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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채굴량 늘린 미얀마, 메콩강 병들었다 핵심 희토류 채굴장 점령한 미얀마 반군들 미얀마 반군 움직이는 '실세'는 중국?

동남아시아를 관통하는 메콩강 일대 환경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미얀마 반군이 점령한 동부 샨주 등에서 중국의 주도하에 희토류 채굴량이 증가, 수질이 급격히 오염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지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카친독립군(KIA)을 압박하고, 중국에 우호적인 와족연합군(UWSA)을 수족처럼 활용하는 등 미얀마 내 경제적 이익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희토류 채굴의 '후폭풍'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미얀마 샨주의 희토류 채굴장이 급증하면서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성 물질이 강을 타고 태국과 라오스까지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얀마 샨 인권 재단은 수질 오염으로 인해 인근 마을 주민들의 건강이 나빠졌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와 농업까지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희토류는 산에 구멍을 뚫고 황산, 염산 등을 뿌려 흙에서 녹여내는 방식으로 채굴돼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실제 지난 4월에는 미얀마에서 메콩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 코크강이 주황색으로 변하기도 했다. 치앙라이주는 희토류 채굴장이 있는 샨주와 맞닿은 지역이다. 이에 태국 공해방지국은 코크강에서 세계보건기구 기준치보다 2~15배 많은 비소와 납이 검출됐다고 밝히며 강물을 식수 등으로 활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얀마의 희토류 생산이 급격히 증가한 원인으로는 중국으로의 수출 확대가 지목된다. 희토류 3대 생산국인 미얀마는 중국 희토류 공급망의 핵심 구성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얀마는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8%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 수준이다. 다만 희토류 가공 시장은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미얀마에서 채굴된 희토류 광석은 거의 전부 중국으로 수출돼 가공된다.
미얀마 반군, 샨주·카친주 등 점거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현재 미얀마의 희토류 공급망 대부분을 미얀마 반군이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외신들은 미얀마 반군 중에서도 특히 강력한 세력 중 하나로 꼽히는 UWSA가 동부 샨주 지역의 희토류 광산을 점거한 뒤 직접 채굴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광산 현장에는 100명 이상의 인력이 교대 근무를 하며 희토류를 채굴 중이며, 채굴된 광물은 약 200㎞ 떨어진 중국 국경 지역으로 운송된다는 전언이다. UWSA는 중국과 군사·경제적으로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무장 세력으로, 세계 최대 수준의 주석 광산 중 하나를 이미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민족 반군인 KIA은 지난해 10월에 중국 윈난성과 맞닿은 북부 카친주의 칩웨와 판와를 장악했다. 카친주는 샨주와 더불어 미얀마 2대 희토류 생산지로 꼽히는 지역이며, 중국에 희토류 자석 원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미얀마 싱크탱크 ISP미얀마는 카친주 북부 채굴장이 2020년 약 130곳에서 2024년 370곳 이상으로 4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더해 KIA는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발발한 내전의 일환으로 중국 국경에서 10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전략 도시 바모를 두고 지난 12월부터 미얀마 군부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바모는 카친주에 속하는 희토류 생산 지역이자, 16만6,000명의 인구가 거주 중인 군부의 핵심 물류 허브다.

실질적 공급망 지배자는 中
다만 시장에서는 이들이 완전히 희토류 공급망을 지배하지는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미얀마의 핵심 희토류 수출처인 중국이 반군 세력의 배후에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7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5월 중국은 KIA에 바모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희토류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바모 지역에서 이어지는 충돌로 인해 일대의 희토류 채굴 작업이 제한되자, 반군 측에 전투를 중지하라고 직접적인 압박을 가한 것이다.
중국은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UWSA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 로이터는 중국계 기업이 샨주 산악지대에서 신규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중국어 표기가 있는 사무실이 확인되는 등 광산 운영에 중국계 관리자가 관여하고 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위성 사진 분석 결과, 해당 지역에는 2023년부터 대규모 원형 침출조(폐기물·오염물이 지하로 스며들도록 설계된 구조물)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의 주도하에 본격적인 희토류 생산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의미다.
해당 희토류 광산은 현재 UWSA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인근에 상주하는 UWSA의 무장 병력은 3만~3만5,000명 규모로, 모두 중국산 현대 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WSA는 출입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 중이며, 광산 주변 경계도 대폭 강화했다. 카친주의 희토류 광산이 KIA에 의해 점거되며 희토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중국이 직접 UWSA를 움직여 샨주 지역 채굴량을 확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