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최악 치닫는 미국 경제, 성큼 다가온 스태그플레이션에 ‘패닉 소비’ 움직임도
Picture

Member for

4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고용-물가 사이 무게추 어디에?
노동 시장 약화 시나리오 대두
불안감이 부추긴 생필품 대량구매

미국 경제가 고물가·저성장이 동시 전개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Inflation)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두 가지 위험이 동시에 현실화하면,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물가 상승에 대비해 생필품 대량 구매에 나섰으며, 기업들은 관세 등 정부 정책이 미칠 여파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연준, 두 가지 위험에 직면” 진단

21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고물가)이라는 두 가지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최근 데이터에 의하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 연준의 통화정책을 더 경기 제약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연준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게 무살렘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인플레이션은 2%의 목표를 하회하는 경우보다 더 리스크가 크다”면서 “특히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연준의 기본 경로는 인플레이션 하락과 궁극적 추가 금리 인하로 가닥이 잡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이민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위험은 있지만, 이러한 기본 경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연준의 입장이다. 무살렘 총재도 이 같은 연준의 기본 전망에 동의했다.

다만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 수렴이 보장될 때까지 제약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플레이션이 2%로 고정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지금으로선 인플레이션이 2% 이상으로 정체되거나 상승할 위험은 상방으로 치우쳐 있는 것 같다”고 진단하며 “여기서 수렴을 멈추거나 상승하는 동시에 노동 시장이 약해지는 시나리오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연준을 비롯한 경제 정책 입안자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로 불린다. 중앙은행이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지 선택해야 하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이는 탓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자국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일시적이고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전개 중이다.

이른바 ‘최적의 관세’를 적용하면 달러 가치가 오르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다. 지난 16일에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입을 빌려 “최적 관세 이론에 따르면, 10%의 일률 관세를 적용할 때 전통적으로 통화 가치가 4%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연준 금리 인하 경로에 연이은 적신호

무살렘 총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 진전이 멈출 위험이 커졌다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멤피스에서 열린 경제 행사에 참석해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2%로 수렴하지 않거나 더 높아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노동시장 악화에 대한 우려에 변함이 없는 만큼 금리 인하는 ‘신중하고 인내심 있게(judiciously and patiently)’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 발표된 지난해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해서는 근원 수치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근원 재화 인플레이션의 하락은 인플레이션 목표치 2% 수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면서도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인 수요 압력으로 인해 장기 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무살렘 총재의 우려는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올해 1월 미국의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하며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3%대 상승률로 올라섰다. 물가의 최근 동향을 반영하는 전월 대비 상승률 역시 0.5%를 나타내며 2023년 8월(0.5%)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을 그렸다.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1.1% 올라 CPI 상승을 주도했으며, 식품 가격도 전월 대비 0.4% 뛰면서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 대비 0.4% 각각 올랐다. 대표지수에서 단기 변동성이 항목을 제외한 근원 CPI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상대적으로 더 잘 반영한다고 여겨진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멈추고, 기본 경로를 재탐색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커지는 관세 리스크에 기업·소비자 불안 최고조

소비자 사이에서도 물가 급상승을 우려하는 패닉 소비(사재기) 현상이 포착됐다. 시장조사기관 크레디트카드닷컴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소비자 5명 중 1명이 평소보다 많은 소비재를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재기 품목은 식료품과 화장지, 의료품 등 생필품이 주를 이뤘다. 크레디트카드닷컴은 “관세 전쟁으로 소비재 가격 인상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가가치세까지 더한 상호관세를 예고하면서 우려를 키우는 양상이다. 폴 애시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연구원은 “부가가치세까지 더한 상호관세가 적용되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은 인도산 29%, 브라질산 28%, 유럽연합(EU)산 25% 등 매우 높은 수준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며 “이 경우 미국의 수입 상품 평균 관세율은 기존 3% 미만에서 약 20%까지 뛸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애시워스 연구원은 수입품 가격 인상으로 올해 말 미국 소비자물가 또한 2%p가량 오를 것이란 추정치도 함께 내놨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지난해 12월 2.6%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 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4.6%에 육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입 회사들이 관세 인상분의 절반가량을 흡수하고 나머지 인상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저스틴 웨이드너 도이치뱅크 연구원은 “다른 유형의 관세는 미국의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 등 국가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로 상품 수입처를 바꿔 관세 상승 부담을 피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상호관세 부과는 이전과 달라 기업에 매우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들의 우려가 한동안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Picture

Member for

4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