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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회담에 7개국 유럽 정상들 동행 젤렌스키도 3자 회담에 동의 의사 밝혀 영토 교환 제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3자 회담을 주선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침공을 끝내기 위한 평화 합의와 관련해서는 앞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결과를 언급하며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안보를 수용함에 따라 미국이 유럽과 함께 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휴전이 평화 합의 전제 조건은 아냐"
18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을 끝내기 위한 평화 합의와 관련해 미국이 유럽과 함께 우크라이나 안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안보와 관련해 많은 지원이 있을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이 최전선에 있지만 미국도 돕고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이 평화 합의를 위한 전제조건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 합의의 일환으로 미국이 안보 보장에 참여하기로 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며 “안보 보장에 나서는 미국의 준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푸틴·젤렌스키·트럼프 대통령 간 3자 회담에 대해서도 동의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며 “논의가 잘 된다면 3자 회담을 열어 전쟁 종식의 합리적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정상들 "이번 회담 통해 전쟁 종식 기대"
이번 백악관 회담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사무총장을 비롯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도 동행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안보 보장을 수용하겠다고 동의했다”며 “우리는 또 현재 전선을 고려해 영토 교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미·러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군사 요충지인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면 남부 전선을 동결하고 공격을 멈추겠다고 제안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말하는데, 러시아는 현재 이 지역의 80~9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도네츠크의 나머지 땅도 내놓으면 휴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하며 서방이 우크라이나 안보를 보장하는 방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유럽 정상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과 관련해 “우리가 함께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래의 어떠한 공격도 억제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토 교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회의가 성사된다면 나는 푸틴 대통령과의 3자 회담을 주선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문제 등 모든 민감한 사안들을 유럽의 지도자급 회의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유럽 동맹국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유럽 정상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메르츠 총리는 "복잡한 협상의 길이 열렸다"며 "3자 회의에서는 반드시 휴전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3년 반 동안 러시아가 대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 무언가가 바뀌고 있다"고 했고, 스타머 총리는 “이 회의를 통해 안보 보장과 3자 회담이 성사된다면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3자 회담에 이어 유럽이 참여하는 4자 회담도 필요하다"며 "안보 보장은 유럽 대륙 전체의 안보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 2035년까지 GDP 5%로 국방비 증액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나토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안보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유럽 동맹국에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유럽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증액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이에 지난 6월 나토 32개 회원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까지 늘리기로 공식 합의했다.
미국을 제외한 나토군(유럽과 캐나다 합산 수치)만 계산하더라도 병력 규모가 180만 명에 달해 중국(204만 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그러나 나토군이 미국의 지휘 없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없는 나토군은 최첨단 감시,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 첨단 방공 시스템, 최신 지휘통제 장비 등 현대전에 필수적인 역량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GDP 5%'라는 목표가 실제로 달성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토는 2014년에도 회원국의 국방비를 'GDP의 2%'로 올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 달성한 국가는 3분의 2가량이었다. 현재 5% 목표치에 가장 근접한 국가는 폴란드다. 폴란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국방비를 대폭 증액해 왔다. 러시아와 인접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역시 국방비를 서둘러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