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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리스크 직면? 테슬라 시총 1조 달러 붕괴 정치 과도한 개입에 부정적 평가 늘어 중국 BYD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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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자리 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유럽 정치에까지 입김을 행사하려 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저가'로 무장한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분전도 테슬라 판매량 감소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 유럽 판매량, 1년 새 45% 뚝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유럽 내 테슬라 신차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45% 급감한 9,945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점유율 역시 1.8%에서 1%로 떨어졌다. 테슬라는 지난달 독일에서 1,277대를 판매해 2021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고, 프랑스에서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63.4% 줄어 2022년 8월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냈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에서도 테슬라 판매가 40% 이상 감소했고, 스페인에서는 무려 75.4%나 줄어들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보다 적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달 영국에서 전기차 시장이 42% 성장하는 동안 테슬라의 매출은 18.2% 쪼그라들었다.
이에 테슬라 주가도 큰 낙폭을 나타냈다. 25일 기준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 이상 떨어진 302.80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에 따른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9,740억 달러로 1조 달러가 붕괴됐다. 테슬라의 시총이 1조 달러(약 1,433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인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처음이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신고가 랠리를 달리던 테슬라 주가는 최근 4거래일 동안에만 16% 밀리며 시가총액 중 1,860억 달러(약 266조5,000억원)가 증발했다.
정치 간섭·나치 경례 등으로 반감 커져
테슬라의 유럽 판매량 급감은 머스크의 '극우 논란'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머스크는 그동안 노골적으로 극우 독일대안당(AfD)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왔다. 특히 그는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부터도 여러 차례 독일 정치에 대해 왈가왈부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독일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AfD 선거 유세에서 "독일인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도 좋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과거의 죄책감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그걸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행사 연설에서 ‘나치식 경례’를 연상시키는 제스처를 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서 "왜 AfD에 그렇게 부정적으로 반응하느냐. 내가 본 AfD의 정책은 극단적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고, 지난달 초에는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가 붕괴하자 독일어로 "올라프 바보"라고 적으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조롱했다. 이에 독일 내에서는 머스크와 테슬라에 대한 반감이 커지며 불매 운동까지 이뤄지고 있다. 독일 시내에선 거리에 주차돼 있던 테슬라 차량이 방화를 당하는 등 ‘반(反)머스크’ 정서가 팽배한 분위기다.
머스크는 영국의 강성 우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과도 관계가 끈끈하다. 머스크는 영국개혁당의 나이젤 패라지(Nigel Farage) 대표와 지난해 12월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 마러라고에서 만나 '영국의 개혁'에 뜻을 모았고 최근엔 영국개혁당에 1억 달러(약 1,433억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공개 지지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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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역성장하는 사이 '가성비' BYD는 고공행진
머스크의 우익 정당 지지와 함께 중국 전기차들의 약진도 테슬라 판매 저조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국영 자동차기업 상하이자동차(SAIC)의 지난달 유럽 판매량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2만3,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주요 제조업체 중 가장 큰 성장 폭이다.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자리 잡은 BYD의 성장세도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BYD는 영국에서 전년 대비 550% 성장해 1,614대를 판매했으며, 독일에서도 6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기업과 스웨덴 볼보가 공동 소유한 폴스타 역시 영국과 독일에서 각각 216%, 113% 성장했다. BYD는 테슬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폴스타는 고급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가격과 품질 양면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유럽의 전체 전기차 시장은 판매량이 37.3% 증가할 정도로 전기차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1월 전기차 등록은 전년 대비 41% 증가했으며, 독일에서도 53.5% 증가했다. 프랑스에서는 전체 자동차 판매는 감소했지만 전기차 비중은 증가했다. 이는 테슬라의 부진이 전기차 시장 전체의 문제가 아닌 개별 기업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시장은 BYD의 향후 성장세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가성비 생성형 AI’로 소개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 준 중국 ‘딥시크’와 손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BYD는 딥시크와 함께 개발하는 자율주행시스템 ‘신의 눈(God’s eye, 천신지안)’을 전 모델에 ‘무료’로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시스템인 ‘풀 셀프 드라이빙(FSD)’이 일시불 1만2,000달러(약 1,700만원)나 월 이용료 199달러를 납부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