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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0.25%p 인하한 한은, 시장 "예상대로" 은행권, 선제적으로 수신 금리 하향 조정해 5월 추가 금리 인하 전망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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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내수 전반이 가라앉으며 경기 침체 위기가 심화한 가운데, 약 2년 만에 금리 수준을 2%대까지 끌어내린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향후 경기 성장률 둔화 등을 우려해 상반기 중 추가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은 '스몰컷' 단행
한은 금통위는 25일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존 연 3.00%였던 기준금리를 2.75%로 0.25%p 인하했다. 지난해 10·11월 2연속 금리 인하에 이어 올해 1월 동결로 한 차례 속도를 조절한 뒤, 재차 금리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기준금리가 2%대까지 내려온 것은 2020년 10월(2.5→3.0%)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금리 인하 결정에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악화한 내수 상황, 지난달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다소 완화되며 한은의 금리 인하 부담이 경감됐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환율은 1,420원대에서 등락하며 지난달(평균 환율 1,455.79원) 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2월 금리 인하가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는 평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한은이 1월 중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으나, 고환율 등을 이유로 인하가 지연됐다"며 "시장에서는 사실상 2월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던 만큼, 별다른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채권 분석가 등 시장 전문가 중 금통위가 2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한 이의 비중은 5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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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도 미리 예금 금리 내려
은행권 역시 선제적으로 예금 금리를 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확대되며 시장금리 하락세가 본격화한 결과다. 하나은행은 14일 ‘하나의 정기예금’,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 ‘정기예금’ 등 3개 상품의 12∼60개월 만기 기본 금리를 0.20%p 하향 조정했다. SC제일은행 역시 17일부터 네 가지 거치식예금(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50%p 내렸다.
신한은행 또한 20일 대표 수신 상품인 ‘쏠편한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1년 만기 기준·우대금리 포함)를 연 3.00%에서 2.95%로 0.05%p 인하했다. 해당 상품의 금리가 2%대로 내려간 것은 2022년 6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KB국민은행은 24일부터 대표 수신(예금) 상품인 ‘KB스타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1년 만기 기준·우대금리 포함)를 기존 연 3.00%에서 2.95%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관리 등의 명분으로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12월 취급한 가계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4.76%로, 전년 같은 기간(4.73%) 대비 0.03%p 상승했다. 지난해 10월~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2차례에 걸쳐 연 3.5%에서 3.0%로 0.5%p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점검에 나서겠다고 예고, 은행권에 본격적인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해)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신규 대출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응했는데, 대출금리를 올리지 말고 심사를 강화하라고 지도했다"며 "대출금리를 조금 더 인하할 여력이 있는 만큼 향후 점검해 보겠다"고 발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최근 "금리 인하 효과가 시중금리까지 전달되는 데 시차가 있다"며 "소상공인·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잘 참고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금리 인하는 언제쯤?
한편 시장의 이목은 한은의 다음 금리 인하 시점에 쏠리고 있다. 우선 증권가 등에서는 한은이 5월경 재차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경기성장률이 대폭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은이 금리 인하를 통해 추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하 발표와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였던 1.9%(11월)보다 대폭 하향된 수치이자, 지난 2023년 (1.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KDI·1.6%) 등 주요 기관의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안정세를 보인다곤 하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추가경정예산 집행 시점도 금리 인하 사이클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률을 0.2%p 높이기 위해서는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시급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여야 합의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 확대 역시 변수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하며 원화 가치 하락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은과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견조한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이유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한은이 이번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한국과 미국(4.25~4.5%)간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 1.75%p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