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가라앉는데 졸업자 쏟아져 나온다" 中 청년 실업률 폭등, 공무원 직종 관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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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8월 청년 실업률 18.9%까지 뛰었다 시기적 요인에 경기 침체·부실한 정책 설계 등 악재 겹쳐 "이럴 거면 군인이나 할까" 안정적 일자리 찾아 헤매는 中 청년들

지난달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대폭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가 가라앉으며 민간 기업들의 채용이 눈에 띄게 위축된 가운데, 각종 악재와 시기적 요인까지 겹치며 통계 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하는 양상이다.
청년 구직난에 몸살 앓는 中
18일(현지시간)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16세에서 24세 사이 청년 실업률이 18.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7월보다 1.1%P 상승한 수준이자,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실업률(5.3%)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청년 실업률이 치솟은 원인으로는 '시기'가 지목된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매년 여름철에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졸업한 대학생들이 계속해서 실업자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올해 6월 학업을 마친 학부생은 1,222만 명으로, 5년 전보다 약 40% 증가했다.
민간 기업들의 채용 의욕 저하 역시 문제로 꼽힌다. 올해 1~8월 중국의 민간 부문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경기 불안 상황이 해소되지 않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 청년층의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화한 것이다. 이 밖에도 △열악한 노동 환경 △정부의 IT 규제로 인한 고부가가치 일자리 감소 △일시적 효과에 치중한 정부의 경기 부양책 △인적 자원의 수요와 공급 불일치 등이 청년 구직난을 가중하는 장애물로 평가된다.
실질적 실업률은 더 높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이 국가 통계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청년 실업률 측정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가통계국은 2023년 6월 청년 실업률이 21.3%를 기록하자 실업률 집계 방식을 개편한다며 6개월간 발표를 중단했고, 이후 지난해 1월부터 모수에서 재학생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실업률을 산출한다. 이는 실업률이나 노동 지표와 관련한 국제 기준을 정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배치되는 조치다. ILO 기준을 따르는 국가들은 고교·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구직 활동에 나설 경우 취업자나 실업자로 분류하고, 일자리를 찾지 않는 재학생만 계산 대상에서 제외한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구분하는 기준 역시 문제로 지목된다. 현재 중국 국가통계국은 16세 이상 인구 중 임금이나 사업 소득을 위해 일주일에 최소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분류한다. 일주일에 한 시간만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도 ‘취업자’로 분류돼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도출된 지표는 노동자의 실질적인 벌이 수준 등 상세한 경제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통계적 착시(발표된 경제 통계가 경제 실상과 괴리를 보이는 현상)를 유발할 위험도 있다.
시장에서는 유리한 통계치만으로 청년 실업이 야기할 막대한 '경제 후폭풍'을 피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소비에 적극적인 젊은층의 고용 상황이 악화하면 전체적인 소비자 지출 회복세가 둔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모성 과잉 경쟁으로 인해 청년층의 정신 건강 문제가 심화하거나, 경쟁을 포기하고 최소한의 생활만을 추구하는 청년을 의미하는 ‘탕핑족(드러누워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위험도 있다. 실제 지난해에는 중국 10~19세 청소년 1억5,600만 명 중 900만 명 이상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는다는 연구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기피 직종이었던 '군인'까지 재조명
일각에서는 극심한 구직난이 청년들의 선호 직종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 6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높은 청년 실업률,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 등이 중국 청년들의 인민해방군(PLA) 진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국방부는 3개 육군사관학교를 신설하고, 올여름부터 고등학교 졸업생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관련 내용을 다룬 영상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웨이보에서 800만 회 이상 조회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군인은 '기피 직군'이었다. 2016년 중국 공산당이 군사 개혁을 단행한 이후 중국 내 사관학교 27곳의 모집 인원은 매년 증가해 왔다. 2018년에서 2021년 사이에는 평균 1만3,000명을 모집했고, 2022년과 2023년에는 평균 모집 인원이 매년 2,000명씩 증가했다. 하지만 사관학교 지원 인원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지난 2023년에는 중국 수능 시험 ‘가오카오’에 응시한 인원이 사상 최대치인 1,291만 명에 달했음에도 불구, 수많은 사관학교가 정원 미달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처럼 사관학교가 외면받아 온 배경에는 사회적 분위기와 처우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양타이위안 단장대학교 통합과학기술전략연구센터 연구원은 “현재 인민해방군 급여는 올랐지만 경제가 상대적으로 발달한 지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이기 때문에 사관학교 생활과 생활 수준 간에 괴리감을 느끼게 돼 (청년들이) 군사 학교 선택을 꺼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고용 시장 상황이 눈에 띄게 불안정해지며 상황이 뒤집혔다. 매력적인 취업처가 줄어들자 군인을 비롯한 국가 공무원 직종의 장점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향후 중국 정부가 실효성 있는 고용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이 같은 풍조는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