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는 18일 오픈AI와의 지속적 파트너십과 AI 민주화 노력의 일환으로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현지시간)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100억 달러(약 12조 4,000억원) 규모 투자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지속적으로 AI 기술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한편, MS는 블로그를 통해 올 3월까지 직원 1만 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전체 직원 20만 명 중 5% 규모다. 지난해 10월 고객과 협력사 관리, 컨설팅 부서를 중심으로 1,000여 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진행한 이후, 3개월 만에 또다시 감원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처럼 MS가 인원을 감축하고 AI 투자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MS가 인력 대신 인공지능 의존도를 높여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쌓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리콘밸리 공무원' MS의 과감한 결정
MS는 업계에서 '실리콘밸리 공무원'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그만큼 수익 및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5% 감원이라는 칼바람이 불어닥치며 '공무원'이라는 별칭도 이젠 옛말이 됐다. 이번 해고는 MS 역사상 2번째로 큰 인력 감축이다. 최대 규모는 2014년 사티야 나델라 CEO 취임 후 1만 8,000명이었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비용 구조를 매출과 고객 요구 사항에 맞게 조정할 것”이라며 “일부 영역에서 감원을 진행하면서 핵심 전략 영역에서는 고용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MS는 해고 직원들에게 퇴직금과 6개월간의 의료 보장, 향후 6개월 안에 발생하는 주식 보상, 경력 전환 서비스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성장 둔화 시기, 인력보다 기술력에 투자한다
인력 감축의 원인으로는 MS의 매출 구조 변화가 지목된다. 기존 MS 매출의 중점은 윈도·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판매였지만, 최근에는 애저(Azure)를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에 무게를 싣는 추세다. 실제 2023 회계연도 1분기(지난해 3분기) MS의 윈도 판매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지만, 같은 시기 애저의 매출은 35% 증가한 바 있다. 이는 아마존이 매출의 중심축을 쇼핑몰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로 옮기는 것과 유사한 양상이다.
하지만 MS의 애저는 이미 대부분의 시스템을 갖춘 상태다. 시장에서는 클라우드 사업 자체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올해 MS의 클라우드 사업 성장 둔화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MS는 차후 성장을 위해 인력보다 기술력에 투자하는 것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세마포는 지난 9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2조 4,000억원)를 투자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18일 MS는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첨단 기술인 AI 분야 경쟁력을 강화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는 지난 해 11월 공개된 대화형 챗봇 AI로, 사용자와 대화하며 질문에 답변하도록 설계됐다. 기초적인 질문 및 일상 회화를 넘어 요리 레시피,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고등학교 수준의 에세이 작문 등에서 높은 수준의 답변을 제공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리콘밸리 전반에 불어닥친 감원 바람
한편, 인력 감원에 나선 것은 MS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고용 확대에 중점을 두던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줄줄이 대규모 감원에 착수했다. 메타 플랫폼(이하 메타)과 트위터, 아마존, HP 등이 현재 대규모 감원을 진행 중이거나 조만간 단행할 예정이다. 인사관리 컨설팅 회사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는 실리콘밸리 테크(기술)기업들의 감원 규모가 총 3만 1,200명에 달한다고 집계하기도 했다(지난 11월 기준).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인력 보강에 힘써왔다. 지난해 9월까지 충원한 인력은 총 1만 5,000명, 총직원 수는 약 8만 7,0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11월 메타는 18년 만에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해고 대상 직원 수는 수천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11월 트위터 직원 3,700명을 해고한 바 있다. 이는 트위터 전체 인력 중 절반 규모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회사가 하루 4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퇴사자 전원에게 법정 퇴직금보다 50% 많은 3개월 분의 퇴직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도 올해 초 1만 8,000명 규모의 해고를 진행한다고 밝힌 뒤, 최근 직원들에게 해고 통보를 시작했다. 빅테크 중 대규모 인력 감축을 하지 않은 곳은 사실상 애플과 구글뿐이다.
하지만 그동안 구조조정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구글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최근 20% 효율성을 제고하는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지난달 발표된 유튜브 광고 매출 감소, 차세대 노트북 픽셀북 프로젝트 취소, 직원 평가 시스템 변화 등이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신규 채용을 줄이는 기업들도 있다. 지난 11월에는 팀 쿡 애플 CEO가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채용 속도를 늦추겠다"고 발언했으며, 이에 대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번 애플의 채용 중단은 내년 9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신규 채용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베스 갈레티 아마존 부사장은 서한을 통해 "우리는 특수한 거시경제 환경에 직면했다"며 "이를 고려해 고용과 투자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고 채용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의 원인으로는 가장 먼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단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인력보다 기술력에 의존하는 일종의 '트렌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인력을 줄이고 AI 투자를 늘려 기술 의존도를 늘리는 MS의 행보는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차후 감원을 거친 빅테크 기업들이 미래 성장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