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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도 3,000여만원의 수소차 구매 보조금(상용차 기준)을 지원하며 수소차 보급 확대에 나선다. 7,000만원 수준인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를 3,000∼4,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지자체 대상으로 수소차 보조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난달 16일부터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 사이트를 통해 수소차 보조금 신청·접수를 시작했다.
수소차 구매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난해까지 국내 수소차가 3만 대 가까이 보급됐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누적 보급실적은 2만9,733대다. 지난해에만 수소차 1만256대가 보급돼, 수소차 보조사업이 시작된 이후 한 해에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도 환경부는 상업용 수소차를 중심으로 보조금 대상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수소차를 구매하려 하는 개인이나 법인은 거주하는 지자체에서 승용차 기준으로 평균 2,250만원의 수소차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단, 지자체별로 공고 물량이나 보조금 규모가 다를 수 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부산은 3,350만원인 것에 반해 인천은 100만원 적은 3,250만원이다.
올해 수소차 보조금은 총 1만6,920대에 지급할 예정이다. 승용차 1만6,000대, 버스 700대, 화물·청소차 220대에 지급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특히 버스나 화물차, 청소차와 같은 상업용 수소차에 대한 지원 물량은 지난해 340대에 비해 2배 이상인 920대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지난해 수소차 보급 사례나 수소충전소 설치 현황을 공유해 지역별로 수소차를 효율적으로 보급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박연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무공해차인 수소차 보급 없이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소차를 보급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올해 지원 물량이 늘어난 만큼 지자체와 협력해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수소 상용차를 더 많이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목표 절반도 못 채운 수소차 보급 실적
친환경 전기·수소차 업계에서는 정부의 수소차 보급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친환경차 50만 시대를 개막하겠다"며 대대적인 친환경차 보급에 나섰지만, 실제 보급 속도는 목표의 70%에 불과했다. 특히 수소차 보급 부문에서 원래 목표의 20%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환경부·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등록된 국내 전기차·수소차는 총 36만2,290대로 집계됐다. 정부의 목표치 50만194대의 72.4%에 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총 33만7,890대로 정부 목표치(44만6,064대)의 75.7%를 달성했고, 수소차는 2만4,400대로 정부 목표(5만4,130대)의 45.1%에 불과했다.
계획에 못 미치는 보급 속도에 정부는 그간 목표치를 계속 하향했다. 지난 2020년 7월 ‘한국판 그린뉴딜’ 발표 때 2022년 수소차 보급 목표는 3만6,540대였다. 2021년 말에는 이 수치가 2만8,000대로 낮아졌고, 반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5월 말엔 1만8,000대로 또다시 내려졌다. 수소충전소 보급 역시 지난해 310곳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150곳에 그쳤다. 한 친환경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따른 침체로 가뜩이나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마련해야 한다"며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세우고 보급 규모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에 뒤처지는 수소차, "보조금 계속 충당하기란 불가능"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한 보조금 지급으로 수소차 보급 규모는 늘고 있지만, 예산 물량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승용차 1만7,650대, 승합차 340대 등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보급 대수는 승용차 1만256대, 승합차 152대에 그쳤다. 친환경차의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에 비해 확연히 더딘 수소차의 보급 속도도 문제다. 차량용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충전량과 주행거리가 늘어났고, 충전시설 의무설치 대상도 법제화를 통해 확대되며 전기차의 편의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도 수소차보다는 전기차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수소차는 기술발전과 인프라 싸움에서 전기차에 뒤지고 있는 게 현실이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 역시 수소차보다 전기차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친환경 차량 업계 관계자는 "1곳당 수십억원이 투입되는 수소충전소와 대당 3,000여만원의 보조금을 정부에서 세금으로 계속 충당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입장이나 글로벌 기술 주도권의 문제로 수소차 보급을 밀어붙이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