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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실업급여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 형식적 구직활동으로 실업급여를 허위 수령하는 행위를 막고, 실제 재취업 비율을 3년 내 26.9%에서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27일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고용정책심의회를 거쳐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며 국민취업지원제도 취업률도 55.6%에서 6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급여 지원은 노동시장 진입 촉진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고용서비스 핵심 플랫폼으로서 온오프라인 전달체계로 개편할 계획이다. 이번 방안은 고용서비스 현장, 청년세대와 학계 전문가, 노·사가 참여하는 간담회 등 40회 이상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미래세대에도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위해서는 구직자와 기업이 노동시장에서 적응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고용서비스를 통해 구직자와 기업 모두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하며 이는 어려운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개선안
정부는 먼저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한 구직활동 촉진 기능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반복 수급자의 구직급여 감액과 대기 기간 연장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7월 마련한 실업 인정 강화방안이 오는 5월이면 모든 수급자에 적용됨에 따라 이력서 반복 제출과 같은 형식적 구직활동, 면접 불참, 취업 거부 시 구직급여 부지급 등 실질적 제재를 강화한다.
아울러 추가적인 실업급여 제도개선안도 상반기 중 마련하는 데 구직급여 기여 기간, 지급 수준, 지급 기간·방법 개선 등을 추진한다. 이에 실업급여 실태조사 등을 실시하고 노·사 전문가와의 논의를 거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상반기 중에는 주요 지자체와 고용-복지 연계 서비스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우수 모델을 창출하고 이를 주요 지자체로 단계적으로 확산해 나간다. 하반기에는 고용서비스 통합네트워크를 신설해 고용센터·지자체·새일센터 등 지역 내 취업 지원 기관 등과의 협업을 강화한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AI) 면접,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워크넷 활용 강의 등 최근 경향에 대응할 수 있는 취업 지원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국민 누구나 노동시장 생애 단계에 따라 경력을 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직업훈련과 취업 지원 서비스 등을 통해 더 나은 일자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요즘 실업자들의 인식
실업급여는 직장에서 해고당한 근로자를 돕는 제도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 고용보험기금에서 소정의 급여를 지급해 근로자의 생계유지를 돕고, 재취업 기회를 지원한다. 다만 일하지 않아도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취업 지원'이라는 취지와 달리 실업급여 의존도를 높여 근로의욕을 꺾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한국 실업급여가 짧은 기여 기간과 높은 급여 하한액으로 근로의욕·재취업 유인을 낮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판을 받는 것처럼, 실제 재취업보다 급여 수급이 낫다는 판단에 입사 지원을 하고도 면접장에 나오지 않는 수급자들도 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구직활동을 형식적으로 하면서 장기간 ‘돈만 받는’ 수급자가 적지 않은 것이다. 저소득 구직자에게 제공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제도는 취업 지원 서비스를 받은 구직자가 구직 활동할 경우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구직촉진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지만, 실제 유튜브 등에 검색해보면 '수당 수령'에 초점을 둔 게시물이 많다.
한편, 실업급여 수급자는 2017년 120만 명에서 2021년 178만 명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163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30일) 기준으로 184만7,040원이다.
반면 일자리 환경은?
경기도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소개할 수 있는 일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이고 환경도 열악한 경우가 많다. 구직자의 도덕적 해이도 없지 않지만 근무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찾지 못한 구직자는 실업급여 창구로 몰리고, 상담 인력은 수급 자격을 따지느라 본연의 업무인 상담·직업 훈련 등 고용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번에 고용부가 발표한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에서는 ‘실업급여 수급자의 구직활동 촉진과 모니터링 강화’가 강조됐다. 일자리 미스매치에 있어 일자리의 열악한 환경보다 실업급여에 의존하는 구직자의 태도를 더 중요한 문제로 꼽은 것이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전문가와 현장 상담원들은 실업급여 수급을 통제하고 취업률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 방향이 낳을 부작용을 우려했다. 실업급여의 기능은 직업 탐색 기간을 보장해 급하게 취업하는 것을 줄이는 데에 목적이 있는데, 수급 기간이 짧아지면 열악한 일터에서 다시 실업으로 이어져 반복 수급의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의 질과 관련해 ‘기업 도약 보장 패키지’를 통해 기업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지만, 일자리 미스매치의 배경으로 꼽히는 불균형한 산업 구조와 이로 인한 중소기업의 열악한 일터 환경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인식은 방안에 담기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실업급여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게 취업은 뒷전으로 하고 수급에만 의존하는 수급자를 늘리는 현 시스템은 개선되어야 한다. 구직자 역시 마냥 일자리 환경만을 탓하며 실업급여에만 의존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그러나 일자리 미스매치는 실업급여 수급자 태도만의 문제가 아니며 열악한 일터환경개선과 함께 고용서비스의 고도화를 이뤄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상담 인력이 부족한 탓에 적절한 일자리를 매칭해주는 지원 역량이 모자라는 한계 역시 극복할 과제다. 적은 인력으로 인해 업무가 가중되다 보니 제한적인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데 급급해 구직자 한 명 한 명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고용부가 발표한 고도화 방안에는 상담 인력 확충 등의 내용 또한 담기지 않았으며 향후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