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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이어 유튜브까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용자의 서비스 가입을 유도 전략을 마련했다. 유튜브가 프리미엄 멤버십이 아닌 광고 차단 앱 등을 활용해 광고 없이 유튜브를 이용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테스트에 나선 것이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OTT 업체들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발을 옮기려 눈치를 보고 있는 추세다. 다만 국내 OTT 업체들은 선뜻 앞으로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국내 업체들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 달리 거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 광고 차단 앱 활용 막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최근 유튜브 광고 차단 앱을 이용하는 일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영상 3개를 시청한 뒤 유튜브 광고를 보지 않거나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비활성화하지 않으면 유튜브에서 차단될 수 있다는 공지를 올렸다.
현재 유튜브를 무료로 시청하기 위해선 15초짜리 광고 1~2개나 30초짜리 광고 1개를 무조건 봐야 한다. 광고를 원치 않으면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해야 함에도 일부 사용자들이 광고 차단 앱을 사용하는 등 편법을 활용하자 구글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유튜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사용 중인 시청자들에게 유튜브 플랫폼상의 광고를 허용하거나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도록 안내하는 소규모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튜브의 행보는 수익성 개선 차원이란 측면에서 넷플릭스의 움직임과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제한 조치를 시행, 당초 의도대로 신규 가입자 수가 급증하는 효과를 본 바 있다. 심지어 캐나다에선 광고 없는 기본 요금제(월 9.99캐나다달러)를 없애기도 했다. 사실상 표준 광고 요금제(월 5.99캐나다달러) 또는 월 16.49캐나다달러의 광고 없는 표준 요금제 중 택하도록 한 것으로, 넷플릭스의 수익 개선 의지가 잘 드러나는 예다.
시장 장악력 높은 유튜브, 수익성 개선 '무난'할 듯
유튜브가 넷플릭스와 함께 수익성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건 유튜브의 시장 장악력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유튜브 앱 MAU(월간활성이용자)는 4,183만 명에 달했다. 한국 인구 5,163만 명 중 81%가 사용하는 셈이다. 특히 유튜브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밴드, 넷플릭스, 페이스북, 틱톡의 3개월 이탈률을 비교한 결과 6.6%로 사용자 이탈이 가장 적었다.
유튜브의 거의 유일하다 할 만한 경쟁 상대는 '틱톡'이었다. 틱톡은 유튜브라는 배의 궤도를 크게 틀어놓을 만큼 큰 영향력을 떨쳤다. 당초 유튜버가 수익화 프로그램인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가입하기 위해선 '구독자 1,000명, 콘텐츠 총시청 시간 4,000시간'을 달성해야 했다. 그러나 15년간 지켜졌던 YPP의 대원칙은 틱톡의 등장으로 무너졌다. ‘구독자 1,000명 이상, 조회수 1,000만 회 이상’으로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인 ‘쇼츠’를 주력으로 하는 크리에이터들도 광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짧고 굵은 영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틱톡을 직접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그러나 틱톡은 최근 각국의 중국 제재로 점차 무너져 내리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미 백악관은 연방정부 전 기관에 정부에서 발급한 휴대전화에서 틱톡을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으며, 캐나다도 미국에 이어 보안 위험이 크단 이유로 정부에 등록된 모든 기기에서 틱톡을 금지했다. 인도는 2020년 틱톡을 세계 최초로 금지했고, 2021년엔 타이완이 공공 부문에서 틱톡 사용을 전면 금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또한 업무용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이처럼 틱톡의 보안에 대한 문제 인식이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그 대체제로서 유튜브 쇼츠가 떠올랐고, 이로 인해 유튜브의 시장 장악력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못 따라가는 국내 OTT들, "고객층이 부족해"
이런 가운데 국내 OTT 업체들은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행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OTT 업체들은 적자가 쌓이고 있는 와중에도 콘텐츠 투자를 통한 가입자 유치를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선택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토종 OTT 업체들은 국내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과감한 선택을 내리기가 어렵다. 사실상 넷플릭스, 유튜브는 '그들만이 가능한' 해결책을 내세운 것이다.
국내 OTT의 적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OTT인 티빙은 지난해 영업 적자가 1,101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늘었다. 웨이브도 전년 대비 적자 폭이 두 배가 됐다. 현재 업계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계획된 적자"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공룡의 틈바구니 안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만으로 경쟁력을 제대로 확보해 낼 수 있을지 여부엔 의문이 남는다. 애초 코로나 엔데믹 전환 이후 OTT 시청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콘텐츠만 찍어낸다 해서 적자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까?
국내 OTT 업체도 자기 위안만 하고 있을 게 아니다.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이 보다 적극적인 수익성 개선책을 고려해 봐야 할 때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에 비해 고객 풀이 적은 만큼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다만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질 수밖에 없음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보다 나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라도 수익성 개선은 필수다. 단순히 '못 한다'로 그쳐선 기업의 발전을 이루긴 어려울 것이다.