 수는 2,064가구에서 2,753가구로 늘어난다. 상계2단지는 2,029가구에서 2,861가구로, 상계3단지는 2,213가구에서 3,486가구로 그 규모가 확대된다. 중계택지지구와 중계2택지지구의 가구 수 증가 폭은 각각 7,435가구, 6,877가구 수준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오는 11월 재열람 공고를 거쳐 연내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오세훈 "공공 주도 재개발 느려, 속도 내야"
시장에서는 향후 해당 재건축 계획이 신속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린다. 오 시장이 최근 들어 민간 주도 '신속 재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광진구 자양4동 재개발 현장에서 오 시장은 “지금까지 재개발·재건축 구역을 확대 지정하는 데 열을 올렸다면, 앞으로는 규제를 철폐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중구 신당9구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빠른 속도로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게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이라며 “인허가 등 사업 단계마다 ‘데드라인(처리 기한)’을 정해 평균 18년 6개월씩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기간을 13년으로 단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오 시장은 11일 중랑구민회관에서 열린 ‘대시민 정비사업 아카데미’에서도 “속도·책임·삶의 질을 핵심으로 압도적 속도와 규모로 주택을 공급, 주택 시장과 주거 안정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겠다”고 발언했다. 정부의 9·7 대책에 대해서는 “공공 주도에 강조점을 뒀다"며 "정부가 직접 하면 더 속도가 날 것 같지만, 여태까지 시행착오를 회고해보면 속도가 더 더뎠던 걸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어디까지나 민간 주도로 최대한 행정적으로 지원하면서 도와드리는 게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이처럼 속도전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예고된 '공급 절벽'이 있다. 부동산R114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025년 3만7,681가구에서 2026년 9,640가구, 2027년 9,573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금리 부담 등 악재가 누적되며 인허가 이후 실제 착공에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속출한 결과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착공 물량은 2022년 4,560가구, 2023년 2,172가구, 2024년 1,306가구로 3년 연속 감소 중이다.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구상
공급 절벽으로 인한 집값 과열 우려가 가중되자, 지자체를 넘어 정부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공급 확대에 힘을 싣는 추세다. 정부는 7일 공공 부문의 주택 공급 역할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주택 시장의 근본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충분하고 신속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며, 수도권에 5년간 총 135만 가구, 연간 27만 가구 규모의 신규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안이 상기 오 시장이 언급했던 9·7 대책이다.
이번 대책에 따른 수도권 주택 공급 순증량은 5년간 총 56만 가구 수준이다. 장기 주거종합계획상 주택 수요 등을 감안하면 수도권에 필요한 적정 공급은 연 25만 가구인데, 최근 3년간의 부진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해마다 최소 9만2,000가구가 부족하다는 것이 정부 계산이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공공택지 공급 확대·조기화(5만4,000가구) △노후 시설·유휴 부지 재정비(7,000가구) △도심지 주택 공급(3만8,000가구) △민간 공급 여건 개선(1만3,000가구) 등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노후 공공임대주택 전면 재건축(2만3,000호), 노후 공공청사 등 재정비·복합 개발(2만8,000호), 도심 내 국공유지 활용(서울 4,000호) 등 공공 부문이 보유한 땅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도심에서 노후화 시설과 부지를 재정비,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노후 공공청사 등의 재정비를 위해서는 범부처 심의 기구를 만들어 개발 필요성을 의무 검토하도록 하고, 국토부가 직접 건설사업을 승인하는 등 제도 개편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