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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단기 국채 금리차 역전 해소, 경기침체 가능성 두고 엇갈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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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국채 금리차,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
2년 3개월 만에 '10년·2년물 금리' 역전 해소
불황 가능성에도 실업수당 신청자 수 등 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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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역전됐던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정상 궤도로 돌아오자 경기 둔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단기 국채 금리차는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로, 금리차의 변동이 발생한 후 경기침체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경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고용지표가 여전히 시장의 예상보다 견고하고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경기침체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美 연준 '빅컷' 이후 단기 국채 금리 빠르게 하락

15일(현지 시각)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2년 7월 6일(-0.06%p, 2년물 2.99%·10년물 2.93%)부터 2년 2개월간 역전됐던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이가 이달 6일(+0.06%p, 10년물 3.72%·2년물 3.66%)부터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난달 18일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이후 단기채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정상화된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는 10년물 국채금리에서 2년물(혹은 3개월물) 국채 금리를 뺀 값으로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는 장기금리는 단기보다 높게 형성지만 경기침체가 예상된다면 장기금리가 단기보다 빠르게 하락해 금리가 역전된다.

지난달에도 장단기 금리차가 플러스로 전환하며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잠시 해소된 상황이 있었다. 지난달 4일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며 장중 짧게나마 10년 만기 금리보다 낮아졌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장단기 금리차가 플러스로 전환한 배경에 대해 "2022년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전개하면서 지난 2년간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됐지만 최근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통화정책과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과 역전의 해소 중 어느 것이 경기침체의 전조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단기 금리차 역전 해소 현상은 경기침체를 알린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수십 년간 전문가들이 장단기 금리차의 예측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하면서 "일반적으로 장기간 지속되던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는 시점은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할 때였고, 연준은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금리차가 정상화할 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곤 했다"고 분석했다.

BCA 리서치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피터 베레진도 FT 기고문에서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경기침체의 시그널들을 열거했다. 그는 일자리 공석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노동 시장 상황이 악화한 데다 개인 저축률이 절반으로 하락하면서 소비 지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주택시장과 상업용 부동산의 위축, 제조업 둔화와 이로 인한 대량 해고도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2001년과 2007년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고 불과 몇 달 만에 불황이 나타났다"며 "향후 S&P500 지수가 3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임스 라일리 이코노미스트는 "장단기 국채 금리차가 잠시 정상화된 것은 경기침체 등 새로 경각심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기보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로 인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바클리의 글로벌 리서치 의장인 아자이 라자드히야크샤도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에 단기채 금리가 하락한 데 따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의 애널리스트들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장단기 금리차를 보고 경기침체 가능성을 추론하는 것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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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2년 만기 국채 금리 추이/출처=미국 연방준비은행 경제 데이터(FRED)

금리 역전 해소된 15번 사례 중 9번이 경기침체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962년 이후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됐다가 해소된 사례는 모두 15번이다. 이 중 1970년, 1974년, 1980년, 1981년 미국 경제는 장단기 금리가 정상화되기 전에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그 외 9번은 금리 역전이 해소된 후 1년 이내에 침체가 나타났다. 과거 침체기에 대한 학습효과로 2022년 7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 미국에서는 곧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다. 2022년 말 블룸버그가 미국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8명의 경제학자 중 70%는 2023년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장단기 금리 역전이 2년 넘게 이어지며 1980년대 이후 최장기간 지속됐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미국의 경제지표는 견고한 흐름을 유지했다. 이 기간 고용과 물가지표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고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3%대 성장률을 유지했다. 지난 9월 비농업 일자리도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돈 25만4,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대비 0.6%포인트 오른 2.5%를 달성했고 올해 성장률은 2.1%로 예상된다. 통상 장단기 금리 역전 후 1년 6개월 뒤에 경기 불황이 오는 것으로 예측하는데 이러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안정적인 성장이 이어지는 원인으로 대출 증가를 꼽았다. 은행 대출은 경기 변동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그동안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때마다 경기가 나빠졌던 가장 큰 원인도 대출 감소였다. 그런데 이 기간 미국 은행권의 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더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와 기업 부채가 크게 줄어든 데다 팬데믹 기간 풀린 돈이 아직도 시중에 넉넉하게 유통되면서 연체율이 사상 최저 수준이 머물러 있다. 실제로 미국 부동산담보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73%에 불과하다.

장기채의 금리 하락도 주요한 원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가계의 주택구입과 기업의 투자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장기채 매입을 늘리면서 장기 국채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장기채의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고령화로 인해 연기금과 보험사까지 장기채 보유량을 늘리면서 장기금리가 과거보다 더 낮게 형성됐다. 2년 가까이 지속된 고금리 시기를 거치며 기준금리가 급등한 것도 영향을 줬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에 연동하는 단기금리도 빠른 속도로 올랐고 장단기 금리차도 더욱 확대된 것이다.

금리 인하 이후 증시 상승세, 경기침체 신호 아냐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됨에 따라 다시 경기침체 가능성이 대두되자 일각에서는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 예측력이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장단기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각종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 2년간 미국이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듯이 팬데믹 이후 역사적 패턴이 깨져버렸다고 분석한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거나 혹은 역전이 해소된다고 해서 바로 경기침체가 도래하는 것은 아닌 데다, 실제 경제지표가 악화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경제 활동을 줄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하나의 지표만으로 경기를 예측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경제지표를 취사선택해서 살펴봐야지만 한두 개 지표가 예측력을 잃더라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장단기 금리차의 예측 능력이 떨어지면서 믿을 만한 경기선행지표를 찾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계의 자금 상황이 악화하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 불황인 만큼 민간소비와 개인소비지출(PCE)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또 가계소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고용률, 실업률 등의 경기선행지표로 예측력을 갖는 데이터를 함께 살펴보며 경기를 예측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경기선행지표로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도 주목 받고 있다. 해고된 근로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실업수당 신청인 만큼 노동시장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해고 통지서를 받은 가계는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경제 전반 수요 변화를 측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역사상 최저 레벨에서 횡보 중이다. 지난 7월 4.3%까지 올랐던 실업률도 9월에는 4.1%까지 내려갔다. 이에 시장에서는 제조업 경기 등 일부 지표가 안 좋긴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이 지나면 연착륙 쪽으로 완전히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자산시장을 구성하는 한 축인 증권시장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는 뉴욕 증시의 상승장으로 이어졌고 기술주와 반도체가 여전히 상승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는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해 내수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지만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은 금리인하의 성격에 따라서 다르게 반응했다. 예컨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보험용 인하의 경우 상승장으로 이어진 데 반해 경기침체가 가시화된 후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하락장이 나타났다. 아울러 경기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주식 시장이 강한 모습을 보인다면 침체의 정도가 약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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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위원들, 노동 시장 안정화에 추가 금리 인하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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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고용 지표 강세에 노동시장 냉각 우려 해소
인플레이션 진정세 더딘 편, 급하게 금리 인하해야 할 이유 사라져
추가 인하는 내년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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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들이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끈질긴 인플레이션, 견조한 노동시장, 추가 금리 인하는 내년 이후로?

14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 컨퍼런스에서 고용, 인플레이션, 국내총생산(GDP), 소득 등의 최근 데이터가 “경제가 원하는 만큼 둔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데이터에 과민 반응하거나 이를 가볍게 넘겨봐서는 안 되지만 총체적인 데이터가 통화정책에 있어서 9월 회의에서 필요했던 것보다 금리인하 속도에 더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하반기 들어 미국 고용 시장 냉각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9월 고용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타난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5.25~5.50%에서 4.75~5.00%로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것은 4년 만의 일이다. 빅컷 결정을 발표하던 당시 제롬 파월 의장은 점도표를 바탕으로 올해 내 추가로 0.5%p 규모의 금리 인하가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9월 고용이 기대보다 안정적이었고 2분기 미국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도 3.4%로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예상치를 소폭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을 잡았다고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져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던 올해 초의 고민을 다시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윌러 이사는 이 같은 지표들을 바탕으로 “경제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경제 활동이 크게 둔화될 조짐이 거의 없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단기 지표들과 관계없이 내년에는 점진적인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준 내에서 '매파'로 분류되는 또 한 명의 위원인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개최한 컨퍼런스 연설에서 “현재로서 이중 책무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정책금리를 추가로 소폭 인하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빠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침체를 막아야 한다던 시장 분위기가 주요 지표 발표와 함께 바뀐 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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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단기 채권 이자율/출처=파이낸셜 타임스

강한 고용 시장에 추가 '빅컷' 안개 속으로

금융시장 전문가들 역시 미국 주요 경제 지표들이 잇따라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추가 빅컷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스트의 경제 전망치를 모은 페드워치(Fed Watch)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오는 11월 7일 FOMC 회의에서 빅컷에 대한 전망에 30% 이상의 무게를 뒀으나, 경제 지표들이 발표되자 스몰컷(0.25%p 인하)에 예측이 몰린 상태다.

전반적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이후 경제가 연착륙할 것으로 내다본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수준은 경기 정상화를 가리키고 있다”면서 “소비와 제조업 경기 등 일부 지표가 안 좋긴 하지만 대선이 지나면 연착륙 쪽으로 완전히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의 금리 인하도 이런 추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내수 진작 및 경기 부양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내년 이후 금리 인하가 시장에 선반영된 상태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금리 인하를 감안한 내년 계획들을 짜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에 빅컷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내년 상반기에 단계적으로 금리 인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이 이미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고채 장기 금리는 지난달 한때 10년 만기채가 4.0% 아래로 떨어졌지만 최근 소폭 상승해 4%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금리 인하 속도도 느려질 전망

한편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지는 만큼 한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0일 기준금리 0.25%p 인하를 설명하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대내적으로는 집값,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집값이 떨어지는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4%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을 경우 한국도 기준금리를 급하게 내릴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그간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던 정부 측에서 어쩔 수 없이 집값 잡기를 위해 대출 규제를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의 금리 결정에 중요 변수인 미국 금리가 움직이지 않는 만큼, 집값이 추가로 하락해야 국내 기준금리도 인하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5일 발표한 9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338만3,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1,304만3,000원)과 전년 동월(969만7,000원)과 비교하면 각각 2.6%, 38.0% 오른 수준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미국 기준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한은도 기준금리를 쉽사리 내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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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국면 접어든 영풍·MBK-고려아연 공개매수 경쟁, 남은 건 표 대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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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가 89만원으로 상향하며 '초강수'
"법적 리스크 무시 못 해" 투자자 공개매수 수요 분산 가능성
공개매수가 상향에도 가라앉는 시장 여론, 주식 선물 가격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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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고려아연 기관 투자가들의 공개매수 수요가 분산되며 양측 모두가 과반 의결권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차후 개최될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통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경쟁 마무리

14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개최해 주당 83만원 수준이었던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상향했다. 이는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83만원) 대비 6만원 높은 금액이다.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5.5%인 320만9,009주에서 약 17.5%인 362만3,075주로 늘렸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 매수에 투입하는 비용은 자기자금 5,700억원, 차입금 2조6,545억원 등 총 3조2,245억원까지 늘었다. 여기에 최 회장 측이 진행하는 영풍정밀 공개매수 자금(1,378억원)을 더하면 공개 매수 비용은 총 3조3,623억원 수준까지 불어나게 된다. 지난 8일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추가로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양측의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고려아연의 이번 공개매수가 인상을 기점으로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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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이후 '표 대결' 벌어지나

업계에서는 기관 투자가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 보유 지분을 나눠 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개매수가만 보면 당연히 고려아연 측의 제안에 응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최근 불거진 고려아연의 법적 리스크를 고려하면 '올인' 베팅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지난달 13일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주체인 영풍의 특별관계자인 만큼, 영풍의 공개매수 기간에는 자사주를 살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경영권 분쟁을 시작한 이상 영풍을 고려아연의 ‘공동보유자’로 보긴 어려우며, 영풍이 공개매수를 하는 동안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이에 반발한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라고 주장, 또다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나섰다. 2차 가처분 신청 결과는 오는 21일을 전후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10월 23일) 이전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멈추게 된다. 영풍·MBK 연합 공개매수 대신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노리던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IB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법적 리스크로 인해 기관 투자가들의 공개매수 수요가 분산될 경우, 양측이 모두 과반 지분(의결권)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결국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주주총회 '표 대결'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려아연 주식 선물 가격 '내리막'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고려아연의 주식 선물 가격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11월물 선물은 지난 11일 장중 67만원 수준까지 미끄러졌다가 장 마감 직전 69만3,000원으로 소폭 반등하며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는 같은 날 고려아연 주식 현물 종가(79만4,000원) 대비 12.7%(10만1,000원) 낮은 수준이다. 고려아연 11월물 선물 만기일인 다음 달 14일에 고려아연 주가가 지금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11일 고려아연 현물 주식 거래량 역시 34만6,886주(거래대금 2,750억원)에 그쳤다. 지난 4일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영풍·MBK가 발맞춰 공개매수 가격을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날 거래량이 123만27주(거래대금 9,420억원)에 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려아연이 과감하게 공개매수가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경쟁이 끝나고 표 대결이 시작되면 양측은 지분 규모가 큰 기관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며 "사실상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이후 양측이 시장에서 추가적으로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양측이 표 대결을 벌인다면 시장이 추가 호재 없이 경영권 분쟁의 '리스크'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경영권 분쟁 관련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뒤에는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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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스틱, 효성화학 특수가스 인수가액 1조1,000억대로 떨어질 듯

IMM PE-스틱, 효성화학 특수가스 인수가액 1조1,000억대로 떨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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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인수 결정 때는 1.3조, 실사 후 EBITDA 규모 축소 전망
연간 EBITDA 650억원의 20배에서 인하된 가격 예상
업계서는 1조1천억원대 초반에 거래될이란 것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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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베트남 폴리프로필렌 공장 / 사진=효성

효성화학이 재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진행 중인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7월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면서 1조3,000억원에 매각되는 것으로 협상이 이어졌으나, 실사 후 영업현금흐름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초보다 매각 가액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협으로 지정될 당시에는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650억원의 20배인 1조3,000억원에 인수 희망가액을 제시했지만, 8월 중 진행된 실사에서 예상보다 EBITDA 예상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효성그룹 측은 당초 49% 지분만 매각할 예정이었다가 효성화학의 재무 사정이 빠르게 악화되자 경영권 매각으로 방향을 바꾼 바 있다. 이번 매각을 통해 재무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매각 가액이 줄어들면서 기대보다 경영 정상화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효성화학, 재무 부담에 가격 협상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나?

14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효성화학의 유동부채는 2조9,118억이었던 반면, 자본 잠식에 해당할 만큼 자본금은 없는 상태였다. 베트남 공장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워넣으면서 자본금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올해 초 급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500억원 사채 발행에도 실패할 정도로 시장에서는 효성화학의 재무 건전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효성그룹 측이 당초에는 일부 지분 매각을 고민하다 경영권 전체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회사 재무 사정 악화와 무관치 않다. 다만 이번 매각을 통해 1조1,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와도 여전히 1조8,000억원 규모의 부채가 남는 상황이라 효성 측은 가격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실사 후 EBITDA가 예상치보다 모자란 600억원대에 불과했다는 점과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산업용 가스 관련 기업들이 EBITDA 배수 기준으로 10배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 등이 인수 측의 협상 지렛대로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원익머트리얼즈가 지난해 EBITDA 기준으로 약 10~11배 내외의 가치로 거래되고 있고, 동성화인텍이 9배, 태경케미컬이 7배에 거래되고 있다.

효성화학 측도 지나치게 낮은 몸값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불화질소(NF3) 시장은 반도체 산업 성장과 함께 동반 성장이 가능한 상품군인 만큼 일반 산업용 가스와 같은 배수는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효성화학 측은 자금난으로 어려웠던 특수가스 설비 확장이 가능해질 경우 반도체 산업 성장과 함께 회사의 수익성이 대폭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 협상 난항도 한몫, 금융기관들 급할 것 없다

당초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은행이 인수금융을 주선했지만 실사 후 EBITDA 수치 조정이 있으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재고에 들어간 것도 가격 협상에서 효성화학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 완료를 연말까지로 지정해 놓은 만큼, 국내 금융기관들도 상황을 보면서 대응하겠다는 태도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가액이 낮아져야 인수 금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매각 가액 하한선을 1조2,000억원으로 고집했던 효성화학 측 역시 효성화학 재무 사정, 영업현금흐름, 인수금융 사정 등을 감안해 인하된 가격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자금은 부채 상환과 베트남 법인 살리기에 쓰일 예정이다. 효성화학의 재무 구조는 지난 2018년 연간 폴리프로필렌(PP) 6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베트남 공장 건설에 1조5,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으면서 악화되기 시작했다. 설비 문제 등으로 공장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면서 적자가 지속된 데다 현지 정부 및 인력들과의 마찰이 반복되면서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데 예상보다 긴 시간을 쓰게 된 탓이다. 효성화학을 상속받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측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내부적으로도 베트남 공장이라는 경영 패착이 없었다면 특수가스 사업부를 매각하지 않았어도 됐다는 아쉬움이 퍼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의 경영 능력 본고사는 합격점?

그런가 하면 효성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매각이 조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 및 사내 평가와도 직접 관련이 돼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외부에는 고(故) 조석래 전 명예회장이 뒤에서 지원만 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조 전 명예회장이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었던 만큼, 조 회장이 경영 컨트롤을 직접 하게 된 후로 사실상 첫 번째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느냐 여부를 통해 향후 효성그룹의 성장 가능성을 점치겠다는 것이다.

당초 베트남 공장 설립도 "100년 효성의 미래를 베트남에서 열겠다"던 조 회장의 의욕이 강하게 반영된 경영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효성 그룹 내 가장 알짜 사업부에 해당하는 특수가스 사업부를 매각하면서까지 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베트남 공장과 더불어, 효성TNC(효성티앤씨), 효성TNS(효성티앤에스) 등 핵심 계열사들의 베트남 현지법인들도 동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효성화학이 베트남에서 직접 운영 중인 폴리프로필렌(PP) 공장은 PP 가격 급락으로 인해 2021년 725억원, 2022년 3,137억원, 2023년 2,594억원 규모 당기순손실을 각각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232억원 규모 적자를 냈다. 해당 기간 누적 손실만 7,700억원에 육박한다. 이어 효성티앤씨의 베트남 완전자회사(지분 100%)인 'Hyosung Dong Nai Co., Ltd.'(동나이 스판덱스)도 당기순이익이 2021년 3,289억원, 2022년 1,206억원, 2023년 628억원으로 3년 만에 81%나 줄어들었다. 2022년 하반기에 설립된 'Hyosung Dong Nai Nylon Co., Ltd.'(동나이 나일론) 역시 지난해 7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에서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협상력을 보여주느냐가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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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0.25%p 인하" 한국은행,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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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내리며 통화 정책 전환 본격화
물가 안정·내수 부진 등이 피벗 결정에 영향 미쳐
'피벗 걸림돌' 가계부채·집값 급등세도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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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글로벌 피벗(통화 정책 전환) 대열에 합류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으로 인한 한·미 금리 차 축소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계부채 증가세 안정 △내수 소비 침체 및 GDP 역성장 등 금리 인하 여건이 속속 조성된 결과다.

한은, 기준금리 0.25%p 인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p 인하했다. 3년 2개월 만에 통화 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앞서 한은은 2021년 8월 통화 긴축을 시작해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며, 이후 1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은 통화 정책의 물가 목표(소비자물가 상승률 2%)가 달성된 셈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에 진입한 것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9월 빅컷으로 한·미 금리 차가 2%p(3.5%·5.5%, 상단 기준)에서 1.5%p(3.5%·5.0%)까지 축소된 점 역시 피벗 결정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금리 차가 축소되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될 우려가 줄어들게 된다. 미국의 과감한 기준금리 인하로 한은의 운신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가라앉는 내수 시장

최근 이어진 내수 부진 기조 역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더한 요소로 꼽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9일 발표한 '최근 소매 판매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 기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 감소했다. 이는 2003년(-2.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매판매액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다루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지표로, 지수 증가율이 음의 값일 때 실질 소비의 양이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내수 경기가 가라앉음에 따라 경제성장률 역시 주춤하는 추세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대비 0.2% 역성장했다. GDP가 분기 기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인 국민총소득(GNI)도 559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 감소했다. 이는 2021년 3분기(-1.6%)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미래 성장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은 8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2.6% 수준이었던 전망치를 2.5%로 조정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0.1%p 내려 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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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출 규제에 가계부채도 '주춤'

피벗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혔던 가계부채 증가세도 최근 들어 주춤하는 양상이다. 한은의 금리 인하 리스크가 감소한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1,4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730조9,671억원) 대비 8,215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573조4,292억원으로 1조1,472억원 줄었다.

올해 들어 과열 양상을 보이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 8,884건까지 치솟으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거래(9월 7일 기준)는 1,941건에 그쳤다. 아직 최종 집계까지는 3주가량의 시간이 남았지만, 현재의 증가 추이가 이어진다면 9월 최종 거래량은 8월 거래량(6,103건) 대비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하는 국면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대출 관리 강화 정책이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를 시행, 차주들의 대출 한도 조이기에 나섰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더하는 제도다. 2단계 스트레스 금리는 0.75%p 수준이며,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한해 1.2%p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시중은행권도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유주택자 주담대 취급을 줄줄이 제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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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엔진 꺼졌나" 獨 또 역성장, '유럽의 병자'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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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올해 성장률 전망 -0.2%로 하향,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제조업 성공 모델에 안주한 독일, 디지털 전환에도 실패
中 경제 부진·러-우戰·인플레·고령화 등 겹악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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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럽의 엔진’이라 불리던 독일 경제가 심상치 않다. 제조업과 수출 기반이 탄탄했던 경제가 디지털 경제 시대에 힘을 잃고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맞은 독일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독일이 다시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강점이었던 수출 중심 경제 모델이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약점으로 작용한 결과다.

독일, 올해도 역성장 공포

9일(현지시간) 로버트 하베크(Robert Habeck)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0.3%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0.2%는 최근 독일경제연구소(DIW), 킬세계경제연구소(IfW) 등 5개 싱크탱크들이 공동으로 내놓은 수정 전망치 -0.1%도 하회한다.

독일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에 전년 대비 -3.8% 성장한 뒤 2021∼2022년 회복세를 보이다 지난해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요 7개국(G7) 중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역성장 전망서를 받아든 곳은 독일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독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2002년~2003년 이후로는 처음이고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론 두 번째다. 당시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독일이 처음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시기였다.

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건 유럽연합(EU) 공식 통화인 유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과거 마르크를 사용할 때보다 평가절하된 유로를 사용하면서 임금 삭감 효과가 생겼고, 생산품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수출 경쟁력도 갖게 됐다. 그 결과 독일은 그리스를 비롯해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가 국가부채로 휘청거리던 2010년에도 성장률 3.6%를 기록하는 등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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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중국 경기 침체에 발목

유럽의 맹주로 군림하던 독일이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 것은 단기에 해결될 수 없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요인과 맞물려 있다. 대표적인 요소가 에너지 문제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은 에너지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독일은 원전을 폐기하고 러시아-독일 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드스트림(Nord Stream)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았는데, 2022년 파이프라인 폭파 사건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미 원전을 폐기한 상태에서 독일 경제를 지탱해 온 값싼 에너지까지 잃게 되자 독일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G7 국가 평균의 2.7배로 치솟았고 이는 기업의 제조원가 상승, 수출경쟁력 저하를 야기했다.

중국의 경제 부진도 독일 저성장의 주요인이다. 오랜 기간 중국은 독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었지만 올해 그 자리는 미국에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촉발한 중국의 경기 위축이 자국 브랜드 소비를 이끈 결과라 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를 중심으로 중국이 자체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독일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BYD 같은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전기차를 내세워 본토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독일 차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이는 독일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자동차 중심의 탄탄한 제조업으로 성공한 과거 모델에 안주해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동력 투자를 소홀히 한 것이다. 자동차, 화학, 기계 등 제조업은 독일 성장의 견인차였고, 경쟁력의 상징인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를 대표해 왔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의 독일 경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산업의 다각화와 디지털 경제로 재편되는 새로운 환경에 편승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여전히 1800년대 프로이센 시절의 중심산업이 현재도 독일의 중심산업이며 '디지털 후진국'이라 자조할 만큼 신사업 영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100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중 독일 기업은 SAP가 유일하며,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독일 플랫폼의 존재는 미미하다.

여기에는 첨단 기술 육성에 필요한 정부 투자에 자체적으로 '헌법 족쇄'를 채운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독일 정부는 2009년 경기 침체 시기를 제외하고 GDP의 최대 0.35%까지만 재정적자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로 인해 독일의 공공투자는 선진국 중 최하위권으로 주저앉았다. 그나마 마련한 R&D(연구개발) 예산마저도 AI나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는 제대로 투자도 못하고 있다. 대부분 산업 구조가 자동차 산업 중심으로 짜여 있다 보니 신규 R&D 지출도 결국 자동차 연관 업종으로 퍼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력 부족으로 중심 산업 쇠퇴 전망

더 큰 문제는 독일 경제의 장기 전망이다. 독일은 낮은 출생률(2022년 기준 1.46명)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OECD에 따르면 독일은 향후 12년 동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2035년까지 노동자 700만 명을 잃게 된다. 이에 대해 독일 경제부는 숙련 노동자 부족이 기업의 성장 잠재력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나 설비는 탄탄하지만 이를 다룰 고급인력이 부족해 독일의 성장 가도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2045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 또한 관련 분야의 숙련된 노동자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독일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문제는 뿌리 깊은 관료주의다. 독일 엔지니어링연합 의뢰로 중소기업연구소가 진행한 연구를 보면, 독일의 한 중소기업은 모든 행정 의무 준수를 위해 매출의 3.2%를 지출하고 있다. 이는 70만 유로(약 1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중소기업 정규직 직원 10명을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같은 독일의 관료주의는 과거 기업에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조성해 준 측면도 있지만, 현재는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 발목만 잡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기업이 높은 인건비, 에너지 비용, 세금 부담, 정치적 혼란 등을 이유로 생산시설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어 산업 쇠퇴 우려도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폭스바겐이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우려를 키웠고,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독일에 300억 유로(약 44조3,000억원) 규모의 공장 건설 계획을 중단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고 있는 만큼 올해 경제가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먹구름이 걷히지 않은 모습이다. 소비자 수요는 침체 상태고, 기업들은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경계하며 투자를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하베크 장관도 "순환적 요인 때문만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훨씬 (경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수년간 누적된 숙련 기술인력 부족, 인프라 투자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아울러 독일과 EU의 정치적 논쟁이 기업,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나침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재정적자를 둘러싼 독일 정부와 EU 간 갈등이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회원국의 재정적자 한도를 제한한 EU 규제로 인해 독일 정부로선 성장을 위한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독일에 ‘어젠다 2030’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중장기적 원인을 제거하고 경제 체질을 전환하는 구조 개혁만이 최선의 수단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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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63조원에 사겠다" ACT, 日 세븐&아이홀딩스 인수 가격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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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ACT, 인수가 높여 세븐&아이홀딩스에 인수 재제안
시장 침체로 성장 정체된 세븐&아이홀딩스, 제안 응할까
"일본 편의점 업황 악화, 남 일 아냐" 韓 편의점 업계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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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편의점 대기업 알리멘타시옹 쿠시타르(ACT)가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일본 유통 기업 세븐&아이홀딩스에 상향된 인수합병(M&A) 가격을 제시했다. 시장은 업황 악화로 인한 성장 정체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세븐&아이홀딩스가 ACT의 매각 제안을 수용할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뛰어오르는 세븐일레븐 몸값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ACT는 세븐&아이홀딩스 발행 주식 전량을 8일 종가(2,230엔, 약 2만원)보다 약 20% 높은 수준인 주당 2,700엔(약 2만4,000원)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ACT가 세븐&아이홀딩스의 주식 전량을 취득할 경우 인수가는 7조 엔(약 63조원)까지 뛰어오르게 된다. 이는 외국 기업의 일본 기업 인수로는 최대 규모다.

ACT가 인수가를 상향 조정한 것은 앞서 세븐&아이홀딩스가 몸값이 과소평가됐다는 이유로 한 차례 ACT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ACT는 세븐&아이홀딩스를 6조 엔(약 54조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주당 평가 금액은 14.86달러 수준이다. 이후 지난달 세븐&아이홀딩스는 “(ACT의 제안은) 회사의 기업가치와 주주에게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며 제안 내용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ACT가 이 같은 세븐&아이홀딩스의 요구에 화답하며 인수가를 대폭 상향 조정한 가운데, 세븐&아이홀딩스는 차후 특별위원회에서 ACT의 새 제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대응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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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아이홀딩스, 실적 둔화 국면

시장은 세븐&아이홀딩스의 인수 제안 수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세븐&아이홀딩스는 현지 편의점 시장 침체로 인해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며 "실적 둔화 국면에 접어든 세븐&아이홀딩스가 과감한 지분 매각을 택할지 시장 전반의 이목이 집중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 세븐&아이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105조4,965억원으로 전년(108조6,191억원) 대비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조9,169억원에서 2조6,707억원으로 31.8% 급감했다.

세븐&아이홀딩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신규 점포 출점 감소가 지목된다. 세븐일레븐재팬은 올해 2월 기준 일본 전역에 2만1,535개의 매장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3개 증가한 수치다. 10년 전만 해도 연간 1,000개 이상의 신규 점포가 출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눈에 띄게 꺾인 셈이다. 이외로도 △대형 점포의 축소 △고령화로 인한 평균 구매 금액 감소 △무인매장 전환에 따른 인프라 비용 증가 등 복합적 요인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성장 둔화 양상은 세븐일레븐뿐만 아니라 일본 편의점 업계 전반에서 관측되고 있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의 편의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일본 7개 편의점 브랜드의 일본 내 점포 수는 5만5,647개로 전년 동월 대비 112개(0.2%) 감소했다. 일본 편의점 점포 수는 2022년 1월 5만5,956개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2022년 6월부터 현재까지 매달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韓 편의점 시장도 '침체'

이런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일본 편의점 시장의 쇠퇴 흐름이 '남일'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주요 편의점 브랜드의 성장세도 점차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영업이익은 2,188억원으로 4억원가량 감소했다.

국내 편의점 3위 업체인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국내 운영사)은 지난해 5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989억원에 달한다. 미니스톱 인수로 인해 불어난 비용 손실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022년 3월 코리아세븐은 특수목적법인 롯데CVS711을 설립, 3,133억원을 들여 일본 이온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미니스톱의 지분 100%를 인수한 바 있다. 2,600여 개에 달하는 미니스톱 점포를 손에 넣어 시장 영향력을 강화, GS25·CU의 뒤를 쫓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통합 작업이 마무리된 현재까지도 인수 효과는 사실상 미미한 상황이다. 코리아세븐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2조6,6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하락했다.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441억원, 603억원 수준이었다. 쌓여가는 적자로 인해 재무 부담도 빠르게 가중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부채비율은 2022년 264.7%에서 지난해 427.2%로 급증했으며, 올해 2분기 478.8%까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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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IPO 최대어' 케이뱅크, 회의론 뚫고 흥행 성공할까

'하반기 IPO 최대어' 케이뱅크, 회의론 뚫고 흥행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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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재수생' 케이뱅크, 10일부터 수요예측 돌입
최대 9,840억원 조달 목표, 시총 4~5조원 전망
고평가 논란도 여전, 몸값 인정 여부에 관심
오버행·낮은 LCR·구주매출 등은 주가 방어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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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가 이번 주 수요예측을 시작하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 올해 하반기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힌다는 점에서 투자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흥행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구주매출과 오버행(잠재적 매도 대기 물량) 이슈 등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산재해 있어서다.

케이뱅크 '코스피 상장' 본격화, 시총 5조 도전

8일 케이뱅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10~1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공모가 범위는 9,500원~1만2,000원이며 이달 21~22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 뒤 30일 상장을 목표로 한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메릴린치증권이 맡았고 인수단으로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합류한다.

케이뱅크는 총 8,200만 주를 공모해 7,790억~9,84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50%(4,100만 주)씩 신주 모집과 구주매출을 병행한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적정 시가총액은 5조4,048억원을 구했다. 케이뱅크가 상장에 재도전하면서 시장에서는 7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희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눈을 낮춘 모양새다. 시장에 첫 출사표를 던진 시기인 2022년 케이뱅크의 순이익은 836억원에 그친 반면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854억원을 달성하는 등 우수한 실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 보수적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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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2.56배 적용에 고평가 논란 불가피

다만 자본총계 및 순이익 격차가 큰 글로벌 인터넷은행을 비교대상으로 삼으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 산정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이견이 도마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케이뱅크는 비교그룹으로 카카오뱅크, 일본 SBI스미신넷뱅크(Sumishin Net Bank), 미국 뱅코프(Bancorp)를 선정했다. 최근 PBR이 높았던 브라질 누뱅크(9.84배)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PBR 5배 이상을 '비경상적인 멀티플'로 보고 제외했다.

비교기업의 PBR은 카카오뱅크가 1.62배, SBI스미신넷뱅크 2.96배, 뱅코프는 3.11배로, 케이뱅크는 이들의 PBR 평균치인 2.56배를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1조9,556억원)에 적용한 뒤 공모자금 유입액을 더해 적정 시가총액을 산정했다. 케이뱅크의 PBR은 카카오뱅크, KB금융, 신한지주 등 주요 금융주 대비 높지만, 앞서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시 적용한 PBR 7.3배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피해가기 위함이라는 평가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높은 기업가치가 산정됐다는 인상평을 내놓는다. 비교그룹으로 선정된 기업들의 자본총계와 순이익이 케이뱅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SBI스미신넷뱅크와 뱅코프의 자본총계는 모두 10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지만 케이뱅크는 1조원 후반대에 불과하다. 순이익도 비교기업들과 20~30배 차이가 난다.

이렇다 보니 공모주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희망 공모가 범위의 최저치인 9,500원으로 하더라도 PBR이 카카오뱅크보다 높기 때문이다. 주당 9,500원으로 구한 케이뱅크의 올 6월 말 기준 PBR은 1.82배, 카카오뱅크는 1.5배 내외다. 자산, 자본 규모 모두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 대비 두 배 이상임에도 PBR은 케이뱅크가 더 높게 산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PBR 5배 이상인 기업을 피어그룹에서 제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카카오뱅크보다 높은 PBR이 산정되고 적용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평가액 대비 할인율의 최저가 7% 수준인 점도 꽤 낮다고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초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도 할인율 최저선이 21% 정도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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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행 이슈 및 구주매출도 걸림돌

오버행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흥행에 있어 변수로 지목된다. 유안타증권이 케이뱅크의 상장 첫 거래일(10월 30일) 유통 가능 주식 수를 산출한 결과 전체 상장주식의 28%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상장한 두산로보틱스의 기관 투자자 확약률(운용사 1개월 확약 기준 8.89%)과 우리사주 소진율(9.73%)을 적용해 케이뱅크의 기관 투자자 확약률을 9.4%로 추정해 산출한 수치다. 기관 투자자가 이 수준으로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하면 28% 정도의 유통 가능 물량이 상장 당일 시장에 풀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2020년 하반기부터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 중 상장 당일 유통주식 가능 물량이 28%보다 높은 곳은 게임사 크래프톤(39.0%)이 유일하다. 하이브(19.8%), 두산로보틱스(18.4%), 에코프로머티(15.2%), SK아이이테크놀로지(15.0%) 등은 10%대 유통주식 수를 기록했고, 카카오뱅크는 6.6%였다. 이처럼 일반적인 IPO에 비해 상장 초기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많을 경우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며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절반이 구주매출이라는 점도 공모 흥행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주매출이란 공모주 청약 시 기존주주가 가진 주식을 판매하는 것으로 기존주주들의 차익 실현 목적이 크기 때문에 상장 기업 가치가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구주매출이 절반으로 늘어난 건 재무적투자자(FI)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3년 전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취득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카니예 유한회사(MG새마을금고),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등 FI는 이번 기회에 구주매출에 참여해 거액의 상장 차익을 실현하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낮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부정적 요소다. LCR은 금융 위기 등 비상상황에서 은행이 최소 30일 동안 예금 유출에 대비해 고유동성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올해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의 LCR(184.67%)은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708.50%), 토스뱅크(676.75%)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이에 케이뱅크는 최근 수신잔액을 늘리기 위해 지난달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의 10억원 한도 제한을 없애는 등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안팎에선 낮은 LCR로 인해 높은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와 무수익여신·고정이하여신 증가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 등을 근거로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의구심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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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인도 태양광 업체들이 반사 이익 누린다

미-중 갈등에 인도 태양광 업체들이 반사 이익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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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고율 관세 부과
미국 업체들 인도로 생산 기지 전환 중
한국 한화솔루션, 그간 쌓인 재고 소진 기대

미중 갈등에 쫓겨난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빈자리를 인도 기업들이 채워넣으면서 태양광 시장 판도가 변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미국 태양광 산업에서 중국 제품들이 배제되면서 인도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인도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리뉴의 수만트 시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면서 인도산 태양광 부품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일부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에서 인도가 중국의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리뉴가 태양광 부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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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ochin International Airport Limited

중국이 공급하던 저가 태양광 패널 시장, 인도로 바톤 넘어가

저가형 중국산 태양광 패널 위주로 돌아가던 시장이 미중 갈등으로 인해 인도로 이동 중인 모습이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지난해부터 중국산 태양광 패널 및 관련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고, 때문에 생산 단가를 낮추려던 기업들이 중국의 대안으로 인도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 기업들이 관세 회피를 위해 인근의 동남아 국가에서 생산을 이어가자, 지난 1일 미국 상무부는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미국 진입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미국 주요 업체들이 선택한 생산국이 인도다. 우드 맥켄지는 중국 및 동남아 이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패널이 향후 5년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업체들이 인도를 생산 기지로 선택하면서 그 중 약 40%를 인도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인도로부터 패널 및 셀을 18억 달러 가량 수입했다. 2022년 2억5천만 달러 대비 일곱배 증가한 수치다.

인도 태양광 부품 제조업체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이후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 패널을 공급하는 인도의 와리 에너지는 지난해 향후 4년간 10억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캐나다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헬리엔의 경우 기존에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 셀을 조달했지만, 인도로 구매처를 변경하면서  관세의 영향을 피했다. 마틴 포흐타룩 헬리엔 CEO는 “가장 큰 장점은 그들이 중국산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 지원에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투자 이뤄져

재생 에너지 전문 업체인 솔라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인도의 태양 에너지 설치 용량은 약 82기가와트(GW)로 지난해 대비 22.5% 증가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이어 인도의 재생 가능 에너지 전체 설치 용량은 143.4GW로 ,인도 전체 발전 용량의 32%를 차지한다. 영토 규모 대비 발전소 설비가 턱없이 부족한 인도의 사정상 가정에서 쉽게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었던데다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기술 혁신, 환경 인식 등이 골고루 작용했다는 것이 솔라쿼터의 설명이다.

이어 자이살메르 사막 투어 등으로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인도 구자라트 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단지가 태양광 발전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 완공된 태양광 발전소는 구자라트주 카브다(Khavda)에서 551MW 규모의 태양광 기반 전력을 생산한다. 운영사인 AGEL의 구트남 아다니(Gautam Adani) 회장은 5년 내에 카브다 지역에서 30GW의 재생 에너지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인도 전체의 재생 에너지 기준 약 20%에 달라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인도 및 아랍 지역의 사막은 태양광 발전에 최적 입지를 갖춘데다, 복잡한 설비없이 저가형 패널 설비만으로 손쉽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시장이 빠르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지난 4월 우드매켄지 등 재생에너지 전문 분석 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유틸리티 태양광 평균 균등화발전원가(LCOE)는 메가와트(Mwh)당 70달러 선으로, 지난 2022년 100달러 선에서 20% 이상 하락했다. 관계자들은 인도 및 주변 국가들에서 태양광 발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한화솔루션도 반사이익 전망

국내 업체 중 미국 현지에서 태양광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한화솔루션도 반사 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중국산 패널에 대한 고율 관세가 확정되고, 동남아로 우회 수출 전략도 사실상 차단되면서, 그간 재고로 쌓여있던 패널 제품의 판매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당초 현지 생산라인을 크게 늘리며 태양광 셀·모듈을 대량 생산해왔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시장 수요 감소에 대부분이 창고에 쌓인 형편이다.

미국에서 한화의 태양광 제품 재고 회전율은 1년6개월 수준이다. 이로 인한 재고평가손실 발생에 지난해 4분기 2,32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바 있다. 전분기에는 4,177억원이라는 분기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태양광 수요약화 등에 3개월 만에 큰 손해가 난 것이다. 적자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져, 2,166억원의 적자를 냈다. 단, 올해 중순부터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쌓인 재고의 소진과 함께 실적 및 수익성 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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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아파트 거래량 3분의 1로 줄어, 가격도 정점 찍고 하락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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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래량 8월 6천 건에서 9월 2천 건으로 감소
9월 서울 아파트 매물도 2.2% 줄어, 적체 현상 뚜렷
연말까지 수요 관망, 부동산 시장 보합세 유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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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동안 이어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했다. 전국적으로 매물이 쌓이며 서울 외곽과 강북 지역 아파트 가격은 내림세로 돌아섰고, 강남 일부 지역도 7~8월 신고가가 속출하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오는 11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아파트 가격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나, 올여름과 같은 급등장이 재연되기보다는 연말까지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 3구 아파트, 8월 신고가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939건으로 8월 기록한 6,103건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아직 최종 집계까지 한 달가량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래량이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 확실시되는 모습이다. 반면 매물은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3,788건으로 8월 8만1,983건보다 2.2%(1,805건) 증가했다.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지 않았던 7월 매물 7만7,652건과 비교하면 적체 현상이 뚜렷하다.

아파트 가격도 7~8월 최고가를 찍은 뒤 내림세로 돌아섰다. 전용 면적 84㎡ 아파트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난 8월 국민평형 '50억원 시대'를 열었던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9월에 40억원 거래가 신고됐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는 지난 8월 27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한 뒤 9월 들어 26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인 고덕그라시움도 전용 84㎡ 아파트가 8월 20억4,000만원으로 신고가 거래된 뒤 지난달 18억9,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일명 '노·도·강'으로 불리는 노원·도봉·강북구의 아파트 시장은 더욱 빠르게 식고 있다. 최근 노·도·강 지역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를 보면 노원구는 8월 6억5,963만원에서 9월 5억9,114만원으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강북구도 6억6,627만원에서 5억8,564만원으로 떨어졌다. 도봉구는 8월 5억6,880만원에서 9월 5억7,708만원으로 소폭 상승했다가 10월 5억2,325만원으로 하락했다. 고점 대비 가격 비율은 도봉구가 82.5%로 가장 높았고 노원구 85.5%, 강북구 86.3%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금천구, 강서구, 은평구, 성북구가 90%를 넘지 못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함께 상반기 아파트값 급등세를 이끌었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역시 최근 들어 분위기가 꺾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해당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직전 분기 2,247건에서 1,693건으로 감소했다. 핵심지의 가격 상승률도 둔화됐다. 전례 없는 단기 폭등을 경험한 성동구는 8월까지 0.4%대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다 9월 들어 0.12%까지 하락했다. 7월 한때 0.6%대 상승 행진을 하던 송파구도 0.28%로, 강남구와 마포구도 0.2%대로 상승 폭을 줄였다.

공인중개사협회 "8월부터 서울·수도권 하락세 감지"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감지됐다. 지난 8월 정부 기관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이 뛰었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민간 협회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다. 지난달 20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8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9% 하락했다. 이 중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4.5%, 4.4% 하락한 반면 지방은 0.7% 떨어져 수도권의 하락 폭이 전국과 지방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전국 주택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월 대비 1.27% 올라 지난 2018년 9월 이후 7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0.75%로 집계됐다. 이처럼 같은 기간 한국부동산원과 공인중개사협회의 집값 동향 분석 결과가 다른 것은 통계 방식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 협회는 아파트 매매 가격을 지수화하지 않고 월별로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평균 가격 변화를 반영해 분석하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부동산원의 방식에 따르면 시장 분위기가 통계에 반영되는 속도가 조금 느리다"며 "공인중개사협회는 계약 체결 즉시 부동산 실거래가를 반영하는 시스템을 통해 시세 통계를 작성하기 때문에 민간업체인 KB국민은행 집값 통계와 비교해도 한 달가량 빠르게 사장 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즉 조사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인중개사협회의 조사가 시장 상황을 더 빨리 반영해 가격 동향을 미리 점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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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금리 인하 흐름·대출 규제 기조 속에 관망세 유지

공인중개사협회가 집값 하락 시점으로 꼽은 8월은 정부가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정책을 내놨던 시기다. 전문가들이 서울 아파트 거래량 감소와 가격 상승률 둔화의 원인으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를 꼽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집값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금리 인하가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1%대로 떨어지고 가계 대출 증가세가 제동이 걸리면서 금리 인하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빅컷(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것도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집값 상승이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가 서로 어느 쪽이 더 영향력이 클 것인지 시장에서 시소게임을 하는 중"이라며 "금리 인하의 경우 지난 7~8월 아파트 가격 급등기에 선반영이 많이 됐기 때문에 지금은 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이 보이면 정부가 추가 제재도 가능한 상황이라 당분간 조정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8월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전세 대출이나 정책금융 등으로 확대하거나, 은행권의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을 추가 조치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내년 하반기로 미룬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조기 시행,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응하는 핀셋 규제 추가 제도화 등도 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가 단행된다고 하더라도 대출 규제도 함께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상승도 하락도 가파르지 않은 관망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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