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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장 감소, 환율 때문만은 아냐" 산업계 짓누르는 원화 약세의 '진짜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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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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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거래로 비용 절감하자" 수출입 기업 신용장 이용 감소
환율이 매입외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여타 부작용에 주목해야
리스크에 취약한 韓 외환시장, 언제든 위기 반복될 수 있어

수출입 기업들이 은행을 통하지 않는 ‘직거래 무역’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신용장 거래 이용 시 발생하는 매입외환 잔액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부담에서 기인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신용장 이용 감소가 어디까지나 '추세적 변화'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원화 가치 하락이 기업 경영과 금융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년 사이 신용장 거래 대폭 위축

2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입외환 잔액은 15조6,55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말 17조5,156억원과 비교하면 10% 이상, 3년 전인 2022년 상반기 24조2,171억원과 비교하면 8조5,000억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매입외환은 은행 외화 자산의 일종으로, 수출 기업이 은행을 끼고 신용장 거래를 한 후 해당 거래에서 발생한 수출환어음을 활용해 은행에서 매매 대금을 선지급받을 때 증가한다.

신용장 거래는 은행이 수출입 회사 각각의 신용을 보증함으로써 위험을 줄이는 형태의 무역을 의미한다. 수입 기업은 물건을 못 받을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수출 기업은 돈을 못 받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운전자금을 보다 신속하게 확보 가능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수출 기업의 위험을 덜어주는 대가로 각종 수수료를 받는데, 수입 기업 대신 대금을 먼저 지급한 후 선이자 명목으로 받는 환가료가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용장 거래와 매입외환이 큰 폭으로 감소한 일차적인 원인으로는 원화값 하락이 지목된다. 원화값이 내려가면 기업의 환가료 부담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달러당 원화값은 2022년 상반기 1,298.4원에서 작년 상반기 1,376.7원으로 떨어졌으며, 계엄 사태가 발생한 작년 말엔 1,472.5원까지 폭락했다. 이후 안정되는 듯싶던 원-달러 환율은 근래 들어서 재차 1,4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원화 약세, 기업 경영 위기 가중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매입외환 감소 원인을 환율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역 시장의 대외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 신용장 선호도 하락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수출 기업의 결제 방식 중 송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7%에 달했다. 이는 2010년 60.2%에 비해 약 10%p 상승한 수준이다. 반면 신용장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5.6%에서 6%대로 대폭 축소됐다. 

신용장 거래의 위축 대신 원화 가치 하락이 야기하는 보다 심각한 부작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원화값 하락과 이로 인한 환율 상승이 기업들의 경영 환경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출 기업에 호재로 인식됐다. 달러로 제품을 팔고 원화 환산 수익을 늘리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선 다변화로 미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통화로 판매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러한 수혜는 줄었다. 또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대신 해외 현지 투자 및 생산이 늘고,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원자재 수입 가격이 상승하며 비용 증가 부담은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제품의 주요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비용 부담에 짓눌릴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물론 철강·완성차·식품·항공 등 수많은 산업이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韓 외환 시장 심도, 신흥국보다 낮아

문제는 이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심도가 매우 얕아 글로벌 리스크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17개국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리스크 충격에 대한 우리나라의 UIP프리미엄(유위험 금리평형 프리미엄, 대외 차입 시 글로벌 투자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추가 비용)의 반응계수(2.11%p)는 신흥국 평균(1.68%p)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UIP프리미엄 반응계수는 그 수치가 높을수록 금융·외환시장의 심도가 얕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김민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 개방도가 높은 비기축통화국은 글로벌 위험 회피 성향 확대나 달러 유동성 축소 등의 대외 충격 발생 시 기축통화국에 비해 금융·외환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대체로 자국 통화 절하와 시장 금리 상승으로 나타나며, 이 과정에서 국내 금융 시장 경색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심도가 낮은 구조적 원인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리스크 평가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점, 금융기관 자체 규제를 비롯한 제약 조건 등이 있다”며 “이에 같은 충격이 왔을 때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른 국가보다 한국의 자금을 더 빨리 유출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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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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