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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안국저축은행 중징계 “부실 PF 정리 지연에 내부통제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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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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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저축은행 경영유의 조치 부과
대주주 부당 이익 관련 중징계도
부실 PF 정리 난항, 저축은행 먹구름

지난해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안국저축은행이 이번에는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지연과 관련해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이와 함께 대주주 등에 재산상 이익을 부당 제공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기관 제재의 중징계까지 떠안았다. 이로써 안국저축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총력을 기울여 온 자산건전성 개선에도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모습이다.

재무건전성 ‘경고등’에도 부실 PF 정리 지연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안국저축은행에 부실 부동산 PF 정리 지연과 관련해 ‘경영유의’ 조치를 부과했다. 경영유의는 금감원 검사 결과 경영상 조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제재로, 통보 6개월 이내에 개선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제재 공시를 통해 “안국저축은행은 연체 기간이 6개월을 초과하거나 공매가 취소·중단된 이후 6개월이 지난 PF의 공매 또는 재공매 등 법적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공매로 내놓은 PF 사업장의 경우, 최저 입찰가를 대출 원금보다 높게 책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저 입찰자를 PF 사업장 감정평가액이나 부지 매입가격보다 높게 제시해 입찰을 방해한 것이다. 결국 해당 사업장은 유찰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차주(돈 빌린 사람)가 자율 협약(채권단과 기업 간 협의를 통한 자율 구조 조정) 조건을 미이행했음에도 대출 만기를 연장한 사례도 다수 포착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성이 낮은 PF 사업장을 정리하기 위해 무분별한 만기 연장 및 이자 유예를 제한하고 있다. 금감원은 “안국저축은행은 부실채권에 대한 상·매각 실적이 미흡해 목표 연체율을 달성하지 못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회수 매출채권 중 회수 불가능 예상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대손충당금은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와 별개로 금감원은 안국저축은행에 기관경고와 임원 제재, 과태료 등의 제재 조치를 통보했다. 금감원의 기관 제재는 △인가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로 분류되는데, 기관경고 이상의 조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안국저축은행이 대주주 등에 재산상 이익을 부당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조사에서 안국저축은행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임원 3인의 급여 인상분을 각출해서 매월 조성한 돈 500만~1,000만원을 상근 임원 A씨에게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통해 A씨는 총 5억8,250만원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 또 A씨는 지난 2023년 10월부터 작년 4월까지 안국저축은행 이사직에 있으면서 실제 근무 없이 급여 3,952만원을 수령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재무건전성 개선이 시급한 안국저축은행으로서는 내부통제마저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6년 만의 저축은행 적기시정조치, 확대 조짐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권고를 부과받은 뒤 자산건전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 온 안국저축은행은 이번 중징계로 운신의 폭이 한층 좁아졌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해당 금융기관은 최소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당국의 경영개선권고는 3개월 내 철회될 것”이라던 경영진의 자신감 또한 빛을 잃게 됐다.

작년 12월 금융위는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를 내렸다. 금융위는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9월 말 기준)은 각각 13.2%, 10.9%로 규제비율 7%를 충족하고 있으나, 부동산 PF 정상화 과정 등에서 일시적으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해 선제적으로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 형태의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진 것은 2018년 1월 이후 6년 만의 일이지만, 금융위는 이 같은 영향이 저축은행 전체로 확산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는 “그간 건전성·지배구조 제도 개선 등으로 강화된 손실흡수능력 및 자산건전성 수준, 위기대응능력 등을 감안할 때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전체 79개 저축은행 중 최대 5개 저축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비관적 전망의 배경으로는 저축은행의 열악한 영업환경이 꼽힌다. PF 대출 부실로 벼랑 끝에 몰려있는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은 2023년 말 6.55%에서 지난해 6월 말 8.36%까지 급등했고, 9월 말에는 8.73%까지 올랐다. 여기에 부실 PF 정리와 손실에 대한 경공매 진행과 재분류 등에 따라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재무건전성 위험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부실 사업장 정리 요원, 장기화 우려

많은 저축은행이 부랴부랴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나섰으나, 이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요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최근 부동산 PF 정보공개 플랫폼에 공개된 369개 사업장 중 입찰을 시작하지 못한 곳은 155개로 42%에 달했다. 10개 사업장 중 4개가 넘는 사업장이 원매자를 찾지 못해 부실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입찰을 시작하지 못한 155개 PF 사업장 중에는 새마을금고가 대리금융기관으로 등재된 곳이 44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저축은행 40개 △상호금융(농협·신협·산림조합) 34개 △증권사 25개 등 순을 보였다. 대리금융기관은 해당 사업장에 돈을 내준 대주단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돼야 경·공매 물꼬 또한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매물로 나온 사업장은 많지만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서 가격 수준만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 ‘확실히 이건 된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장들만 경·공매가 진행되는 것 같다”며 “그나마 시장에 있는 원매자들도 조금이라도 쌀 때 사서 시장이 좋아지면 비싸게 팔길 원하는 경우가 많아 실수요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안국·라온저축은행에 이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가 줄을 이를 것이란 예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부동산PF 채권 매각에 따른 손실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상반기 PF 대출 상당 부분의 만기가 돌아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 PF 채권이 유의 및 부실 우려로 재평가되면서 대손비용 또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양호’ 및 ‘보통’으로 분류된 저축은행 부동산 PF 중 올해 상반기 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장 비중은 81.7%에 달한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저축은행 대부분이 ‘유의 및 부실우려’의 절반도 안 되는 충당금 및 준비금을 설정하고 있어 타 업권 대비 충당금 적립수준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동산PF 대출만기가 집중된 올 상반기까지 매각 및 재구조화 대상 사업장이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미흡한 사업장의 비중은 높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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