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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 고조에 맞서는 방법론으로, 한미 조야에서 민간 핵 협력 확대와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만의 독자 핵무장 여론이 대한민국 내에서 강해지는 것에 대해 미국이 내놓은 해법 차원이다. 이에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한미간의 새 핵협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도 나왔다.
美 전문가, 확장억제 확대 협정 체결 제안
미국 워싱턴 DC 소재 미국외교협회(CFR) 스콧 슈나이더 선임연구원은 6일 '새 한미 협정으로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홈페이지 기고 글에서 “한국과 미국 간 틈을 벌리려는 북한 시도를 효과적으로 약화시키는 방법은 양국 정부가 한미 핵 협력을 뒷받침하는 기존 핵협정의 확대를 약속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한국이 독자 핵 개발을 추구할 경우 한국이 치르게 될 대가를 잘 알고 있고 그를 이용하고 있다”며 “전술핵 재배치 논의 역시 북한에 가치가 큰 목표물을 추가 제공하는 셈으로, 통제권 역시 미국이 전적으로 가질 것”이라며 독자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 둘 다를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슈나이더 연구원은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1974년 체결되고 2015년 개정된 핵협정을 확대하는 게 북한 도발에 대한 양국의 효과적인 대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남한의 핵무장론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확장억제 강화 논의의 맥락과 유사한 제언이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공동의 위협에 대한 동맹 방위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 체계를 포함해 모든 범위의 자산을 이용해 한국을 방어할 것을 약속했다”고 강조하며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에 방점을 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또한 올해 전략자산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또한 “(한미가)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매우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4일 공개된 특별대담에서 강조한 바 있다.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확고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의 자체 핵무장 여론 확대를 면밀히 관찰하는 美
미국이 한미간의 확장억제 강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데에는 ▲대한민국 국내에서 강화되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대중적 지지 여론의 확대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는 강력한 핵 무장 주장의 강화 주장 등에 대한 응답 차원이 크다.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1대1 면접조사 방식으로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16일까지 조사해 30일 발표한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한지에 대해 76.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대 다수가 독자 핵무장론을 지지하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핵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를 전제로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보유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이러한 여론을 반영한 것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여론은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의 목소리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는 추세다. 홍준표 대구시장, 태영호 의원, 최재형 의원, 정우택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홍 시장은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5년전부터 나는 북핵대응 문제에서 공포의 핵균형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우방을 설득할 때가 왔다”며 독자 핵무장론을 강하게 지지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독자 핵무장에 대한 여론 확산을 미국 정부는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방미에서 미군의 모든 자산을 활용한 확장억제 실효성 확보를 약속한 것도 그 때문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 조야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데 대해 “우리는 확장억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우리의 약속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이 세를 얻는 데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동맹 신뢰도가 훼손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핵무장에 준하는 수준의 정부 차원 결단 필요
이러한 미국의 노력에도, 국내 자체 핵무장 여론과 정치권 및 언론계의 핵무장에 대한 강경한 추진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의 상황 인식이 우리가 느끼는 인식보다 절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독자 핵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윤석열 정부 차원에서 자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에 북핵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을 보강하고, 관련 부처들을 감독하는 방안이나, 극단적으로는 완성형 핵무기 제작까진 아니더라도 그 이전 단계까지 모든 기술적 물적 준비를 완료해놔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즉 언제든 핵무기를 조립해 발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국내 기술력과 준비를 끌어올려 놔야 한다는 것이다.
1960년대 초반, 프랑스가 핵개발을 단행할 당시 프랑스는 미국에 “파리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뉴욕을 포기하겠는가?”라고 질문했고 미국은 이에 대답하지 못했다. 미국이 가진 수만 발의 핵무기보다 프랑스가 보유한 몇 기의 핵이 프랑스를 수호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프랑스는 핵무장을 단행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비슷하다. 북한이 ICBM 등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혈안이 된 이유는 미국 본토에 대한 타격능력을 확보해 남한이나 일본과의 전쟁 국면에서 미국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려는 데 있다. 이럴 경우, 미국의 확장억제 등의 성명은 휴지조각이 된다. 비록 NPT 때문에 독자적 핵무장이 힘들다 하더라도, 핵무기 개발에 준하는 여러 가지 준비를 사전에 준비해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