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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단기 코딩 교육을 넘어, 과학자 중심 AI 인재 전략이 필요한 아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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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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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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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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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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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중심을 넘어선 과학자 중심 인재 전략 수립 필요
연구소와 인재 투자를 통한 기술 자립 기반 구축
독창적 사고를 중심으로 한 지속 성장 역량 강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를 대체하거나 재편할 것으로 전망한다. 변화의 폭은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크다. 문제는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연구 역량을 확보하느냐에 있다.

아세안(ASEAN)이 단기 교육을 통해 개발자에게 AI 도구 사용법만 익히게 한다면, 기술을 활용하는 인력은 늘겠지만, 기술을 창출하는 인재는 여전히 외부에 의존하게 된다. 이미 값싼 AI 에이전트와 코파일럿 프로그램이 초급 개발자의 상당한 업무를 대체하고 있으며, 그 비용은 한 끼 점심값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동남아시아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모델을 설계하고 알고리즘을 개발하며 새로운 연구를 주도할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출발점이다.

코딩 중심 전략의 한계

각국 정부는 AI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개발자들이 클라우드 기반 AI 라이브러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행이 간편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쉽지만, 시장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

2024~2025년 기업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이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도입했고, 코딩·문서 작성·고객 지원 등에서 두 자릿수의 생산성 향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AI 도구의 확산은 초급 코딩의 가치를 빠르게 떨어뜨리고 있다. 예를 들어 AI 코딩 어시스턴트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은 월 10~19달러(약 1만4,000~2만6,000원)에 이용할 수 있으며, 오픈AI(OpenAI) 의 소형 모델은 백만 토큰당 수십 원 수준이다.

이처럼 초급 업무의 비용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단순한 도구 활용 교육은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다. 이미 기계가 수행하는 업무를 사람에게 다시 가르치는 셈이다. 따라서 아세안의 AI 인재 전략은 단기 숙련이 아닌 연구 설계와 알고리즘 개발, 그리고 심화된 기술 역량 강화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2025년 AI 프로그램 구독료 vs 코딩 부트캠프 수강료(단위: 달러)
주: 비용(X축), AI 프로그램 종류-깃허브 코파일럿 프로 (6개월), 깃허브 코파일럿 비즈니스 (6개월), 깃허브 코파일럿 엔터프라이즈 (6개월), 평균 코딩 부트캠프 수강료

취약한 기반이 부르는 위험

아세안의 고등교육과 연구 기반은 여전히 약하다. 다수의 회원국은 연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다. 인구 100만 명당 연구 인력은 필리핀 81명, 인도네시아 205명, 베트남 115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연구 환경 개선과 인력 확충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지역의 기술 경쟁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말레이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0.95%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해 베트남의 약 5배 수준이지만, 대학과 산업 간 협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제한된 예산을 단기 교육에 쏟을 경우, 외국 기술에 의존하는 인력만 늘고 자체 기술을 개발할 연구자는 줄어들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의 혁신 역량을 약화시키는 근본적 위험이다.

한국의 사례, 부트캠프가 놓친 것

한국의 경험은 아세안에 명확한 교훈을 남긴다. 정부는 디지털 인재 양성을 내세워 국가 교육 플랫폼과 집중형 프로그램을 통해 대규모로 AI 인력을 배출했다. 그 결과, 전반적인 디지털 문해력은 높아졌지만, 첨단 연구를 이끌 핵심 인력층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

정치적 불안정 또한 정책의 연속성을 흔들었다. 2024년 12월 국회의 대통령 탄핵, 2025년 4월의 정권 교체는 정책 방향과 예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변화 속에서도 남은 것은 하나였다. 대학원, 연구소, 연구 인력으로 대표되는 기초 역량이다. 한국의 사례는 단기 부트캠프나 교육 수료증이 과학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시장의 현실이 보여주는 방향

AI는 이미 초급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2024~2025년 영국표준협회(BSI)의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이 일자리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동화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 AI 코파일럿이 반복 코딩을 빠르게 처리하며, 생성형 AI 이후 부트캠프 졸업생의 초급 취업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육이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무엇을, 어떤 수준에서 가르칠 것인가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존 API를 단순히 연결하는 능력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반면 새로운 학습 구조를 설계하고,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며, 다국어 평가 체계를 개발할 수 있는 인재는 여전히 시장에서 희소하다. 이런 역량이야말로 기업과 투자자가 주목하는 진정한 경쟁력이다.

중국의 교훈, 과학자를 길러야

중국은 인재와 컴퓨팅 자원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통해 연구 역량을 급속히 강화했다. 2025년 주요 대학들은 AI, 반도체, 생명공학 등 전략 분야의 정원을 확대했고, 지방정부는 중소기업이 유휴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도록 컴퓨팅 자원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중국의 AI 연구 인력은 크게 늘었으며, 주요 대학과 연구소는 세계적 연구자를 유치하고 있다. 2024년 AI 인덱스에 따르면 최첨단 모델의 개발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에 있지만, 경쟁의 초점은 이미 누가 연구팀을 유지하고, 누가 더 효율적으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느냐로 옮겨갔다.

아세안이 배워야 할 점도 분명하다. 지역의 지속적인 성장과 산업 파급효과를 원한다면 단순한 도구 사용자 양성이 아니라 과학자와 연구소에 대한 직접적 투자가 필요하다. 연구의 중심이 생태계를 지탱하고, 혁신의 흐름을 지역 내부에 고착시킨다.

2023년 vs 2024년 주요 AI 모델의 개발 지역 비교
주: 연도(X축), 주요 AI 모델 수(Y축)/미국(연한 빨강), 중국(중간 빨강), 유럽연합(진한 빨강)

아세안 AI 인재 전략의 지역별 청사진

아세안의 경쟁력은 연구 중심 인재 양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주요 대학은 수학적 기반이 탄탄한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교수진이 산업계와 학계를 넘나드는 개방적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인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AI 과학자를 꾸준히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전략은 다섯 가지 방향에서 구체화될 수 있다.

첫째,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한다. 교육의 양적 확대보다 핵심 연구 인력에 대한 질적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단기 과정을 반복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대학 간 공동 연구와 국제 학술 교류를 활성화하고, 심화 연구를 이끌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연구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회원국은 여전히 응용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각국은 R&D 투자를 확대하고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 외 대학과 연구 기관이 연구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외에서 활동 중인 과학자들이 돌아와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산업과 연구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AI 정책이 산업화에 치우치면 기초 연구가 약화된다. 단기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하되, 이를 뒷받침할 기초과학과 알고리즘 연구에 대한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정부의 연구 지원은 성과의 양보다 연구의 깊이와 투명성을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

넷째, 초기 연구 인력의 성장 경로를 보호해야 한다. AI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초급 직무가 줄어들고 있다. 젊은 연구자들이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장기 과제와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공공 연구 결과를 개방해 새로운 세대의 연구자들이 경험을 축적하고 역량을 증명할 기회를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

다섯째, 디지털 교육의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기초적인 디지털 문해력 향상은 사회 전반의 기술 격차를 완화하지만, 국가 경쟁력의 중심축은 아니다.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인력이 아니라, AI 기술을 설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단기 교육보다 첨단 연구 인프라와 과학자 양성에 집중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길, 과학자 중심 전략

아세안의 AI 경쟁력은 단기 교육이 아니라 장기적 인재 육성과 연구 역량 구축에 달려 있다. 정권이 바뀌고 기술이 진화하더라도 남는 것은 결국 역량이다. 그 역량이 대학과 기업 안에 뿌리내릴 때, 지역의 가치와 기술 자립이 가능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지속적인 연구 투자, 개방적 제도, 그리고 시간을 두는 정책적 인내다. 지금 행동한다면 아세안은 외부 기술을 소비하는 지역이 아니라 지식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값싼 도구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가장 귀한 자산은 독창적 사고다. 미래의 경쟁력은 바로 그 사고에서 비롯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top Training Coders, Build Scientists: An ASEAN AI Talent Strateg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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