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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되는 MWC23의 첫 번째 컨퍼런스 키노트로 "공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Vision of a Fair Future)"이 제시됐다.
한국에서 시작된 망 이용대가 문제 등 인프라에 대한 공정한 부담에 대한 문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 이동통신사가 모이는 MWC23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첫 번째로 다루어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뜻을 전달하겠다는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의 강력한 의지가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거세지는 망 이용대가 등 공정 비용 문제에 따라 통신사들은 이번 MWC23이 글로벌 망 이용대가 논의를 위한 주요 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 임원은 "MWC23에 전 세계 통신사들이 모여 공정한 인프라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다루게 될 것"이라며 "세계 정부를 향한 새로운 요구와 제안이 나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 산업 및 컨퍼런스 박람회, MWC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MWC)는 1987년 시작되어 매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 박람회로, 유럽이동통신(GSM)을 기반으로 한 전 세계 이동통신사와 모바일·통신장비 업체들의 연합기구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 Association, GSMA)가 주최하는 행사이다.
MWC에서는 이동통신 관련 기기와 인터넷·콘텐츠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최신 기술이 소개되는 것은 물론 각종 컨퍼런스와 박람회가 함께 열린다. MWC에는 삼성전자, LG U플러스, SK텔레콤 등의 국내기업과 구글, 샤오미 등 글로벌 통신업체가 참가하여 신기술과 신제품을 소개하고, 여러 가지 주제를 공유한다. 이번 MWC23에는 GSMA 이사회 멤버인 KT 구현모 대표가 기조연설에 참여해 통신 산업의 디지털 전환 등의 키노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MWC는 매년 1,000개 이상의 모바일 분야 주요 글로벌 기업이 참석하여 신기술과 신제품, 새로운 서비스를 공개하는 자리로, 투자자들에겐 새로운 투자의 장으로써 역할을 한다. 올해 진행되는 MWC23에는 약 2,400개의 모바일 분야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여 신제품과 신기술을 겨룰 예정이며, 250개 이상의 컨퍼런스 및 기조연설이 이루어지며 모바일 및 기술 산업 분야에서 네트워킹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박람회이다. 이번 MWC23에서는 모바일 신제품과 신기술 이외에도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내용과 스마트그리드 기술, 모바일 머니 등 각종 미래 신기술 등에 관한 내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ISP vs CP,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망 이용대가 논란
망 이용대가란 망을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망을 이용하는 요금을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망 이용대가에 대한 논란과 논쟁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었지만, 작년부터 이에 대한 논란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이런 논란이 시작된 것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발의된 이후부터인데,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국내 전기통신망을 이용하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가 망 이용계약 또는 망 이용 대가를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으로, 구글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망 이용 및 제공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계약 조건 부과 금지, 계약 조건 미설명 또는 허위 설명 금지 등의 조항을 담았으며, 이전에 발의된 망 이용대가에 대한 법안을 보완한 것이다.
ISP는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체(CP)가 자신들의 망을 사용해 콘텐츠를 전송하였으니 그에 따른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가 한국의 사용자에게 제공되기 위해선 우선 사용자가 ISP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게 된다. 그 후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하게 되면 원본 콘텐츠가 있는 국가에서 CP가 근처 국가에 설치한 OCA로 콘텐츠가 도달하게 되며, 이 OCA는 한국의 부산 국제 전용회선을 통과해 국내 ISP 망에 도달하게 된다. 이렇게 콘텐츠는 한국의 망을 통과하며 데이터 트래픽을 증가시킨다.
망 이용대가에 대한 문제는 한국을 넘어서 인도와 호주까지 확산되고 있다. 토털텔레콤 등 외신과 국내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도에서도 구글과 넷플릭스 등 데이터 트래픽 30% 이상을 차지하는 OTT 사업자가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면서 인도 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COAI)는 최근 통신부 장관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통신사와 합의를 통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공개 서한을 발송했다. 호주 정부는 인프라 공정 기여를 위해 '미디어와 디지털플랫폼 의무 협상 규정'을 도입하여 디지털플랫폼과 뉴스제공자가 사용료 협상을 벌이도록 하며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 중재기관을 통해 조정절차를 밟을 것을 의무화했다.
MWC23의 첫 번째 키노트 "공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 망 무임승차에 대해 다루나...
망 무임승차와 관련해 한국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현재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공정한 인프라를 제공받지 못하는 역차별이라고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재 매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통신사에 매년 700억에서 1,000억 원 수준의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방통위는 2020년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해외 사업자에 속하는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이에 대한 법적 효력이 작용하지 않아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국가는 유럽연합 진행위원회에 법안 도입을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CP들이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현지 통신사와 지속해서 논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기업에 수익이 집중되고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유럽의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여력이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접속료를 넘어 네트워크 이용에 대한 추가 요금 징수를 겨냥하고 있는 유럽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인프라 불공정 논의가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망 이용대가와 인프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지난해 10월 GSMA는 이사회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공정한 네트워크 투자 기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호주에 새로 도입된 제도를 참고하여 망 이용대가 분야에 도입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오는 2월 이루어질 MWC23의 첫 번째 키노트로 "공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선정되면서 MWC를 통해 망 이용대가와 공정한 인프라 제공에 대한 논쟁이 크게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