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교육으로 가정 환경 극복은 ‘이상’ 재산 분배 전부터 ‘빈부격차 심화’ 부유층, 사교육 통해 ‘기회 선점’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꽤 오랜 기간 많은 이들은 교육이 가정 환경에 따른 유리함과 불리함을 상쇄해 동등한 경쟁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믿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학위를 받으면 부모님의 재산이 아닌 본인의 경쟁력이 삶의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네덜란드에서의 연구 결과는 이상이 현실과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으로 불평등 극복은 ‘불가능’
최근 네덜란드 연구부터 보자. 초부유층의 자녀들은 재산 분배 이전부터 이미 정상 가까이 접근한다. 재산 수준 상위 0.01%에 속하는 가구의 자식들은 중년이 되면 본인들도 상위 4%의 자리에 오른다. 상위 1% 가정의 자제들도 같은 시기 상위 18% 안에 진입한다. 재산을 상속받기 전부터 증여를 하고, 집을 사 주거나, 교육에 투자함으로써 부의 이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주: 부모의 1992년 재산 순위(백분위수)(X축), 자녀의 2022년 재산 순위(백분위수)(Y축)

주: 부모 재산 순위(백분위수)(X축), 자녀 재산 순위(백분위수)(Y축), 2006년 현황(청색), 2022년 현황(적색)
이렇게 만들어지는 불평등은 극명하다. 2023년에 네덜란드는 상위 10%에 드는 부자들이 국가 전체 순자산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 부 자체가 기회를 좌우하는 강력한 변수가 되다 보니 사회학자들은 부유층의 성공 과정을 ‘출신-교육-목적지’(Origin-Education-Destination, OED)라고 줄여 부를 정도다. 여기서 교육은 출발점의 유불리를 제거하지 못한다. 가족의 재산을 다소 재조정해 정해진 결과로 나아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부유층, 사교육 통해 ‘기회 극대화’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대학에 갈지는 엄마 뱃속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부모의 재산이 어느 학교에 진학할지는 물론, 장기적인 경력과 최종적인 결과까지 결정한다는 체념을 품고 있다. 고등 교육이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믿음도 이미 깨졌다. 졸업장의 대가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그리 크지 않다. 반면 부유층 부모들은 국가에 널리 퍼진 사교육 시스템에 재산을 투자해 자식들의 시험 성적을 올리고 대학 입시에서 더 좋은 성과를 올린다.
OECD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PISA)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 사회경제적 지위는 수학 성적 차이의 12%를 설명하는 변수다. 네덜란드는 해당 수치가 15%로 더욱 크다. 부유층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친구들보다 수학에서 평균 106점을 더 받았는데, OECD 평균을 한참 넘어서는 결과다.
두 국가 모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 이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일본에서는 돈 많은 부모가 입시 학원과 시험 준비에 돈을 쏟아부어 자녀들이 대학 입시의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네덜란드는 개인 과외 및 지도는 물론 자녀들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온전히 학업에 매진하도록 돕는다.
또 네덜란드 부모는 자녀들에게 주택을 포함한 경제적 지원으로 일찍부터 부를 일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물론 부유층은 주거지 자체가 좋은 학교와 사회적 네트워크를 제공해 이미 보유한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재산 상속 훨씬 이전에 상당한 부의 이전이 이뤄지는 셈이다. 공식적인 분배가 이뤄질 때쯤에는 빈부 격차가 이미 손도 쓸 수 없이 벌어져 있다.
재산 분배 이전 ‘불평등’부터 바로잡아야
따라서 상속세를 통해 빈부격차를 줄인다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다. 상속 이전에 이미 행해지는 불평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 고민돼야 한다. 먼저 저소득층 학생들도 개인 교습 및 심화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별적인 보조금을 고민해야 한다. 학교와 대학들에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입학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부모로부터 받는 지원을 통해 부유층 학생들의 누리는 이점을 상쇄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통해 지도와 멘토링이 제공돼야 한다. 부유층이 아닌 경우 첫 주택 구입에도 지원을 제공해 경제적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주택 마련 및 경력 발전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핵심은 부유층의 자녀 지원을 막는 것이 아니라, 공공 정책을 통해 차이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과 네덜란드 교육 시스템이 글로벌 기준으로 공정한 편에 속하며 상속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두 국가의 빈부 교육 격차는 OECD 평균을 넘어서며 상속 이전에 상당한 부가 이전된다는 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또 한편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경제 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우려한다. 이 역시 개인적인 지원을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공공 정책을 통해 차이를 줄이자는 취지임을 밝힌다.
문제는 심각하다. 학위는 출신의 무게를 전혀 감당하지 못하고 성인의 재력과 기회도 본인의 성취가 아닌 부모의 부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사회적 이동성을 회복하고 싶다면 교육이 불평등을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이라는 헛된 믿음부터 버려야 한다. 오히려 부모의 부가 이전되는 경로에 주목해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womb and the wallet: Why education no longer neutralizes the birth advantage in Japan - and what the Netherlands is now proving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