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4억 투입한 청년몰, 지원금 끊이자 절반이 폐업, 구조적 한계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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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추진한 청년몰 사업 막대한 예산 투입했지만, 휴·폐업률 45% 전통시장 쇠퇴에 청년 운영 역량도 부족

청년 창업 지원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정부가 추진해 온 청년몰 사업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올해에만 전국 청년몰 점포 두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았고 일부 지역은 거의 모든 점포가 폐업하며 사실상 전멸했다. 전통시장의 주요 고객층인 중장년층과 소비 성향이 맞지 않은 데다, 외식업으로 업종이 편중되고 개성도 부족해 젊은 세대 유입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몰 점포 영업 유지율 61%로 급락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청년몰 사업에 총 974억5,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연도별 지원 예산은 △2016년 178억5,000만원 △2017년 193억3,500만원 △2018년 253억7,000만원 증가하며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76억8,000만원 △2022년 28억8,000만원 △2023년 26억7,000만원 △2024년 19억3,500만원 △2025년 6월 13억7,000만원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청년몰 점포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청년몰 점포는 578곳으로, 이 중 260곳이 문을 닫아 휴·폐업률이 45%에 달했다. 청년몰 점포 수가 가장 많았던 2020년 당시 전체 663곳 점포 중 38%(253곳)가 휴·폐업한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7%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영업 점포 수도 2020년 494개에서 올해 6월 355개로 줄어 영업 유지율이 75%에서 61%로 급락했다. 일부 지역은 사실상 전멸 상태로 정선아리랑 시장과 제주중앙로상점가 청년몰은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았다.

빈약한 콘텐츠·유동인구 부족 등 한계
청년몰은 지난 2011년 전주 남부시장과 신중앙시장에서 처음 문을 열며 주목받았다. 이후 2016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고 지자체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정착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전통시장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청년 창업 점포와 문화 체험, 지역민 소통 공간을 결합한 복합몰로 조성됐으며, 청년몰 1곳당 최대 40억원이 지원됐다. 이후 공동마케팅, 공동 수익사업, 자생력 강화 컨설팅 등 활성화 사업에 최대 5억원, 진입 환경 개선과 창업 공간 추가 조성 등 확장 사업에 최대 10억원이 지원됐다.
지자체들은 앞다퉈 청년몰을 유치했고, 지원금에 솔깃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업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예산이 삭감됐고,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 청년몰은 빠르게 쇠퇴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몰이 조기에 쇠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 업종이 편중되고 특색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통시장의 주요 고객층인 중장년층을 공략하지 못한 데다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엔 콘텐츠가 빈약했다. 여기에 유동 인구의 한계와 외식업 과잉 공급까지 겹치며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초기 창업자인 청년들이 충분한 훈련이나 적응 기간 없이 입주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저렴한 초기 비용과 임대료 지원은 경험 없는 청년들을 쉽게 유인했지만, 이는 독이 됐다. 철저한 시장 분석과 사업계획 없이 '일단 해보자'는 식의 창업이 난립했고, 매장 운영·마케팅·재고 관리 등에 대한 기본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폐업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부 지원이 끊기는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상당수 매장이 속절없이 무너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며 빠르게 도태됐다.
전통시장 점포, 1년 새 5,000개 감소
청년몰이 들어선 전통시장의 쇠퇴도 한계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발표한 '2023년 전통시장·상점가 점포 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의 전통시장 수는 1,393개로 전년(1,388개) 대비 5개 증가했다. 반면 전통시장 내 점포 수는 2023년 총 22만6,995개로 전년(23만2,206개)과 비교해 무려 5,211개 감소했다. 특히 전체 점포 중에서 영업을 하지 않는 ‘빈 점포’ 비중은 2022년(2만2,681개) 9.8%에서 2023년(2만2,846개) 10.1%로 0.3%포인트 증가했다.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소비자 수 역시 2022년 19억6,000만 명에서 2023년 16억6,000만 명으로 3억 명 감소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24억1,000만 명 △2020년 20억6,000만 명 △2021년 20억30,00만 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찾는 일평균 소비자 수는 2023년 3,994명으로 전년(4,536명) 대비 11.9% 줄었다. 빈 점포가 늘면서 전통시장 기능을 아예 상실한 곳도 있다. 일례로 대구 지역은 전체 전통시장 150곳 중 25.3%(38곳)가 시장 기능을 상실했다.
상인들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청년 신규 진입이 미미한 상황에서 기존 상인의 평균 연령이 점차 오른 결과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60대 상인은 연평균 4.6%, 70대 이상 상인은 연평균 7.9% 증가했다. 반면, 39세 이하 청년 상인은 같은 기간 6.9%에서 4.2%로 감소하며 전통시장 상인의 평균 연령은 55.2세에서 60.2세로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전남 상인의 평균 연령이 64.3세로 가장 높았고 전북(63.9세), 충남(63.7세) 등도 고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 최근에는 365일 영업이 가능한 식자재마트까지 급증하면서 전통시장의 입지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일부 식자재마트는 각 지점 건물을 1,000㎡ 이하로 여러 개 짓고 이를 연결해 하나의 마트처럼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영업면적이 대형마트와 다를 게 없음에도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규제는 피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고객 감사 할인 등을 내세워 일부 식자재를 '미끼 상품화'해 가격을 대폭 할인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전통시장 등 지역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