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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부풀리기 막아라" 금융당국, IPO 시장 향해 칼 빼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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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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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IPO 예정 기업에 무더기 '정정신고서' 요청 
엄격해진 심사, 상장 예정 기업들 "일정 밀리면 어쩌나"
당국 칼질에 바이오·증권업계 등도 '직격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 일정 지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IPO 관리·감독 수위를 상향 조정,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쏟아낸 결과다. 당국이 추가적인 감독 강화를 예고하고 나선 가운데,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던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장 일정 지연 사례 속출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수요예측을 기존 예정일 대비 2주 이상 미룬 IPO 예정 기업은 △한텍 △대진첨단소재 △더즌 △티엑스알로보틱스 △에이유브랜즈 △심플랫폼 등 6곳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증권신고서 심사 이후 정정을 요청하는 사례가 급증하며 다수 기업의 상장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이 증가한 배경에는 지난해 초 발표된 '투자위험요소 기재 요령 안내서 개정본'이 있다. 해당 개정본에 따르면 IPO 기업들은 증권신고서에 △감사를 받은 최근 분기 다음 달부터 증권신고서 최초 제출일 직전 달까지의 잠정 매출액과 영업손익 △향후 잠정 실적에 대한 검토 시 차이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언급 △상장 전까지 회사 재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영업 환경 변동 전망 등을 포함해야 하며, 미흡하게 기재했을 경우 이를 보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기업들은 개정본에 따라 지난해부터 증권신고서에 투자 위험 요소를 기재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당국의 심사가 깐깐해지며 관련 정정 요청이 특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심사는 향후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당국이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회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개최된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상장 예정인 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매출 급감 사실을 숨기는 등 부정한 수단으로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려 자본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상장 예정 기업에 대한 사전 심사·감리를 확대하고, 상장 직후 주가·영업실적이 크게 악화한 기업에 대한 사후 심사·감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전례 없는 행보에 기업들 '당황'

관련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최근 행보가 '옥석 가리기'의 일환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2023년 말 발생한 '파두 사태' 이후 관리·감독 수위를 유례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며 "잇따른 악재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들을 선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등으로 인해 상장 일정이 미뤄질 경우,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IPO를 추진하고 있는 한 기업 대표는 "사업 확대 등을 위해 빠른 시일 내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상장 일정에 변동이 생기면 어쩌나 우려가 크다"며 "상장이 차일피일 지연되는 사이에 시장의 투자 심리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한탄했다.

당국의 압박이 심화하며 지난달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인 IPO 시장이 재차 냉각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5년 1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주식 공모발행액은 전월 대비 2,531억원(52.0%) 증가한 7,394억원으로 집계됐다. LG CNS 등 '대어'를 중심으로 IPO를 통한 자본 조달이 늘어난 결과다.

"부담 커졌다" 업계 우려 확산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IPO 심사 강화로 인해 바이오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바이오 업계에는 특례상장 제도를 활용, 미래 실적을 과도하게 책정해 상장한 전례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례상장 제도는 수익성은 부족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춰주는 제도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 평가 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은 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일반 상장보다 완화된 재무 요건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특례상장을 시도하는 기업들은 유의미한 실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회사의 미래 실적을 산출한 뒤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회사와 실적·재무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기업가치를 산출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바이오 분야 특례상장 기업이 IPO 당시 제시한 미래 실적 추정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매출이나 이익 등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고, 특례상장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바이오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공모가를 부풀리기 쉬운 구조"라며 "실제 지난 수년간 상장한 바이오 기업 중 상장 당시 제시했던 추정 순이익을 달성한 기업은 손에 꼽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편에서는 바이오 업계가 상장 규제를 '자초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규제 강화로 인해 부담이 가중된 것은 증권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및 유관기관과 함께 발표한 'IPO·상장폐지 제도개선안'을 통해 상장 주관사들의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기관들에 공모주를 배정할 때 적용하는 의무보유확약 최대 가점 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났으며,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할 시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상한 금액 30억원)를 보유해야 하는 의무도 신설됐다.

증권업계에서는 규제 강화로 인해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가 당국이 제시한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리스크 방지를 위해 법무법인에 자문도 받아야 하고, 신규 시스템도 개발해야 한다"며 "이미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대형사와 비교하면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확약 물량을 증권사가 떠안아야 하는 의무가 생기면서 투입 비용 대비 수익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수익성 악화로 성과급 등이 적어지며 업계 내에서 IPO 주관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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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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