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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하자 '기업회생' 카드 꺼내 이커머스에 밀려 힘 잃은 대형마트, 근본적 경쟁력 약화 구조조정 압박 가중되며 노사 갈등도 격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단기적인 자금 상환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선제적으로 회생 절차를 신청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기업회생절차만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경쟁력 약화, 격화하는 노사 갈등 등 각종 악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의 '위기 극복' 시도
4일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2월 28일 공시된 신용평가에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여러 권고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며 "신용등급이 낮아져 향후 단기 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단기 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고자 금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이유로 이익 창출력의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등을 꼽았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영업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 과중한 재무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점, 중단기 내 영업 실적 및 재무 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을 전망인 점 등을 (신용등급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실제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은 최근 수년간 눈에 띄게 악화했다. 홈플러스는 2022년 2월로 끝나는 회계연도부터 지난해 2월까지 3년 연속 1,000억~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말(3분기) 가결산 기준 적자는 1,571억원 수준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리스 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홈플러스의 실제 금융 부채는 2조원대며, 부채비율은 462%다.

대형마트 업황 '빨간불'
한편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이커머스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업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은 소비 동향 파악을 위해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월간 매출액을 조사·분석한 자료다. 지난해 조사 대상이 된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각 3개사와 SSM 4개이며, 온라인 유통업체는 G마켓글로벌(G마켓·옥션),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SSG(이마트·신세계), AK몰, 홈플러스, 갤러리아몰, 롯데마트, 롯데온 등 10개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0% 증가했다. 식품(22.1%), 음식 배달·공연·여행 티켓 등 서비스(58.3%) 분야를 중심으로 매출이 급성장한 결과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로, 종전 최대치였던 2023년(50.5%)을 소폭 웃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업체 매출은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온라인으로 소비 채널 이동이 가속화하며 성장세가 비교적 둔화한 것이다. 특히 대형마트 매출은 0.8% 감소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 내에서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업체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4%로 온라인을 밑돌았으며, 세부 업종별 매출 비중은 백화점(17.4%), 편의점(17.3%), 대형마트(11.9%), SSM(2.8%) 등 순으로 높았다.
노사 갈등도 '뇌관'
노사 갈등 상황도 홈플러스의 재기를 막는 족쇄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 측이 직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본사 직원들은 사측이 인사 조치를 통해 일부 직원들을 원치 않는 점포로 발령하거나, 이유 없이 직무에서 배제하며 퇴사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홈플러스는 앞서 지난 2019년에도 희망퇴직을 거부한 점장들을 대상으로 강제 전환 배치를 실시하거나, 성과 평가에서 최하점을 부여하는 등 퇴사를 종용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사측의 무리한 구조조정에서 출발한 홈플러스의 노사 갈등은 최근 들어 그 골이 한층 깊어졌다.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폐점 점포가 급증하며 구조조정 압박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최근 홈플러스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지난 1월 1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370명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해 이달 7일 회사를 떠난다.
이번 희망퇴직과 관련해 노조는 “(지난 1월 희망퇴직한 인원은) 해당 지역 전체 직원 3,100명의 10%가 넘는 규모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신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 강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져 퇴직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5년 12월 홈플러스 3사(홈플러스, 홈플러스 스토어즈, 홈플러스 홀딩스)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만5,358명이었으나, 홈플러스㈜로 통합된 현재는 1만9,280명으로 약 25% 줄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