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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국민의힘 ‘비전’발표회인데 비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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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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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남다른 정치적 인사이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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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철수 후보 페이스북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열린 당권주자 비전발표회는 그야말로 “소문난 맛집에 먹을 것 없다” 그 자체였다. ‘양강’으로 꼽히는 김기현·안철수 후보의 경우, 비전과 정책공약 발표보다는 둘 간의 정치적 공방만을 계속했고, 여타 군소 당권주자들의 사정 역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 소재의 ASSA 스튜디오에서 7일 진행된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비전발표'에는 컷오프를 통과한 총 6명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후보자들이 참석해 자신의 비전과 정견을 짧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윤심 논란’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비전 발표와 및 천하람·황교안·윤상현·조경태 후보의 발표도 있었다.

정책 비전 제시한 후보, 사실상 아무도 없어

김 후보는 ▲당정 조화를 통한 대통령과의 상시적 소통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 수호 ▲당원 중심의 상향식 공천 도입 ▲당내 다양한 의견 존중 ▲총선 승리를 위해 전투력과 협상력을 선보이는 당 대표론 등을 주장했다. 반면 안 후보의 경우 차기 총선에서의 수도권 승리 전략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등, 정치적 수사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여타 후보군들은 일부 비전·정책을 제시했다. 천하람 후보는 ▲당헌당규에 대통령의 공천 불개입 조항 추가 ▲공천 자격고사 의무화를 내세웠으며, 황교안 후보는 ▲인재 찾기, 조경태 후보는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면책 특권·불체포특권 폐지,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라는 자신의 ‘3폐 개혁’을 강조했다. 윤상현 후보만 ‘수도권 당 대표론’이라는 정치적인 비전을 내세웠다.

정리하자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 컷오프를 통과한 모든 후보가 정치권 및 정당 내부 개혁 방안이나, 선거 전략 차원의 비전과 공약을 내세웠을 뿐 제대로 된 거시 정책이나 생활 이슈가 담긴 정책 제안은 아예 하지 않았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국민들이 생각하는 윤석열 정부의 시급한 과제에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 만큼 높지 않으며, 국민들 역시 정책적 수행과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에게 합격점을 주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렇기에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의 정책적 비전 제시라는 역할이 중요함에도, 그러한 과제를 아무도 수행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물가 안정, 尹의 시급한 과제임에도 아무도 언급하지 않아

일례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평가하는 사람일수록 당장에 직면한 물가 안정 문제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1월 26일~27일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6%는 정부의 최우선 경제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았다. 이어 경제 활성화(15.7%), 일자리 창출(14.7%), 부동산 안정(11.9%), 지역 균형발전(9.9%), 기업 규제 완화(4.9%) 등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49.7%)일수록 윤 대통령이 우선 추진해야 할 경제 정책이 물가 안정이라고 꼽았다.

2월 첫주차 ‘물가’ 연관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물가 안정을 대통령과 연관시키는 여론은 빅데이터상으로도 감지되고 있다. ㈜파비에서 독자적으로 분석한 ‘물가’라는 키워드에 대한 연관 키워드(2월 1주차)를 네트워크로 재구성하면, ‘대통령’과 '윤석열' 키워드가 초록색 글씨 영역에 물가와의 공분산이 높은 상위권 키워드로 등장함을 관찰할 수 있다. 물가 문제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와 연관 짓는 여론의 흐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즉, 물가 안정 정책이야말로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추진 정책이 돼야 함에도, 물가 안정 정책 등을 거론하는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없었다는 것이 이번 비전발표회가 보여준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국민들의 니즈에 맞추기는커녕, 국민들은 크게 관심 없어하는 정치적 공방만을 되풀이하는 것이 국민의힘이 보여주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다행히도 이런 상황에 대해 각 캠프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후보 캠프 관계자는 7일 “보수의 정체성에 맞는 정책 공약 측면에 대한 고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 정쟁 공방으로 끝나지 않고, 건설적인 정책 비전 경쟁으로 나아가야 차기 총선에서의 좋은 결과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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