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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특수 없었다, 수요심리 위축된 운정신도시 집값 하락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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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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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적체 심화→호가 하락
추가 개발도 일제히 멈춤 상태
B·C 노선 개통 일정 ‘불투명’
시운전 중인 GTX 차량의 모습/사진=국가철도공단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파주 운정중앙역이 개통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일대 집값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GTX라는 초대형 호재가 일찌감치 선반영된 데다, 상급지로 평가되는 일산 집값이 주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공사비 급등을 이유로 사업을 재검토하는 건설사가 늘면서 주변 추가 개발 또한 요원한 실정이다.

파주시 집값 6주 연속 내림세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파주시 목동동 ‘운정화성파크드림시그니처’ 아파트(전용 84㎡·23층)는 지난달 4억9,8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전월 거래 가격인 4억8,500만원(12층)보다 소폭 오른 수준이지만, GTX 개통 전 기록한 최고가 9억5,000만원(25층)과 비교하면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인근 단지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산내마을9단지힐스테이트운정(59㎡)’은 지난달 4억8,000만원(25층)에 새 주인을 만나며 최고가(7억3,000만원·12층) 대비 2억5,000만원 하락했고, ‘산내마을6단지한라비발디(84㎡)’역시 최고가보다 2억원 이상 떨어진 4억2,000만원(24층)에 거래됐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도 2월 넷째 주 파주시 집값은 0.05% 내리면서 6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 올해 들어서만 0.17% 떨어졌다.

이와 같은 부진은 지난해 12월 GTX A노선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이 개통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상반된 결과다. 목동동 한 공인중개사는 “GTX A노선 계획이 발표되고 착공까지는 일대 집값이 폭등했다”며 “개통 시점만 하더라도 호가를 높인 집주인이 많았는데, 매수자가 줄면서 하나둘 가격을 낮춰 잡았다”고 전했다.

GTX 개통 시점까지 분위기를 살피던 물건들이 단기간에 쏟아지면서 매물 적체도 심화했다. 부동산 정보분석 업체 아실에 의하면 GTX A노선 개통일인 지난해 12월 28일 5,453건이던 파주시 아파트 매물은 이달 5일 기준 6,329건으로 16% 늘어났다.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매물 증가율인 9.1%와 비교해 훨씬 높은 수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교통 호재가 가격에 선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탄핵 정국 등 여러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집값의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내년 입주 물량도 1만 가구에 육박해 당분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리 인하와 GTX 착공 시점이 맞물리면서 운정신도시 일대 집값이 과도하게 뛴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서울과 더 가까운 일산 집값이 일산테크노밸리 개발과 선도지구 재건축 등 이슈에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운정신도시 집값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원가 부담에 사업 원점 재검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정신도시 일대에는 땅을 취득하고 개발사업의 첫 삽도 뜨지 못한 현장이 줄을 잇고 있다. GTX 특수를 기대하며 사전청약까지 받았던 시행사 중 상당수가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차일피일 착공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시행사는 공사비 급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에서 지난해 130.18로 3년 사이 11%가량 상승했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돼 건설 원가 부담을 최소화할 방도가 없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견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보통 원가율 80% 초중반을 안정권으로 여기는데, 최근 건설사들 대부분 원가율이 90%를 넘는 실정”이라며 “들어오는 돈보다 자재와 인건비 등 나가는 돈이 더 많으니 지어도 남는 게 없을 거란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공사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마케팅 등 여타 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업 취소가 가장 유리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서울 도심지역까지 30분 이내 주파가 가능해진 만큼 파주 일대 주민들은 GTX를 이용해 서울의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찾아갈 가능성이 농후한 탓이다. 이동이 용이해지면 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의 경제력을 흡수하는, 이른바 ‘빨대효과’다. 서울과의 접근성 개선이 GTX 역사 주변 상가들에는 도리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B·C 노선 부동산 활성화 기대 ‘언감생심’

GTX B·C 노선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이들 노선의 준공 시점을 각각 2028년, 2030년으로 제시하면서 기대 수요가 몰렸지만, 철도 공사조차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 또한 공사비 폭등과 사업성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시행사들이 공사 시작을 위한 자금 마련 단계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개통 일정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인천 송도부터 남양주 마석(연장 82.8㎞)을 연결하는 GTX B노선은 민자 구간(상봉-마석)과 재정 구간(용산-상봉)으로 구분된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착공식을 열고 재정 구간 일부(상봉역-구리역) 공사에 들어갔지만, 민자 구간 착공 시점은 여전히 미정이다. 민자구간 사업 시행자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다. 총사업비 4조2,894억원 중 3조4,000억원가량을 민간에서 조달해야 하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고금리 장기화 등 각종 변수가 이어지며 자금조달 과정에서 애를 먹어왔다.

지난해 말에는 지분 20%를 보유한 현대건설이 GTX C노선 사업 집중을 이유로 13%를 반납하기로 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DL이앤씨(지분 4.5% 보유)도 사업성을 이유로 컨소시엄 탈퇴를 통보했다. 대우건설 측은 올 1분기 내 착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참여사가 손을 털고 떠난 마당에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경기 양주시 덕정역에서 청량리역, 삼성역을 통과해 수원역까지 86.46㎞를 연결하는 C노선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사업 시행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 내 다수의 참여사가 공사비를 이유로 사업 참여를 재검토하고 나서면서다. 아직 컨소시엄을 탈퇴한 참여사는 없으나, 주간사인 현대건설은 최근 국토교통부에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공사비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현재 금융주간사인 국민은행이 자금 조달을 타진하고 있지만, 마무리가 안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 노선의 착공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일각에선 재정사업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은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자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재정으로 전환하면, 기존 계약 해지에 따른 귀책 사유 검토와 사업성 파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등 여러 절차가 따라온다”고 짚으며 “지금으로선 전혀 전환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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