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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부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 경제부처 장관들과 함께 미 FOMC 회의 결과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하고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저성장의 총체적 위기를 겪는 우리 경제에 다시 한번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국제금융시장, 미 주가 하락 및 금리 상승 및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중단 고려에 대해 "매우 시기상조"라거나,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하는 등 시장의 기대에 반하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또한 파월의 이런 언급은 내년 기준금리가 9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제시한 4.6%를 넘어 5%에 육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준의 긴축기조 완화 기대감 축소로 인해 간밤에 국제금융시장은 미 주가 하락 및 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로 이어졌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향후 우리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더 커진 만큼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하기로 했다. 또한 북한 도발과 관련하여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현재까지 시장 반응으로 볼 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북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관련하여 파월 의장은 "언젠가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겁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마 이르면 다음 통화정책(12월)에서 그런 결정이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그다음 회의에서라도 나올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런데 이게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지 멈추겠다는 것은 아니다"는 의견도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원화 가치 떨어질 가능성 커져
연준의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0.75∼1.00%p로 더 벌어졌다. 양국 간의 기준금리 차이는 지난 9월 연준의 3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0.5%~0.75%p였으나, 지난달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으로 0.25%p까지 좁혀졌지만, 다시 1%p로 차이가 벌어졌다. 1%p는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했던 2018년 3월∼2020년 2월 당시 최대 격차와 같은 수준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거 기준금리 역전 사례의 경우 수출이 흑자를 기록했고, 환율도 안정적이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글로벌 경제도 지금보다 양호한 수준이었고, 한국 경제성장률도 4% 정도 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 경제 상황이 탄탄했기 때문에 금리 역전이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지금은 모든 상황이 정반대인 상황이라 금리 역전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연말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10%대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마저 나오고 있다. 서민들의 대출상환 부담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자이언트 스텝이 확실시되면서 이달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도 예정된 수순이다. 시중은행들은 상단 기준 7%를 넘어 8%로 가는 대출금리가 9~10%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